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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덕수궁 돌담길 비둘기 죽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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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덕수궁 돌담길 비둘기 죽어가고 있다
  • 의약뉴스
  • 승인 2006.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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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볕이 따스한 어느 날. 나는 덕수궁 돌담길에서 점심 약속한 사람을 기다리면서 행인들을 관찰했다.

하늘은 파랗고 바람은 제법 살랑댔다. 반쯤 입을 열고 적당히 웃으면서 길가를 보다가 어느 한 곳에 시선이 멈춰섰다. 그곳에는 죽어 자빠진 도시 비둘기 한마리가 있었다.

정확한 표현은 막 죽으려는 비둘기 였다. 입은 반쯤 벌리고 숨을 헐떡였다. 마지막 안간힘을 쓰는 심장의 박동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나는 약속한 사람을 만나는 10여분 동안 계속해서 비둘기를 보았다.

심장은 더욱 가쁘고 입은 점점 움추러 들었다. 곧 죽을 것 같았다. 그러나 좀처럼 숨은 끊어지지 않았다. 나는 괴로워 하는 비둘기를 보면서 차라리 발로 확 밟아 죽여 버릴까 하는 생각을 했다.

어쩌피 죽을 목숨 편하게 죽으라는 뜻에서다. 그러다가 문득 안락사를 생각했다. 너무 고통 스러워 죽고 싶은데 죽지 못하는 인간은 얼마나 고통 스러울까 생각했다. 비둘기의 죽음과 안락사를 생각하게 하는 어느 가을 날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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