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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는 어부의 생명이 용솟음 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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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는 어부의 생명이 용솟음 치고 있습니다
  • 의약뉴스
  • 승인 2012.11.26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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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 떼 넘나드는 파도 끝에는 등대가 있습니다.

어부들의 생명선이라고 하죠. 거기에는 생명이 끊임없이 용솟음치고 있습니다. 11월의 마지막 주가 시작됐습니다. 누군가에게 불 밝혀 주는 등대같은 한 주 보내시기 바랍니다.  보들레스의 시 한편 감상하시죠.

 

등대들

루벤스, 망각의 강. 나태의 정원

그곳에서 사랑하기엔 너무 싱싱한 살 베개

그러나 거기선 생명이 끈임없이 넘치고 용솟음친다

하늘에 바람처럼, 바다에 밀물처럼

레오나르도 다빈치, 깊숙하고 어두운 거울

거기서 사랑스런 천사들, 신비 가득한

다정한 미소지으며 그들의 나라 에워싼

빙하와 소나무 그늘에 나타난다.

렘브란트, 신음소리 가득한 음산한 병원

장식이라고는 커다란 십자가 하나

눈물섞인 기도가 오물에서 풍기고

겨울 햇살 한줄기 불쑥 스친다.

미켈란젤로, 어렴풋한 곳, 그곳에서 보이는 것은

헤라클레스 무리들과 그리스도 무리들 어울리는 것

억센 유령들이 꼿꼿이 일어나 땅거미 어스름 속에서

손가락 뻗쳐 저희들의 수의를 찢는 모습

권투선수의 분노도 목신의 뻔뻔함도

천민들의 미는 잘도 긁어모을 수 있었던 그대

자존심에 부푼 마음은 넉넉하나, 허약하고 누렇게 뜬 사나이

퓌제, 고역수들의 우울한 제왕

와토, 수많은 명사들이 나비처럼

번쩍이며 이리저리 거니는 사육제

샹들리에가 비춰주는 산뜻하고 경쾌한 배경은

소용돌이치는 무도장에 광란을 퍼붓는다.

고야, 낯선 것들로 가득한 악몽

마녀들 잔치 판에서 삶는 태아들이며

거울 보는 늙은 여인들과 마귀 꾀려고

양말을 바로잡는 발가숭이 아가씨들

들라크루아, 악천사들 드나드는 피의 호수

거긴 늘 푸른 전나무 숲으로 그늘지고

우울한 하늘 아래 기이한 군악대 소리

베버의 한숨인 양 지나간다.

이 모든 저주, 이 모독, 이 탄식들

이 황홀, 외침, 이 눈물, 이 <찬가>들

그것은 수많은 미로에서 되울려오는 메아리 소리

결국 죽게 될 인간의 마음에는 성스러운 아편

그것은 수천의 보조들이 되풀이하는 부르짖음

수천의 메가폰이 보내는 하나의 명령

그것은 수천의 성 위에 밝혀진 하나의 등대

깊은 숲속에서 방황하는 사냥꾼들이 부르는 소리

왜냐면 주여, 이것은 진정

우리의 존엄을 보일 수 있는 최상의 증거

이 뜨거운 흐느낌은 대대로 흘러흘러

당신의 영원의 강가에서 스러져갈 것이니

보들레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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