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어 사전을 끼고 살았던 적이 있었다.
아는 것의 즐거움을 한창 느껴가던 대학시절 이었을 것이다. 얼마나 자주 봤던지 질긴 가죽 껍질 표지가 닳아 국어사전이라는 제목이 흐려지기 까지 했을까.
그런데 어느 시점에서 인가 사전을 펴보지 않게 됐다. 그 사전은 지금 먼지를 뒤집어 쓰고 책상 밑의 한 구석에 쳐박혀 있다. 청소를 하다가 낯익을 사전을 펼쳐 들고 한 참을 뒤적였다.
이런저런 단어에 밑줄친 흔적이 있고 나는 잠시동안 내 젊은날의 과거속으로 빠져 들었다. 그랬었구나... 나는 책상위에 있는 노트북에 눈길이 가자 애지중지 하던 국어사전이 내팽겨진 이유를 금새 깨닫았다.
시간은 살처럼 흐른다더니 선현들의 말씀은 거짖이 없다. 청소를 끝낸 나는 쇼파에 큰 대자로 누워 여기저기 아무대나 사전을 펼쳐 보면서 나른한 오후의 시간을 무료하지 않게 보냈다.
펼쳐 보시라... 국어사전 속에 젊은 날의 자신의 모습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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