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청 첫 연찬회 긴장의 도가니

오후 3시 30분 예정된 시간보다 40분 일찍부터 사장들이 타워호텔에 속속 등장했다. 검은 승용차에서 내린 사장들의 얼굴표정은 긴장감이 돌았다. 이정석 의약품관리과장 곽병태 사무관 그리고 제약협 신석우 전무가 입구에서 사장들을 안내했다.
최근 막 취임한 D사 y사장은 K 상무의 안내를 받으며 입구에 맨 처음 들어섰다. "사장님이 직접 나오셨느냐"고 묻자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뒤이어 C사의 젊은 L사장이 도착했다. 그 역시 "사장님이 강의들으러 왔느냐"고 질문하자 "안오면 큰일 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또다른 D사의 U 대표 역시 직접 참석한 것에 대한 대답이 비슷했다.
I사의 L 대표, H사의 L 사장 또다른 P사의 K사장도 거의 같은 대답을 했다. 회사 대표가 직접 나온 것에 대한 불만의 기색이 엿보였다. 당초 사장외의 대리출석을 불허한다는 청의 방침이 알려지자 식약청이 제약사 사장들을 길들이기 위한 것이라는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왼쪽 가슴에 00제약사 000 이라는 패찰을 찬 제약사 사장들이 좌정하자 심창구 청장을 대신해 정연찬 차장이 인사말을 했다. 정차장은 사장들의 불편한 심기를 인식한듯 "식약청은 제약사를 괴롭히는 기관이 아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제약사와 청은 견제와 보완의 관계"임을 강조하면서 "제약사들이 현 수준으로 가면 상당한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장들의 얼굴빚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정차장은 "제약사의 품질관리에 심각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며 "이런 내용들은 사장들이 직접 들어야 한다"고 대리출석 불가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는 없다" 고 강조하고 "이 기회를 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며 "가혹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채칙의 효과가 없으면 안된다"고도 했다.
이어 의약품안전국 장준식 국장은 거제 백병원 주사제 사망사건을 예로 들면서 "이 사건은 제약사 품질관리에 허점을 드러내 신뢰를 상실하는 계기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정석 사무관은 "도매상 소분판매 금지, 도매상 시설기준 강화, 불량의약품 신고자 행정처분 면제, 일반약 대중광고완화" 등 제약업 발전을 위한 향후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연설 말미에 우리의 적(외자사를 지칭하는 듯)은 발빠르게 가는데 우리는 뒤쳐지고 있다"고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곽병태 사무관은 주사제 사건 이후 6개월간 111개 업소를 점검한 결과를 참담한 어조로 설명했다. 곽 사무관은 "중앙약사감시단을 발족해 점검한 결과 품질관리와 제조공정에 매우 심각한 문제가 모든 제약사에서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시정내용을 가방에 넣으면 꽉차는데 보여달라면 보여주고 싶은 심정"이라며 "2년 1회 실시하기로 한 정기약사 감시를 매년 1회 실시하겠다"고 언성을 높였다.
그는 "또 성실하게 약사감시 했으며 피감기관으로 부터 점심 한그릇 2500원짜리 얻어먹었을 뿐"이라며 "제약사들도 다른 방법으로 해결하지 말고 서로 예의를 지킬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장준식 국장은 당부의 말을 통해 "21세기는 다양성의 시대이며 품질 경쟁 시대이기 때문에 우수한 품질의 의약품을 생산한는 곳만이 경쟁력이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장국장은 "의약품 감시는 시민단체 식약청 제약단체가 하게 되는데 적발될 경우 어떤 변명도 할 수 없으므로 문제가 발생해 업소에 나가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엄청난 애기를 많이 들었다" 며 "이는 공무원만의 문제가 아닌 국가의 문제이기 때문에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하기도 했다.
제약협 신석우 전무는 "참석한 사장들에게 감사함을 표하고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다같이 노력하자"고 강조했다.
질의 응답도 있었는데 명인제약 이행명 사장과 한국파마 박재돈 사장은 대조약의 문제와 일반약 활성화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연찬회는 예정시간을 훨씬 넘긴 6섯시 이후에 끝났다. 사장들은 처음에는 괜히 왔다고 생각했다가 나중에는 참으로 잘 왔다고 여기는 듯 했다.
3시간 가까이 진행된 강의에 자리를 뜨는 사장은 한 두 명 정도 였으며 모두 숨소리조차 죽인채 식약청 관계자들의 말을 경청했다. 그들은 앞으로 약사감시가 매우 강화될 것이며 품질관리에 실패하면 21세기 제약업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절박한 과제를 안고 돌아갔다.
한편 식약청 관계자들은 매우 짜임새 있고 현실적인 교육으로 참석자들의 불만을 일시에 제거했으며 국내 제약사상 매우 의미있는 교육을 했다는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고 자평할 수 있게 됐다.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bgusp@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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