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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호랑이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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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호랑이는 안 된다
  • 의약뉴스
  • 승인 2010.0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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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庚寅)년. 12지간의 세 번째인 호랑이해가 되었다. 그것도 60년 만에 찾아 온 백호(白虎)라 한다.

호랑이는 무서운 동물이면서도 옛날이야기를 통해 우리와 친숙한 이웃처럼 여겨지는 동물이다.

할머니가 옛날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으며 가장 먼저 하시는 말씀도 ‘옛날 옛적 호랑이가 담배피던 시절에~’였다.

먹잇감을 찾아다니던 호랑이가 산골 외딴 초가집 앞에서 어린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고 침을 삼켰다. ‘자꾸 울면 호랑이가 온다’고 엄마가 겁을 주어도 울음을 멈추지 않았던 아이는 곶감을 준다는 말 한마디에 울음을 뚝 멈추었다.

자기보다 더 무서운 곶감이 초가집 안에 있다는 사실을 안 호랑이는 꽁지가 빠져라 줄행랑을 쳤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어린마음에도 호랑이는 순박한 동물이란 느낌이 들었다.

우리나라를 온 세계에 알리고 경제부흥의 계기가 된 88서울올림픽의 마스코트도 정감을 안겨주는 호돌이였다.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범은 곰과 함께 사람이 되기를 원했지만 인내심 부족으로 금기를 지키지 못해 실패했다는 전설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범은 영웅의 보호자이자 양육자이며 창업의 조력자로 부각되어 있다. 후백제를 세운 견훤이 유아 때의 일이다. 그의 아버지는 밭을 갈고 어머니는 밥을 내 가기 위해 견훤을 잠시 나무 아래 내버려 두었더니 범이 와서 젖을 먹였다는 기록이 있다.

범은 선택자인 신의 사자 또는 신 자체로 숭상되었다. 고려 태조의 5대조인 호경이 마을사람들과 함께 평나산에서 매사냥을 하다가 날이 저물어 굴속에서 밤을 피하게 되었다.

그때 범 한 마리가 굴 입구에 나타나 포효했다. 일행은 범이 자신들을 잡아먹으러 온 것을 알고 ‘관(모자)을 던져 잡힌 것의 임자가 희생자로 나가자’고 의견을 모았다.

범은 호경의 관(冠)을 잡았고 약속대로 호랑이의 먹이가 되기 위해 굴 밖으로 나왔다. 그러나 범은 보이지 않고 동굴이 무너져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죽었다.

범은 병귀나 사귀를 물리치는 힘이 있다고 믿어 호랑이 그림이나 호(虎)자 부적을 지니고 다녔고, 단오에 궁중에서는 쑥으로 만든 호랑이 인형을 나눠주었다고 한다.

말라리아 환자에게는 범고기를 삶아 먹이거나 범 그림을 등에 붙였다. 콜레라를 예방하기 위해 범 그림을 대문 입구에 붙이기도 했다. 독감에는 ‘범 왔다’는 소리를 세 번 외쳐서 도망가게 했다.

중국에서 호랑이는 악귀를 쫓을 수 있는 용맹의 상징이므로 대문 기둥에 호랑이 그림을 붙이거나 아이들에게 호랑이 동전을 쥐어주기도 한다.

호랑이에 관한 명언도 적지 않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호랑이굴에 가야 호랑이 새끼를 잡는다’는 속담은 값진 것을 소유하기 위해선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는 교훈을 의미한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는 말은 호랑이에 못지않게 인간은 이름을 남기라는 뜻을 간접적으로 전하고 있다.

재신(財神)은 검은 호랑이를 타고 다닌다는 중국 속담도 있다. 역경(易經)에는 ‘구름은 용을 따르고, 바람은 호랑이를 따른다’는 내용도 있다.

현몽하는 호랑이는 귀한 존재여서 ‘꿈속에 호랑이가 크게 울면 벼슬을 얻는다’거나 ‘꿈에 호랑이를 타면 악한 일이 없으며, 집 가운데로 들어오면 벼슬이 무거워진다’며 반기고 있다.

조선시대의 도자기에는 장수(長壽)를 상징하는 소나무, 기쁨을 상징하는 까치, 보은(報恩)을 상징하는 호랑이가 그려져 있다.

하지만 호랑이의 가장 큰 상징은 용맹성이다. 조선의 군대를 상징하는 대오방기 중 우영을 지휘하는 의장기에는 날개달린 백호가 사슴뿔을 양손에 들고 있다.

현대에는 맹호부대와 백호부대 등 호랑이를 상징하는 부대가 용맹을 떨치기도 했다.

그러나 종이호랑이어서는 안 된다. 실속이 없는 허풍을 뜻하기 때문이다.

경인년 새해는 종이호랑이가 아닌 진정한 호랑이의 기상을 이어받아 인천지역의 경제가 활활 타오르고 시민들의 소원이 만사형통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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