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의협이 종합병원에 대한 외부감사 의무화 등을 규정한 의료법 개정안에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라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회장 김택우)는 최근 상임이사회를 열고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이 발의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논의했다.
김 의원은 현행 의료법에서 병원급 의료기관(100병상 이상) 개설자에게 의무적으로 의료기관 회계기준을 준수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준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외부 회계감사에 대해서는 의무 규정이 없어 투명성 확보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상급종합병원을 대상으로 당기순이익 중 고유목적사업준비금전입액을 분석한 결과. 6조 3178억원(6년 누적 합산)으로 당기순이익의 89.8%에 달했다는 것이 김 의원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의료기관 회계기준 규칙에서는 의료기관이 고유목적사업준비금 전입액, 환입액, 그리고 법인으로 전출한 고유목적사업비의 규모만 확인할 수 있을 뿐, 실제로 이 기금이 고유목적사업에 적절하게 사용되고 있는지 보건복지부가 직접 검증하는 것은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에 김 의원은 ▲의료기관 회계기준 적용 대상 중 종합병원에 외부 회계감사를 의무화하고,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의 사용 세부내용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제출하도록 의무화하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김윤 의원은 “의료기관의 수익 대부분이 국민건강보험 재정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의료기관의 재정 투명성을 확보하고 국민적 신뢰를 강화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법안 발의 취지를 밝혔다.
김 의원의 개정안에 대해 의협은 산하 단체들의 의견을 수렴,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
의협은 “병원급 의료기관은 2020년부터 의료기관 회계기준 규칙에 따라 보건복지부에 결산서류를 제출하고 있으며, 의료법인은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공시 의무도 부담 중”이라며 “일정 규모 이상 의료기관은 회계를 투명하게 운영하고 있음에도 외부감사를 의무화하고, 고유목적사업준비금 사용 내역을 국가에 제출하도록 법률로 규정하는 것은 개인이 설립한 민간시설에 대한 국가의 지나친 개입이자 과도한 규제 입법”이라고 지적했다.
실례로 법적 근거에 따라 설립된 종합병원은 설립 주체에 따른 개별 법률에서 별도의 회계관리에 관한 규정을 두고 외부감사 의무를 부여하고 있으며, 이 외에도 국립대병원, 국립암센터 등 특수법인병원, 사회복지법인 설립 병원 등도 외부 감사에 대한 근거를 두고 있어 대학병원급 의료기관의 대부분은 이미 외부 회계감사를 도입해 회계 투명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민간이 설립한 의료기관 역시 100병상 이상의 모든 종합병원은 현행 의료법 및 의료기관 회계기준 규칙에 따라 복지부 장관에게 회계서류를 제출해야 하고,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 공시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더해 의료기관 회계기준 운영 업무 위탁 내용 등 고시에 따라 의료기관 회계기준 운영 업무를 위탁하고 있는 보건산업진흥원에서는 의료기관에서 제출한 회계자료를 수집ㆍ검토, 분석하고 있어 이미 민간이 설립한 의료기관이라 할지라도 충분한 회계관리가 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의협은 “개정안과 같이 추가로 외부회계감사제도를 의무화해 국가에 제출하도록 하는 것은 민간시설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라며 “기존 법령으로도 투명한 회계관리가 이뤄지고 있으며 이익금은 기관설비나 인적자원 등을 발전시키는데 재투자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역설했다.
뿐만 아니라 “의료기관 회계분야는 일부 계정과목의 처리에 있어 일반 기업회계와는 다른 특수성이 있다”며 “업무의 난이도가 높아 임금 및 인력난 등의 고용부담이 크며, 실제 회계 전담부서나 전담자가 없는 경우 결산 등의 회계관리조차 외부 위탁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이 가운데 “지원방안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이번 개정안과 같이 의료기관의 의무만을 강화한다면 규모가 작은 의료기관일수록 행정적ㆍ경제적 어려움을 더욱 호소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결국 중소병원의 몰락으로 이어져 우리나라 의료인프라 훼손 및 의료 질 하락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대한병원협회(회장 이성규)도 종합병원에 대한 외부감사 의무화와 주기적인 감사인 지정 및 사후 감리 도입에 대해 불필요하며, 과도한 입법이라고 반대입장을 밝혔다.
병협은 “비영리법인에 대한 외부 감사는 병원별 설립 근거에 따른 소관 법령 등을 통해 외부 감사 등이 이뤄지고 있어 개정이 불필요하다”며 “학교법인이 운영하는 병원의 경우 사립학교법에 따라 외부감사가 의무화돼 있고, 의료법인이나 사회복지법인 운영 병원도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상의 공익법인 등에 해당돼 공익법인에 준하는 강화된 회계 및 세무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개인이 설립한 종합병원의 경우,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금 등을 운용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부 회계감사 의무를 부여하려는 것은 과도한 입법이라는 게 병협의 설명이다.
병협은 “고유목적사업준비금 사용과 관련해 세부내용 제출에 대해서도 현행 법인세법 및 조세특례제한법에 규정돼 있는 모든 비영리 내국법인을 대상으로 철저하게 관리, 운영되고 있어 의료법을 통해 이중적으로 관리 감독 하려는 것은 법체계상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은 각 법인의 고유목적사업으로 사용범위가 명확히 제한돼 있고, 국세청에 의해 엄격히 관리되고 있어 동일한 서류를 별도로 제출토록 하는 것은 이중 부담”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병협은 “국가와 지역사회에 공공재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국민과 지역주민의 삶의 질 제고에 큰 공헌을 하는 의료기관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보는 것과 다름없는 과도한 입법”이라며 “개정법률안은 반대”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