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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5-07-18 12:13 (금)
의료계 안팎 과도한 사법리스크에 반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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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안팎 과도한 사법리스크에 반발 확산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5.02.28 1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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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 열상환자 사망사건 등 의사책임 묻는 사례 반복...정치권도 문제 인식

[의약뉴스]

재판으로 가선 안 될 사건들이 재판으로 가고 있다

최근 대구에서 발생한 이마 열상 환자 사망 사건 등 응급의학과 관련된 사건에서 의사의 책임을 묻는 상황이 반복되자 의료계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해 4월 대구 A정신병원에서 관자놀이 부위 열상을 입은 환자가 치료받을 응급실을 찾지 못해 숨진 사건이 발행했다.

▲ 응급의학과 관련된 사건들이 의사의 책임을 묻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에 의료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 응급의학과 관련된 사건들이 의사의 책임을 묻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에 의료계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사건을 조사한 대구경찰청은 지난달 22일 지역 종합병원 1곳과 상급종합병원 2곳에 근무하는 의료진 6명을 응급의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그러나 대구지방검찰청은 지난 22일 해당 사건에 대해 보완수사요구 결정을 내렸다.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 결정에 응급의학회 이경원 공보이사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응급의료법 상 진료 거부의 정당한 사유 지침마저 무시하고, 과도한 경찰의 수사를 통해 응급의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문제는 이처럼 응급의학과에서 발생한 사망에 의사의 법적 책임을 묻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

이와 관련,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2021년도에 의사회에서 반대했던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문제"라며 "당시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의료를 거부하지 못하고 명문화한 것이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던 이유가 바로 이 때문으로, 결국 법적으로 해석하면 응급환자를 수용하지 않은 의료진이 잘못한 것이라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민사소송이든, 형사소송이든 판사 앞으로 가선 안 되는 사건들이 자꾸 판사 앞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라며 “판사 입장에선 사건이 왔으니 판결을 내릴 수밖에 없고, 일부는 긍정적인, 일부는 부정적인 판결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의료소송에 대한 법원의 판결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 사실관계를 파악해 옳고 그름에 대해 판단하는 것이 사법정의임에도, 의료소송에 대해선 사회에서 요구하는 가치판단이 반영되는 것 같다"면서 "그래서 사회에서 요구하는 방향으로 판결을 내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료계에선 과도한 법적책임이 필수의료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며 “법원이 이런 비판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판결을 내릴 때 가치판단에 의해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도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선 의사의 법적 소송 위험을 줄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대구 사건과 함께 아주대병원 외상센터 의료진을 폭행한 환자 보호자에게 단순 폭행죄가 적용된 사건을 언급했다.

이 의원은 “일부 언론이 진료 거부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적절치 않다”며 “응급실에 인력과 장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마땅한 처치를 받을 수 있는 다른 병원으로 전원 조치하는 것은 의료진으로선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밤새 다른 중환자를 돌봤을 응급실 의사가 얼굴조차 본 적 없는 환자 때문에 형사적 절차에 고통받고 범죄자가 될 상황에 처했다"면서 "이 것이 지금 우리 사회의 현주소로, 이 정도면 의사 적대 국가”라고 쓴소리를 던졌다.

또한 “서울아산병원에서 간호사가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졌는데 개두술이 가능한 전문의가 없어 사망한 사건이 3년 전에 있었다”며 “국내 최대 규모라는 병원이 그런 정도인데 중소병원이나 지방병원의 사정은 가히 참혹할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대정원을 갑자기 수천 명 늘린다고 중증ㆍ응급ㆍ소아ㆍ분만 등 필수 분야 의료인력이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걸핏하면 의사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묻고 멱살을 잡는 나라에서 어느 누가 위험은 높고 보상은 작은 분야에 선뜻 지원하려 하겠나”라고 힐난했다.

위중한 환자를 살려보겠다고 달려들었다가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은 국가에서 의료의 미래는 없다는 쓴소리다.
 
이 의원은 “비행기를 탈 때마다 우리는 스쳐지나가지만 안내 방송에선 주변의 노약자나 어린아이가 산소마스크를 쓰는 것을 도와주기 전에 본인의 산소마스크를 먼저 착용하라고 명확하게 설명해준다”며 “의사가 스스로 형사처벌의 위협에서 자유로울 때 의술을 맘껏 펼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어 “의사를 비롯한 의료진에게 과도한 책임을 지우는 각종 규제와 처벌의 지뢰밭부터 걷어내야 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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