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윤형 철조망을 보았다. 감격?에 겨워 손으로 도끼날 처럼 날카로운 철망을 만져봤다. 예나 지금이나 싸늘한 철사의 감촉이 느껴졌다.
무련 20여년만의 일이다. 내가 군대생활을 하던 80년대의 일이니. 그때 철원의 한 최전방에서 나는 지오피 철조망 작업에 투입됐다. 철조망을 3중으로 차단하는 일이었는데 그때 윤형 철조망을 처음 접했다.
그 전의 철조망은 두꺼운 철사에 또다른 철사를 감는 것이었다. 철사에 좀 찔려도 괜찮고 전투복에 걸려도 쉽게 뻴 수 있는 간단한 되감기형의 철사조각이 철조망 역할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최신형 윤형 철조망은 그 전것과는 확실히 달랐다.
철사 중간 중간에 이음새로 연결돼 있는 부분은 마치 날카로운 도끼날과 같아서 슬쩍 이라도 손을 잘못대면 피가 나기 일쑤이고 자칫 전투복에 걸리면 조심스럽게 제거하지 않을 경우 쭉 찢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종아리나 허벅지 살까지 파고 들었다.
그 윤형 철조망은 모든 철책 작업의 마지막 순서로 진행됐다. 철주를 세우고 철망을 치고 나사로 조이고 최종 상황에서 Y 자위에 윤형 철조망을 올려 놓는 것이다. 긴 장대를 이용해 여럿이 철망을 들어 올리는 작업은 상당히 위험했다.
하지만 일단 Y 자 위에 올려진 완성된 철책을 보면 참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남북 방송이 또렷이 들리고 상대방 지피가 코 앞에 있는데도 이런 감상이 드는 것은 철책작업이 예술적이기 까지 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윤형철조망의 자태는 아름다웠다. 몸매는 S라인은 저리 가라다.
등산 중 우연히 이 윤형철조망을 봤으니 감개가 아니 무량하겠는가. 그런데 누가 왜 이 철조망을 야산을 쳤는지 참! 의문이다.
철망으로 무엇을 지키려고 한 걸까. 행여 타인들은 이 철조망의 위력을 알고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