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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웨스트 사이드 스토리(1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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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웨스트 사이드 스토리(1961)
  • 의약뉴스
  • 승인 2012.12.09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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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유명한 시나리오 전문가인 로버트 맥기는 최근 국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영화 ‘스토리의 3대 요소’에 대한 이런 평을 내놓아 흥미를 끌었다.

“첫째는 주인공이 생명을 건 포커를 치고 있어야 하고 그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중요한 사안을 제시해야 한다.

둘째는 주인공이 무너진 삶의 균형을 찾기 위해 부단히 투쟁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성장이 진행된다. 셋째는 그 균형이 회복돼야 한다. 모든 것을 상실한 비극적인 결말이어도 균형으로 볼 수 있다.”

영화가 시나리오에 의한 ‘스토리 예술’이라고 한다면 맥기의 이런 지적은 정확하다. 스토리텔링이 뛰어난 한국영화로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를 꼽았던 그가 로버트 와이즈, 제롬 로빈슨 감독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원제: WEST SIDE STORY)를 평할 기회가 있었다면 아마도 ‘체계를 제대로 갖춘 짜임새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을 것 같다.

도대체 허점이라고는 찾기 어려운 이 영화는 그가 세 번째로 지적한 모든 것을 상실한 비극적인 결말로 끝나는데 그 비극마저도 균형감을 회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의 기준에 딱 들어맞는 극적 효과는 액션 작가들이 관객의 수준을 얕잡아 보고 간혹 써먹는 싸구려 반전과는 전혀 다르다.

 
영화는 10대 후반 정도인 청소년들의 사랑과 우정과 춤과 음악과 폭력과 살인에 관한 스토리로 짜여져 있다. 백인 미국인인 제트파의 리더인 리브(러스 템블린)는 거리의 진정한 깡패 주인임을 내세우며 혼혈 푸에드리코 출신의 이민자 샤크 일당과 맞붙는다.

어떤 이유가 있어서 싸우는 것이 아니다. 싸우다 보니 이유가 생기고 그 이유에 대해 겁쟁이가 아니라는 존재감을 확인하기 위한 철부지 객기가 연쇄 살인사건으로 이어진다.

두 팀은 남녀가 짝을 이뤄 경쾌한 음악에 날렵한 몸으로 돌고 뻗고 차고 뛰어 오르고 노래를 부르는데 그 솜씨가 화려하다. 여기 까지만 보면 수준 높은 뮤지컬 영화 대결이 기대되지만 서로를 노려보는 눈초리가 매서워 무슨 일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다.

리브는 ‘한 번 제트는 영원한 제트’라며 파의 단합을 강조하면서 총이면 총, 칼이면 칼로 맞대응하자고 똘마니들의 전투의욕을 복 돋는다.

그런데 리브에게는 아저씨 가게를 도와주는 절친한 토니(리처드 베이머)라는 친구가 있다. 마침내 두 팀은 춤과 노래로 맞대결을 펼치는데 이 때 토니가 나타난다. 샤크 팀의 리더 베르나르도(조지 차키리스)에게는 예쁘고 착한 마리아( 나탈리 우드)라는 여동생이 있는데 토니와 마리아는 첫 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다.

깊은 밤 골목길에서 마리아를 부르는 토니의 ‘투나잇’ 사랑찬가와 그를 바라보는 마리아의 눈은 사랑이라면 죽음도 아깝지 않다는 듯 자못 비장하다.

이 사랑이 온전하게 진행될까. 적의 두목의 여동생과 사랑이라니. 마치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처럼 어둠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영화 역시 끔찍한 비극으로 막을 내린다.

패싸움을 말리러 왔던 토니는 베르나르도의 칼에 리브가 죽으면서 넘겨준 을 칼을 받아 엉겁결에 그를 죽인다. 졸지에 마리아의 오빠를 살해한 토니는 살인자라는 마리아의 울부짖음에 가슴이 찢어진다.

하지만 토니를 이해한 마리아의 사랑은 더 깊어지고 두 사람은 둘만이 살 수 있는 곳으로 도망치기로 작정한다. 그런데 경찰이 마리아를 찾아오고 마리아는 만나기로 한 아저씨 가게에 있는 토니에게 늦는다는 전갈을 보내기 위해 죽은 오빠의 여자 아니타( 리타 모네로)에게 부탁한다.

그런데 가게에는 복수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리브 일당이 기다리다 아니타를 겁탈하려고 한다. 이때 아저씨가 돌아오고 분노에 찬 여인은 복수를 결심하고 돌아선다. 한편 토니는 마리아의 옛 애인 치노의 총에 죽는다.

사랑해서 서로 몸과 마음을 주었고 무릎을 꿇고 둘만의 결혼식도 했지만 이들의 사랑은 여기까지다. 

이 영화는 이민자에 대한 미국의 냉대적인 시선, 반항기의 청소년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구시대의 어른들, 빈부격차 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백인들에게는 자유의 나라이지만 이방인 취급을 받는 이민자들에게는 결코 지상 낙원이 아니다. 일 할 자리는 없고 월급은 쥐꼬리만하고 좋은 세탁기가 있지만 넣을 옷이 없고 테라스가 있는 집이 널려 있어도 정작 내가 잘 집은 없다.

레너드 번스타인과 스티븐 손다이 등이 만든 투나잇, 마리아, 보이 등 영화에서 불려진 노래들은 하나같이 명곡의 반열에 올랐다. 춤이 싸움이 되고 싸움이 춤이 되는 놀라운 장면이 영화 내내 이어져 한 눈을 팔 수 없다. 57년에 만든 뮤지컬을 61년 영화로 만들어 그해 아카데미 작품, 감독상 등 10개 부분을 휩쓸었다.

국가:미국
감독:제로미 로빈슨, 로버트 와이즈
출연:나탈리 우드, 리차드 베이머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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