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비상을 거부하는 가파른 계단이라구요. 그러면서 신발을 예찬했나요? 신발 속에 신이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먼길을 가는 우리 인생, 신발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지난 가을( 벌써 그렇게 됐나요.)
단풍 사이로 화려한 신발 하나가 보입니다.
신발은, 신발의 주인공을 어느 신세계로 인도 할까요? 좋은 한 주 보내시기 바랍니다.
먼길
나의 신 속에 신이 살고 있다
이 먼 길을 내가 걸어오다니
어디에도 아는 길은 없었다
그냥 신을 신고 걸어왔을 뿐
처음 걷기를 배운 날부터
지상과 나 사이에는 신이 있어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뒤뚱거리며
여기까지 왔을 뿐
새들은 얼마나 가벼운 신을 신었을까
바람이나 강물은 또 무슨 신을 신었을까
아직도 나무뿌리처럼 지혜롭고 든든하지 못한
나의발이 살고 있는 신
이제 벗어도 될까, 강가에 앉아
저 물살 같은 자유를 배울 수는 없을까
생각해보지만
삶이란 비상을 거부하는
가파른 계단
나 오늘 이 먼곳에 와 비로소
두려운 이름 신이여!를 발음해본다
이리도 간절히 지상을 걷고 싶은
나의 신 속에 신이 살고 있다
-문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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