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5-04 06:13 (토)
가짜약사 진짜약사
상태바
가짜약사 진짜약사
  • 의약뉴스
  • 승인 2007.06.0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약준모의 가짜약사 추방운동 소식을 처음 접하는 순간 약사회나 사찰기관에서 조차도 엄두를 내지 못했던 난제를 직접 해결하겠다는 의지에 기대와 찬사를 보냈다.

가짜 약사가 활동하는 현장을 급습하여 당국에 고발 조치하는 등 행동으로 나서 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약준모의 계획은 대중이 이용하는 지하철이나 버스에 광고를 한다는 탁상론에 불과했다.

가짜 약사란 약사 면허증을 소지하지 않고 약국에서 약을 만지는 약사의 가족과 종업원을 총칭한다.

가짜 약사의 한계를 1차 적으로 전문 카운터로 한정한다는 소문도 들리지만 이것은 약사들만의 편리한 발상이다. 검찰. 경찰. 식약청. 보건소 등 단속 요원의 눈에는 약사의 가족이나 전문 카운터나 일맥상통으로 보일 뿐이다.

실제로 인천지역에서 가짜약사를 단속한 경찰은 약국 근처에 잠복했다가 약사의 부인이나 남편이 조제를 도와주기 위해 조제 약병을 옮기는 현장을 덮쳐 체포했다.

2인 이상의 약사들이 동업을 하거나 관리약사를 고용하는 것이 약준모 캠페인의 궁극적인 목적이라지만 비약사 종업원이나 가족이 근무하는 한, 약국 문을 여는 온종일 ‘비약사의 의약품 판매 및 조제’관련 약사법을 절대로 위반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약국이 몇 군데나 될까?

이런 이유로 나는 10여 년 전부터 감독 기관 책임자들을 만날 때마다 영세 약국의 경영상 애로점, 약사가 화장실을 가거나 식사를 하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어야 하는 등 어쩔 수 없는 현실을 강조하며 무리한 단속을 하지 말아 줄 것을 부탁해 왔다.

인천은 3년 전 경찰의 단속으로 전국에서 가장 큰 피해를 당한 지역이기에 나는 지부장 선거 당시 ‘대관 업무를 통한 회원 보호’를 첫 번째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다.

선거 참모와 약국 문을 열고 들어설 때마다 단속을 나온 경찰로 오해하고 상기된 표정으로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는 약사님들을 지켜보며 약국의 슬픈 현실을 한탄해야만 했다.

30분에서 두 시간 동안 경찰의 감시 차원을 넘어선 ‘수사’ 앞에 적발 당하지 않는 약국은 거의 없다. 그 경험이 있는 회원들은 당시의 악몽을 지금도 잊지 못할 것이며 운 좋게 넘어간 회원들은 대관업무를 중시하는 집행부를 성토하고 있다.

약국은 범죄인의 집단이 아닌 최고의 학식과 인격을 갖춘 집단이라는 이미지를 감독 기관과 국민들에게 심어주고 이제 겨우 악몽의 고통에서 뛰쳐나오려는 시기이다.

헌데 지하철이나 버스에 ‘가짜, 진짜 약사’ 운운하는 광고가 붙여져 있다면 ‘도대체 약국에 얼마나 가짜 약사가 판을 치고 있기에 이런 광고가 나돌까’ 하는 의구심이 감독기관과 국민들에게 팽배해져 약국은 또다시 단속 대상의 초점이 될 것이다.

감기약 처방을 두고 의사회와 한의사회가 치열한 전쟁을 치르는 현실을 지켜보며 약준모의 대중 광고전은 마치 약국의 치부를 드러내 흠집을 내려는 상대 이익단체의 의도를 대신해 주는 듯한 느낌이 든다.

분명히 말하지만 ‘죄 없는 자가 간음한 여인에게 돌을 던지라’는 성경구절처럼 ‘단속’ 이란 잣대 앞에 떳떳한 약국은 거의 없다. 하다못해 약국에 먼지가 있거나 약국 맨바닥에 드링크를 진열해 놓아도 약사법 위반이며 단순한 ‘경고’ 처분을 당해도 검찰에 기소되고 200만 원의 벌금을 부과 받는다.

평소 자신의 도덕성을 과시하던 약사도 일단 행정처분을 당하면 전과자가 되고 마약사범 낙인이 찍히면 해외 출국도 불가능해진다.

약준모의 이번 모험을 두고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알고 있다. 2월 18일에 있었던 인천지부 상임이사회의에서도 심도 깊은 토론을 펼친바 있다.

하지만 내부에서 문제 약국을 행정당국에 고발하는 자체사업이 아니라 시민들에게 고발하는 대외 홍보전이기에 비록 뜻은 좋지만 방법론에 있어서 우려를 표하는 분위기였으며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몇 가지 제안이 나왔다.

즉, ‘약국에 가시면 반드시 가운과 명찰을 단 약사님으로부터 복약지도를 받으십시오’라는 내용 외에 ‘가짜약사’든 ‘진짜약사’든 부정적인 단어는 절대로 사용하지 말아야 하고, ‘약국이 아닌 곳에서 약품을 구입하시면 건강을 해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추가로 삽입한다면 오히려 국민과 약사회원들로부터 환영을 받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약준모가 인천광역시약사회의 문구 수정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면 가운의 단추도 닫지 않은 불량스런 차림의 모델 아래 새겨진 약사회 마크와 ‘인천광역시약사회’란 명칭을 삭제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