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통 의사가 되고 싶은 이유는 ‘의술로 인류에 공헌’하거나 ‘존경과 부를 누리기 위해서’이기 쉽다.
하지만 경기도 남양주의 현대병원 김부섭원장(정형외과 전문의) 은 다르다. 그 이유가 바로 ‘사람을 알고 싶어서’였기 때문이다. 구조를 알면 사람을 더 잘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의대에 간 그는 좀 다른 길을 걸어야 했다. 의사로서 새로운 시각을 가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김부섭원장은 의대에서 존경하는 의사를 만났다.
철학자가 될 뻔한 의사
해부학교실에서 열정적으로 강의를 하던 나세진교수가 그 사람이다. 사망하기 전해까지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늦게까지 강의를 나교수의 마지막 수강생이었던 그는 나교수에게 의사로서, 의학자로서 사는 법을 배웠다.
또 한사람의 스승인 정현묵교수도 슬관절학회 회장까지 하면서 60이 넘은 나이에도 열정적인 강의로 의사의 길을 가르쳐준 사람이다.
환자와 의사 사이에는 벽이 없어야 한다
김원장은 “의사는 봉사하는 마음을 가져야한다”며 “하나의 초처럼 자기 주변을 밝히되 욕심을 부려 세상 모두를 밝히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의사가 권위를 가지고 환자위에서 내려다보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김원장은 말했다. 환자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진실된 마음으로 대하면 환자와 의사는 한 식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김원장의 생각이다.
김원장은 그래서 환자와 30분가량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영국의 의료제도를 무척이나 부러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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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체장애우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현대병원 사람들 | ||
환자와 의사 사이에 경제와 권위의 벽을 없애야 진정하게 인간적인 신뢰가 쌓인다는 김원장은 현대병원이 그런 병원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벽이 있으면 의사가 환자를 위한 최선의 진료를 해도 환자가 선의로 받아들이지 않고 의사도 환자의 눈치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87년 의사면허를 딴 뒤 많은 환자를 대했고 수많은 수술을 했지만 그에게 기억이 남는 사람은 대단한 선물을 준 사람이 아니다. 95년 고관절을 수술을 한 할머니가 있었다.
그 할머니의 보호자인 할아버지가 김원장에게 “선하게 대해줘서 고맙소”라고 인사를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김원장은 자신의 마음을 알아준 것 같아 무척 기뻤다고 한다.
병으로 부서질 수 있는 환자의 삶을 다시 회복시켜주고 환자와 교감하는 것만으로도 그는 충분히 의사로서 삶의 기쁨을 누리고 있다.
그의 이러한 철학은 봉사활동에서도 드러난다. 의사의 봉사활동이라면 흔히 의료봉사를 생각하지만 김원장은 비의료인들처럼 함께 부대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지체장애우들을 씻어주고 손톱, 발톱을 깎아 주다보면 그 사람들과 더 진실되고 가까운 관계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도 함께 하는 봉사활동 속에서 더 많이 배우고 성숙하고 있다.
지역밀착형 병원
9년 전 남양주에 자리를 잡으면서 김원장은 ‘지역주민의 의료수요에 부응하는 의료서비스’를 내세웠다. 그래서 의원을 개원할 때부터 내과를 함께 열었다.
다소 고립된 지역 특성상 다양한 과목의 진료수요가 있었고 이에 부응하기 위해 2002년 1월 현대병원을 열었다. 현재는 약 200병상의 병원급으로 돼 있지만 그 시설은 종합병원 못지않다.
아픈 몸으로 먼 거리를 진료 받으러 가야 되는 지역주민들을 고려해서다. 김원장은 앞으로 급성기병상을 200병상 확대하고 장기요양병상을 400병상 확보해 경기북부 정상급의 병원을 만들 구상을 하고 있다.
1998년 현대정형외과내과의원을 개원할 당시 IMF의 여파가 거세던 상황이라 쉽지 않았다. 하지만 진료외의 다른 분야에 눈 돌리지 않고 병원에 모두 재투자를 하면서 빠르게 지역에서 자리를 잡았다.
지역사회와의 관계도 무척 중요한 병원 업무다. 지역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복지시설에 의료봉사를 가는 것은 기본이다. 김원장이 더 중요하게 보고 있는 것은 인생을 통한 후원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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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병원 전경. | ||
고아들을 일회성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만나고 밥도 같이 해먹으며 친분을 높이고 인생에 대한 상담도 해주는 그런 관계를 김원장은 현대병원의 과장급 의사들과 함께 하고 있다.
직원들에 대한 배려도 남다르다. 직원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직장으로 만들어 주기 위해 대학병원에 가까운 대우와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직원이 자긍심을 가져야 환자들에게 제대로 봉사하기 때문이다.
지역의 작은 병원이지만 의료기관으로서 정석을 가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김부섭원장은 지킬 것은 지키면서 부족하지 않게 살 수 있다는 것을 현대병원에서 보여주려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