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4-29 23:46 (월)
이 세상 어딘가에 당신의 나무, 서 있지요
상태바
이 세상 어딘가에 당신의 나무, 서 있지요
  • 의약뉴스
  • 승인 2012.12.03 08: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무가 쓰러져 있군요. 춥지도 않은지 떨지도 않고 그냥 드러 누워 있습니다.

얼마나 긴 세월 동안 참고 인내하고 서 있어야만 이렇게 클 수 있을까요. 지친 몸 기대어 가만히 살펴보니 벌레가 먹었군요. 벌레먹은 나무는 사람에게 더 이상 쓸모가 없나봐요.

누군가의 따뜻한 아랫목을 지져주면서 마지막 불꽃을 피웠으면 합니다. 우리 모두는 마음속에 나무 하나씩을 품고 있습니다. 다시 태어나면 사람이 아닌 나무가 되겠다고 진지한 눈망울로 말하는 사람의 마음속에는  깊은 산속의 고요가 싹트고 있겠지요.

 
 
 
▲ 누군가의 뒷 모습은 늘 쓸쓸하죠. 고목을 깔고 앉은 그도 고목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 껍질을 벗겨서 죽었는지 죽어서 껍질을 벗겼는지 알 수 없는 나무 한그루가 등산로 한 켠에 말 없이 서 있다.
류시화 시인의 '나무의 시'라는 시 한편 감상하시지요. 좋은 한 주 시작 하시기 바랍니다.

나무의 시 / 류시화

나무에 대한 시를 쓰려면 먼저
눈을 감고
나무가 되어야지.
너의 전생애가 나무처럼 흔들려야지.
해질녘 나무의 노래를
나무 위에 날아와 앉는
세상의 모든 새를
너 자신처럼 느껴야지.
네가 외로울 때마다
이 세상 어딘가에
너의 나무가 서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지.
그리하여 외로움이 너의 그림자만큼 길어질 때
해질녘 너의 그림자가 그 나무에 가 닿을 때
넌 비로소 나무에 대해 말해야지.
그러나 언제나 삶에 대해 말해야지.
그 어떤 것도 말고.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