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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오명(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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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오명(1946)
  • 의약뉴스
  • 승인 2012.11.24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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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미끼로 다른 남자에게 여자를 보내는 남자가 정상적인가, 아니면 그런 남자의 요구를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받아들이는 여자가 정상적인가. 둘 다 제 정신은 아니다.

사랑하였으므로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였으므로 다른 남자의 품에 안긴다는 역설은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가 있다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것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오명'( 원제: Notorious )에 나오는 앨리시아 후버만 (잉글리드 버그만) 때문이다. 관능적이면서 지적이고 약하면서도 강한 이 설명하기 어려운 여배우의 연기력을 히치콕 감독은 100%로 끌어내면서 오명을 고전 명작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영화의 배경은 2차 대전이 막 끝나고 민주주의-공산주의의 냉전체제가 시작되기 직전이다. 당시 최고의 악은 나치였고 나치 스파이 무리에 미국 스파이로 침투하는 것이 앨리시아의 임무.

미 정보요원 델빈( 캐리 그랜트)은 앨리시아의 사랑을 이용해 브라질 리오에 있는 세바스타인( 클로드 레인즈) 의 저택에 침투시켜 정보를 빼내는 것이다.

 

정보를 얻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적과 친밀해 지는 것. 친밀한 것의 최고는 결혼이므로 두 사람은 결혼한다.

그러나 델빈은 그다지 동요가 없다. 영화에서는 결혼한 세바스타인과 앨리시아의 살가운 접촉은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델빈과는 숱하게 키스하고 부비고 어루만지지만 결혼한 두 남녀는 손 잡는 모습조차도 제대로 안 보인다.

히치콕 감독은 사랑해서 결혼한 남자의 사랑은 사랑이 아니고 사랑하였으므로 다른 남자와 결혼한 여자의 사랑만을 사랑으로 다루면서 관객의 호흡을 숨가프게 만드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앨리시아의 스파이 활동은 순조롭지 않다.

파티의 틈을 타 와인저장고 안에 있는 와인병에서 원자탄의 내용물을 확인하지만 세바스타인과는 달리 냉정하면서도 사람을 꿰뚫어 보는 시어머니(레오폴린 호스탄틴)의 눈 밖에 나 독극물로 서서히 죽는 신세가 된다.

앨리시안은 죽기 직전 델빈의 손에 의해 병원으로 가게 되는데 이것을 델빈의 사랑이라고 말해야 할까. 물론 말로는 사랑한다고 하고 영화에서는 진짜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진짜 델빈의 속마음은 앨리시아를 사랑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앨리시아에게 냉정한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때로는 잔인한 행동을 하는데 그것은 그가 정보요원으로 책임을 완수하겠다는 사명감이 전부는 아닌 듯하다. 설령 자신이 명령을 내린다고 해도 다른 남자에게 선뜻 다가서는 여자의 그 진저리 칠만큼 자로 잰 듯한 사리분별 혹은 남자의 진짜 마음을 모르는 멍청함 때문은 아닐까.

사랑한다면 모든 말은 다 들어도 다른 남자와 교접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그래야 진정한 남자의 사랑을 얻을 수 있다고 히치콕은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물론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은 델빈의 미묘하고도 복잡한 표정에서 남자의 본성을 조금 엿봤기 때문이다.

세바스타인으로 나오는 클로드 레인즈는 '카사블랑카'( 의약뉴스 3회에서 소개) 에서 멋진 형사 ‘잡놈’으로 나와 눈부신 조연역을 소화한 바 있다. 그런데 여기서는 그다지 주목받을 만한 연기력을 보이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잉그리드 버그만의 칼러 사진을 봤다. (그게 불멸의 배우에 대한 예의 일 것 같아서) 흑백으로만 보다 칼라로 보니 눈이 갈색이고 상상했던 대로 머리카락은 금색이다. 1982년 67세 나이로 사망했다.

국가:영국
감독: 알프레드 히치콕
출연: 케리 그랜트, 잉글리드 버그만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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