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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름판의 새로운 강자, 마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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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름판의 새로운 강자, 마돈나
  • 의약뉴스
  • 승인 2006.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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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과 갈등을 겪는 10대 감수성 예리하게 포착

요즘 씨름판이 수상하다. 왕년의 ‘천하장사’ 이만기의 씨름협회 영구제명 때문이 아니다. 씨름판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유망주 오동구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이해영 감독과 이해준 감독이 공동으로 연출한 ‘천하장사 마돈나’는 그 제목부터가 무척이나 흥미진진하다. 강인한 남성성의 최정상인 천하장사와 아름다운 여성성의 절정인 마돈나라는 두 단어의 부조리한 조합이 바로 ‘천하장사 마돈나’이기 때문이다.

천하장사가 되고픈 마돈나인가? 아니면 마돈나를 꿈꾸는 천하장사인가?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영화 속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다소 둔해 보이는 뚱뚱한 몸매의 소유자인 주인공 오동구(류덕환 분)는 그러나 마음만은 여리디 여린 10대 소녀인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다. 세상근심 없어 보이는 그의 해맑은 미소의 이면에는 그러나 깊은 고민의 그림자가 드리워져있다.

여자의 마음에 걸 맞는 여자의 육체를 갖는 것이 그의 유일한 희망사항이 된지 오래다. 요컨대 ‘진짜’ 여자로 거듭나고 싶은 것. 그것도 평소 이상형이라고 생각해온 마돈나처럼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추는 완벽한 여자가 되는 것이 바로 오동구의 소망이다.

과연 오동구는 그 소망을 어떻게 실현시킬 것인가? 어떻게 하긴? 수술하면 간단히 해결되는 걸. 수술비는 500만원. 고딩이 당장 그 많은 돈을 어떻게 구할 수 있겠는가? 바로 그 순간 ‘인천시 배 고등부 씨름대회’를 알리는 공고가 뜨고, 우승자에게는 장학금 500만원을 부상으로 준다지 않는가?

돈이 궁한 오동구에게는 그야말로 하늘이 주신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씨름부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그가 어떻게 대회에 참가하여 우승까지 거머쥐겠는가?

사실 여기까지 이 영화는 여느 성장영화가 다 그렇듯이 일정하게 장르적인 관습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 듯 여겨진다. 극중 주인공이 커다란 시합을 눈앞에 두고 있을 때 결과는 능히 예측될 수 있다.

온갖 역경을 극복하고 최후의 승자가 되거나 아니면 안타깝게도 우승의 문턱에서 좌절하지만, 우승 자체보다 더욱 값진 인간애를 깨닫는다는 설정이외에 달리 해결책이 있겠는가?

사실 이 영화의 제목에 이미 결론이 함축되어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천하장사란 마돈나의 꿈을 이루기 위한 방편일 따름이기 때문이다. 간절히 원하는 사람들에게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하지 않던가?

‘천하장사 마돈나’는 성적 정체성의 문제로 혼란과 갈등을 겪고 있는 10대의 감수성을 나름대로 예리하게 포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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