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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높은 정신은 추운 곳에서 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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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높은 정신은 추운 곳에서 살지요
  • 의약뉴스
  • 승인 2013.01.07 0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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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도 벌써 한 주가 지났습니다. 세월은 참 빠르게 흘러 갑니다.

신년의 계획들은 잘 실천하고 계신가요? 혹 작심삼일로 끝나지는 않았겠지요. 겨울 산을 오르면서 만인의 좀 더 풍요로운 영혼을 꿈꿔 봅니다.

좋은 한 주 보내시기 바랍니다. (아래 시는 조정권 님의 '산정묘지 1'이라는 시 인데요. 제법 깁니다. 연작시이고요. 짧게 몇 문장만 옮겨 봤습니다.)

산정묘지 1 山頂墓地 1/ 조정권

겨울 산을 오르면서 나는 본다.

가장 높은 것들은 추운 곳에서

얼음처럼 빛나고,

얼어붙은 폭포의 단호한 침묵.

가장 높은 정신은

추운 곳에서 살아 움직이며

허옇게 얼어터진 계곡과 계곡 사이

바위와 바위의 결빙을 노래한다.

간밤의 눈이 다 녹아버린 이른 아침,

山頂은

얼음을 그대로 뒤집어쓴 채

빛을 받들고 있다.

만일 내 영혼이 天上의 누각을 꿈꾸어 왔다면

나는 신이 거주하는 저 天上의 一角을 그리워하리.

가장 높은 정신은 가장 추운 곳을 향하는 법.

저 아래 흐르는 것은 이제부터 결빙하는 것이 아니라

차라리 침묵하는 것.

움직이는 것들도 이제부터는 멈추는 것이 아니라

침묵의 노래가 되어 침묵의 同列에 서는 것.

그러나 한 번 잠든 정신은

누군가 지팡이로 후려치지 않는 한

깊은 휴식에서 헤어나지 못하리.

하나의 형상 역시

누군가 막대기로 후려치지 않는 한

다른 형상을 취하지 못하리.

육신이란 누더기에 지나지 않는 것.

헛된 휴식과 잠 속에서의 방황의 나날들.

나의 영혼이

이 침묵 속에서

손뼉 소리를 크게 내지 못한다면

어느 형상도 다시 꿈꾸지 않으리.

지금은 결빙하는 계절, 밤이 되면

뭍과 물이 서로 끌어당기며

결빙의 노래를 내 발밑에서 들려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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