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이사 “관료주의 비효율성, 비용의 악순환 거듭”
서울시의사회 이명진 정책이사는 최근 대한안과개원의협의회 회보에 기고한 ‘의료 사회주의가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이라는 글에서 정부의 의료정책을 의료계가 왜 사회주의라 부르는지 구체적으로 분석해 주목받고 있다.이명진 이사는 “왜 의사들은 건강보험통합과 의약분업 등을 사회주의적 의료라고 규정하며 저항을 하는 것일까? 다른 보건의료계통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별 관심도 없는 데 왜 유독 의사들만 대규모 집회와 신분상의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까지 저항을 하는 것일까?”라는 의문을 제기하며 글을 시작했다.
이명진 이사는 “현 의료제도는 바로 의료를 질보다는 양으로 따지고, 인간생명의 존엄성보다는 재정의 수입 지출에 비중을 두는 전형적인 사회주의 의료의 특징을 보여 주고 있다.”고 밝혔다.
곧 “일부 편향된 관념적 모험주의 학자와 운동가들에게 의해 저질러진 건강보험통합 및 의약분업으로 이어지는 의료정책 실패는 의사의 자율성을 철저하게 유린하고 무너뜨려 버렸다.”고 평했다.
나아가 “의보통합과 의약분업 실시 이후 재정적으로 어려워지자 이러한 사회주의적 의료의 결점은 더욱 거세져서 생명 살리기 위해 사용되는 숭고한 의료행위인 약물사용과 처치를 단지 약이 비싸고 처치비가 더 소요 된다고 하지 말라고 강요하고, 의사에게 경고장을 보내며 부당청구로 매도하여 언론에 가십거리로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이사는 “의사라는 직업(profession)은 임상기사, 물리치료사, 간호사 등을 포함한 의료 인력을 이끌고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팀의 팀장의 역할을 맡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사회학자(medical sociologist)들은 의사들이 의료의 주체로서 맡은바 역할을 잘 수행하기 위해서 갖추어 져야할 조건으로 의사의 자율성(autonomy)과 환자의 대리인(patient's agent)이 되어 환자에게 닥칠 수 있는 위험요소에 대해 환자를 대변하고 보호해 가는 모습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의료사회주의는 이러한 의사의 자율성(professional autonomy)과 환자의 대리인으로 서의 역할(patient's agent)을 모두 훼손하여 버렸다. 이로 인해 의사는 의료를 이끌고 가는 팀장으로서의 역할(roll)에 심각한 도전을 받게 되었고, 역할혼동으로 인해 의료시스템에 빨간불을 켜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현 의료제도는 의사가 환자의 대리인으로서 환자의 건강과 생명 보전을 위해 이러한 부당함을 고치라고 주장하여도 집단이기주의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이렇게 언론을 이용하여 진실을 호도하고, 대중 영합주의로 가는 것이 사회주의의료의 한 특징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명진 이사는 '의료사회주의의 특징’을 아래와 같이 정리했다.
첫째, 의료 사회주의는 선택의 자유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한국의 보험제도는 세계적으로 유일한 단일보험자 제도를 유지하여 국민이나 의사 모두에게 선택의 자유를 박탈해 버렸다. 국민은 더 나은 진료를 받고 싶어도 더 좋은 약을 복용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게 되어 있다.
돈 때문에 싼 약을 쓰도록 강요되고, 발달된 신의료 기술에 소요되는 재료들을 몇 개 이상 쓰지 말라고 강요당하고 있다. 바로 선택의 자유가 없는 제도는 이처럼 질이 아닌 양으로만 가름하게 강요하고 있다. 박탈된 의료의 선택권을 찾아 외국으로 연간 1조원의 돈을 들여 가며 진료를 받으러 가는 현상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둘째로 의료 사회주의는 의료를 질이 아닌 양으로만 가름하게 되므로 정당한 노력의 대가를 지불해 주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일방적인 봉사만 강요했지 이윤동기(financial incentive)등을 이용한 건전한 방향 설정은 무시된다.
성실하고 친절하게 환자를 대하고 갈고 닦은 지식으로 인해 명성을 얻고 ,환자들이 찾아오는데도 의사의 노력한 정당한 대가를 인정하지 않고 모두 똑같은 진료비를 받아야 하고 게다가 많이 보았다고 최고 50%까지 삭감해서 대가를 착취해가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노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가 보장되지 않은 사회에서는 필연적으로 대충대충 하거나 실력을 쌓기 위해 노력을 하지 않는 도덕적 해이 증상이 발생 하게 된다.
이윤동기가 적거나 힘든 일은 피하고 쉽고 돈이 되는 분야만 번성하게 되는 것이다. 최근 심장수술을 할 의사가 없고, 외과 수술을 할 의사가 부족하다는 현상은 바로 사회주의 의료의 한 단면인 것이다. 만약 응급실이나 흉부외과의 수가를 다른 분야 보다 높게 책정을 해 놓았다면 너도 나도 그 분야로 몰려 갈 것이다. 또한 우수한 자원의 집중으로 인해 의술은 더욱 발달하게 되고 모든 여건들이 더욱 나아질 것이다.
셋째, 의료사회주의의 특징은 도덕적 해이(moral hazzard)로 인해 발생하는 비효율이다. 사회주의 제도 하에서는 누구의 돈도 아닌 것 같으니 일단 남에게 가기 전에 나라도 먼저 쓰고 보자는 도덕적 해이 증상이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의보통합이 주장된 이후 통합되기까지 약 4조원 가까운 지불 준비금이 소진된 것을 보면 도덕적 해이증상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최근 일부 보험급여 환자들의 닥터쇼핑현상과 필요이상의 고가약 선호현상이 그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도덕적 해이와 이로 인해 발생되는 결과는 엄청난 재정의 낭비를 낳게 한다.
넷째, 의료사회주의는 그 비효율성으로 인해 엄청난 재정의 낭비가 뒤따르게 되며, 이를 막기 위해 정부는 엄청난 돈을 거두어들이게 된다.
월간조선 3월호(김종대 전 보건복지부 기획관리실장)에 개재된 기사를 보면 너무나도 충격적인 분석내용이 담겨 있다. 만약 사회주의적 의료제도인 의보통합과 엉터리 현 조제위임제도를 시행하지 않았더라면 현재의 의료보험료를 50%나 경감 할 수 있다는 분석내용이다.
이것은 의보통합과 의약분업이후 매년 약 25% 가까운 보험금인상이 있었고, 그 부담이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된 것을 보면 쉽게 이해가 갈수 있다.
또한 2003년 전국의사결의대회에서 발표한 그의 분석에 따르면 의약분업 3년간 시행비용이 8조원이나 국민들에게 전가되었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전형적인 사회주의의료의 특징인 비효율과 그로 인해 발생된 적자를 국민에게 전가시키는 사회주의적 의료의 현상을 볼 수 있는 객관적 자료이다.
다섯째, 사회주의적 의료는 국민에게는 엄청난 재정적 부담을 짐 지울 뿐 아니라, 의사나 환자 모두에게 획일적인 규제와 통제 ,억압정책을 쓰게 된다.
의사가 환자의 질병치료에 중점을 두고 치료를 하면 진료비를 무차별로 삭감해버리고, 환자들은 좋은 약을 먹고 싶어도 보험적용이 안 되니 못 먹게 하고, 내 돈을 내고도 못 사먹게 하는 일들이 발생한다.
또한 이러한 획일화된 의료와 억압정책을 쓰기 위해서 정부는 엄청난 숫자의 관리인원과 관리비를 소진하게 될 것이다. 이 관리비는 다시 보험료 인상과 세금으로 충당하게 될 것이다.
이 이사는 “자유가 없는 의료사회주의 하에서 이 같은 악순환은 필연적”이라고 말했다.
이명진 이사는 또한 영국의 의료를 도입시부터 자세히 설명했다.
1948년 영국에서 NHS(national health system)를 도입하려고 영국정부는 영국의사협회에게 평균임금을 보장해 줄 테니 공무원이 되라고 제안을 했는데, 찬반 투표결과 75%의 의사들이 자유를 포기하고 노예문서에 찬성표를 던졌으며 “영국의 의사들은 지금 정부의 노예로 전락해 버렸다.”고 말했다.
그 결과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돌아가 버리고 말았다. 2003년 4월현재 영국에는 약 1,250,000명의 환자들이 영국내 의료기관에서 수술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명진 이사는 “자유를 포기한 영국의 의사는 존경도 명예도, 부자도 되지 못하고, 가난하고 무책임한 근로자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다.”며 “지금 대한민국 의사들은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가난하고 비굴한 노예로 살 것인지, 아니면 정당한 수고의 대가를 보장받는 자유인으로 살 것 인지 결정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고 밝혔다.
이명진 이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사회주의 의료를 하려는 의도는 의사들을 관료주의적으로 컨트롤 하려는데 있다”며 “획일주의적 의료는 국민에게 선택권이 없으며 창의력이 없는 엄청난 비효율이 온다”고 경고했다.
또한 영국의료제도에 대해 “찬반투표 당시 영국정부에서는 통상적인 임금보다 높은 수준을 제시하는 사탕발림을 했는데, 이후 의사들에 대한 임금상승율이 인플레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영국은 의사직능에 대한 인센티브가 없어 의료발전이 되지 못하고 있으며, 낙후한 시설조차도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없이 방치해 놓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명진 이사는 “영국은 뒤늦게 이를 제도를 개선하고자 10% 정도 민간의료보험을 도입하고 있다. 의료는 공공재가 아니다. 공공의료도 예방은 가능하지만 치료는 안된다. 무모한 시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약뉴스 이창민 기자(mpman@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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