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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현실과 어떻게 관계 맺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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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현실과 어떻게 관계 맺는가
  • 의약뉴스
  • 승인 2006.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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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실험과 영화 <천군>
▲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소재로 한 영화 <천군>

결국 우려가 현실이 되고 말았다. 북한은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한반도 비핵화에 큰 충격을 주었다.

국제 여론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유엔은 매우 강도 높은 제재를 거론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이 북한을 비난하는 것은 물론이고 중국까지도 비난하고 나섰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하면, 중국이 북한을 비난하는 것은 그리 이상하지 않다.

중국은 북한 정권이 무너져 혼란에 휩싸이면, 고구려가 중국의 지방이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북한에 영향력을 미치려 할 것이다. 간도의 조선족 자치 문화를 초토화시키고 백두산을 중국의 영산으로 꾸미는 작업에 치중하는 것도 모두 이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핵을 보유하게 되면 중국의 손아귀를 벗어나기 때문에 중국으로서도 북핵을 비난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핵을 북한도 가지게 됨으로써 동등한 지위를 요구할 수도 있다는 부담감도 작용했을 것이다.

남한 정부도 북한을 어느 때보다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햇볕정책의 전면적 수정을 거론하고 있는 실정이다.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비료 지원, 수해 시멘트 지원 등 거의 모든 정책을 전면적으로 수정 할 수도 있다.

핵실험을 실시한 상태에서는 북한에 대한 남한의 태도가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한의 보수주의자들은 당장이라도 북한이 핵미사일을 남한에 발사할 것처럼 호들갑을 떤다.

결국 북한은 철저하게 고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더 이상 그들에게 우방은 없다. 믿었던 중국도, 옛 동지 러시아도, 같은 민족인 남한도 등을 돌릴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북한의 선택은 무엇일까? 그리고 미국의 선택은 무엇일까? 미국은 북한의 핵시설에 선제공격을 단행함으로써 우리가 이라크전에서 익히 보아왔던, 컴퓨터게임 같은 전쟁을 벌일 것인가? 그렇다면 우리는 그런 컴퓨터게임 같은 전쟁을 보면서 가상과 현실의 의문에 빠질 것인가, 아니면 서울이 불바다가 될 것 같은 위기감의 리얼리티에 휩싸일 것인가?  

세상은 점점 영화처럼 되어간다. 아니, 세상이 영화와 비슷해진다. 영화의 스펙터클 같은 일을 이미 여러 번 겪은 한국에서는 더욱 그렇다. 대낮에 백화점이 무너지고, 멀쩡하던 다리가 출근길에 끊기고, 지하철에서 불이 나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나라 아닌가. 영화 속의 스펙터클보다 더 스펙터클한 사건이 현실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굳이 이런 스펙터클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영화는 세상과 밀접한 관련을 지니고 있다. 영화는 분명 현실을 반영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영화는 현실보다 앞서간다. 현실에서 일어날만한 사건을 극적(劇的)으로 포장해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 모으는 것이다. 여기에 스타가 더해지면서 영화는 판타지로 변모한다. 중요한 것은 현실과 관련 없는 소재는 결코 영화화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이미 여러 번 위기를 불러온 상황에서 이것을 소재로 한 영화는 없는 것일까? 한국영화가 엄청난 산업적 팽창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처럼 긴박감 넘치면서도 현실적이고,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소재를 영화화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이상할 수 있다.

그렇다. 이미 영화화한 적이 있다. <천군>이 바로 문제의 영화다. 어떻게 보면, 영화인들의 시대를 읽는 감각은 참으로 탁월한 것 같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이 영화를 기억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박중훈, 황정민, 김승우, 공효진 등 충무로의 내로라하는 스타가 네 명이나 출연했음에도 불구하고 흥행에서 초토화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어떤 영화였기에 이토록 처참하게 흥행에 실패한 것인가? 내용은 이렇다.
 
남북한 공동으로 극비리에 개발한 핵무기 비격진천뢰가 미국측에 양도되기로 결정된다. 미국이 한반도가 핵무기를 지니고 있는 것을 찬성하지 않기 때문에 강대국의 압력에 굴복한 것이다.

그러나 불만을 품은 북한장교 강민길(김승우 분)은 핵물리학자 김수연(공효진 분)을 납치, 비격진천뢰를 연구소에서 빼내 탈출을 시도한다. 이때 그들을 추적하던 남한장교 박정우(황정민) 일행까지 압록강에서 회오리 돌풍과 함께 사라진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여진족과 싸움이 한창인 조선의 변방이다. 혜성을 통해 시간이동을 한 것이다. 최첨단 무기로 적을 물리친 그들은 비격진천뢰를 찾는데, 그때 그들과 마주친 사내가 있었으니 바로 청년 이순신이었다.

이제부터 일행은 이순신과의 한바탕 소란과, 여진족과의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는데, 과연 그들은 무사히 현대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인가. 이후 내용이 궁금한 사람은 비디오가 출시되었으니 보시면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남북이 함께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영화에는 그 배경이 뚜렷이 드러나 있지 않지만, 과거에서 여진족과 싸우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미국, 러시아, 일본, 중국을 모두 견제하려는 민족주의 냄새가 강하게 풍긴다. 4강의 틈바구니에서 민족의 평화와 자주를 지키는 길은 핵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남한은 미국측에 핵무기를 양도하는 것에 찬성하고, 다만 북한의 일부 과격분자들이 몰래 빼내는 것으로 되어 있다.  

영화적 상황을 지금의 한반도 정황과 비교하면 놀랄 만큼 비슷하다. 북한은 한반도의 평화와 자주를 위해 핵개발을 했다고 한다. 남한은 겉으로는 미국의 전략에 찬성하면서 비핵화를 주장한다. 그렇지만 호시탐탐 한반도를 노리는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군국주의화에 대해서는 겁을 내고 있다.

일본은 어떤가? 핵폭탄을 맞아본 경험이 있는 나라답게 북한이 대포동미사일에 핵을 장착해 발사할 것이라는 위기를 국내에 고조시키고, 국제사회에서도 가장 강한 반발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 북핵을 핑계로 자위대의 정식 군대화는 물론이고 일본의 핵무기 개발도 추진할 것이다. 중국의 야심은 거론할 필요도 없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남한의 선택이다. 영화에서처럼, 기본적으로는 비핵화를 주장해야 하기 때문에 핵을 미국에 넘겨주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미국의 절대적인 영향력 하에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또는 미국의 힘을 빌어 중국을 견제한다는 논리로 그렇게 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그런데 과연 그 길이 진정한 자주의 길인가라고 물으면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다.

그것은 미국에 예속된 분단의 길이며, 분단극복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스위스처럼 중립국이 아닌 상황에서, 핵을 가지고 있는 미국, 중국, 러시아의 틈바구니에서 살아갈 길은 무엇보다 강한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굳이 핵무기를 소장해야 하는가, 아니면 핵무기를 버려야 하는가? 핵무기를 버려야 한다고 주장하면 평화주의자이며 현실주의자가 되지만, 민족의 자립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핵무기를 소장하자고 주장하면 당장 한반도의 전쟁 위험이 뒤따른다.

여기서 딜레마에 빠진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영화는 핵무기를 개발하지만 결국 폐기하는 방향으로 나간다. 현실은 어떻게 될 것인가? 북한과 남한이 영화처럼 친하지도 않고, 미국과 중국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이제 공은 북한과 미국으로 넘어갔다(이번에도 남한은 할 일이 없는 것인가!).   
   
기본적으로 나는 핵을 반대하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의 핵실험에 찬성하지 않는다. 그러나 북한의 핵실험을 반대하는 미국과 중국의 입장도 이해하기 어렵다.

자신들은 핵을 가지고 있으면서 약소국은 핵을 가지지 못하게 하는 것이 형평에 어긋난다. 특히 미국은 이스라엘과 인도의 핵실험은 용인했다. 지구상에 있는 모든 핵을 폐기하는 자구적 노력을 미국부터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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