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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예술 경지 이른 춤, 생의 열기가 ‘후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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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예술 경지 이른 춤, 생의 열기가 ‘후끈’
  • 의약뉴스
  • 승인 2007.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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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
▲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

서울 주변 거의 모든 대극장에서 뮤지컬의 막이 오르는 추세를 반영하듯 국립극장 대극장(해오름)도 뮤지컬로 새해를 열었다.

영국 인터내셔널투어 팀의 <토요일 밤의 열기>(1998년 초연)가 그것이다. 국립극장의 선택으로서는 적절해보이지 않지만 작품은 깔끔하고 산뜻한 팝뮤지컬의 정수를 보여준다.

공연은 주인공 토니(션 뮬리간)의 그 유명한 ‘하늘을 찌르는 디스코 자세’에서 출발한다. 초반부터 현란한 춤과 노래의 리듬으로 객석을 들썩이게 해, 스탠딩 콘서트를 해야 하지 않을까 할 정도다.

뮤지컬 <맘마미아>(1999년 초연)가 아바 음악을 회생시켰다면 이 작품은 1977년작 같은 이름 영화를 뮤지컬로 환생시키면서 1970년대 뉴욕 브루클린 젊은이들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한다.

‘나이트 피버’, ‘스테잉 얼라이브’ 같은 비지스의 음악은 여전히 매력적이며 이 뮤지컬을 위해 새로 삽입한 곡 ‘이모탤리티(불멸)’는 애수의 분위기를 더한다.

1막은 춤과 노래로 분위기를 이끌고 2막에서 본격적인 드라마를 보여주는 이 뮤지컬의 전략은 흥과 감동의 조화라는 면에서 매우 효과적이다.

춤에 취한 주인공 토니의 이야기를 주플롯으로, 그의 주위에서 출몰하는 방황하는 젊은 영혼들의 이야기를 서브플롯으로 활용한 구조는 뮤지컬의 달콤함을 무너뜨리지 않으면서 진지함을 유지하는 고차원의 작법이다.

<이유없는 반항>의 후예라 할 70년대 디스코 청년 토니 마네로, 뮤지컬은 그의 반영웅적이면서도 영웅적인 면모와 함께 삶의 굴곡을 넘는다.

이 뮤지컬에서 춤은 몸의 고뇌와 열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순수 형식이다. 그룹허슬과 라틴허슬로 연결되는 배우들의 움직임은 전체적으로 매우 섹슈얼하다.

그러나 그들의 몸은 춤에 대해 엄격하기 짝이 없다. 그것은 관객에게 섹스어필하려는 움직임이 아니라 예술의 경지에 오른 몸의 아름다움이 순간과 견주는 행위다.

생음악 반주 속에 부각되는 배우들의 몸은 (분명 ‘부위별로’ 단련하진 않았으리라) 깎은 듯 아름답진 않지만 솟아오르는 에너지로 가득 차있다.

정신없이 흘러가는 스토리를 따라가느라 배우들의 환상적인 춤을 놓치고 싶지 않다면 내용을 미리 알고 가는 편이 좋다.

공연의 빠른 리듬에 몸을 맡기다 보면 어느 순간 깨닫게 될 것이다. <토요일 밤의 열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춤출 수밖에 없는 생의 열기라는 것을. 3월 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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