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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폭력 피해자 사망 사건에 의료과실 인정, 의료계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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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폭력 피해자 사망 사건에 의료과실 인정, 의료계 반발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5.02.08 0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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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고법, 의사ㆍ병원에 배상 명령...의료계 “응급의료 위축” 규탄

[의약뉴스] 데이트폭력 피해자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 법원이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 손해배상을 해야한다고 판결하자 의료계가 들끓고 있다.

광주고등법원은 최근 데이트폭력 피해자 유족이 가해자와 의료진, 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유족들의 손을 들어 가해자와 의료진, 병원이 공동으로 4억 4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 데이트폭력 피해자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 법원이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 손해배상을 해야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의료계가 강하게 규탄했다.
▲ 데이트폭력 피해자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 법원이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 손해배상을 해야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의료계가 강하게 규탄했다.

사망한 피해자 A씨는 지난 2017년 10월 남자친구인 가해자 B씨에게 밀려 넘어지면서 경막외출혈 등 상해를 입었다.

A씨는 전남대병원으로 이송돼 응급 혈종 제거 수술을 받기로 했으나 준비 과정에 중심정맥관 관통상을 입어 숨졌다.

법원은 중심정맥관 삽입을 맡은 마취통증의학과 전공의의 과실로 A씨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판단,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면서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법원의 선고 이후 의료계에선 판결을 규탄하는 성명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회장 이형민)는 7일 성명을 통해 “피해자 치료에 적극 참여한 의료진을 폭력가해자와 동일한 범죄자로 취급한 법원의 판결에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특히 의사회는 “폭행으로 응급 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의 뇌출혈 환자라면 사망 가능성이 있는 중증환자로, 이를 초래한 것은 당연히 가해자”라며 “응급처치와 수술을 준비한 의료진에게 피해자 사망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면, 의료진을 만나지 않았다면 살았을 것이라는 전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중심정맥 삽입은 혈압이 불안정한 환자에 반드시 필요한 술기로, 모든 술기에는 위험성이 함께 존재하며 이러한 위험을 감안하고라도 필요한 경우 시행하는 것”이라며 “법원의 논리대로라면 중심정맥을 잡지 않아 수술 중 혈압이 떨어져 사망한 경우에도 역시 똑같이 의료진에 책임을 물었을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뿐만 아니라 “설명의무 위반 책임도 그들만의 잣대로, 설명의 의무를 엄격하게 적용한다면 응급실의 복통환자에게 사망 가능성부터 4000가지 병명을 다 설명하라는 것”이라면서 “모든 술기와 처치는 위험성과 합병증을 동반한하며, 어쩔 수 없이 벌어진 문제를 법원이 처벌한다면 위험하고 합병증이 예상되는 모든 환자가 어떤 의료기관에서도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된다”고 힐난했다.

나아가 이들은 “비전문가 법원이 마음대로 휘두른 판결의 칼날은 의료계에 대한 또 다른 처단이고 치료 포기를 종용하는 지름길”이라 성토했다.

성남시의사회(회장 김경태)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이 판결을 규탄했다.

의사회는 “이번 판결은 응급의료 현장에서 최선을 다한 의료진이 예측할 수 없는 의료사고에 대해서도 폭행 가해자와 동일한 수준의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면서 “이러한 판결이 반복되면 응급환자 치료를 기피하는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며,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 지적했다.

특히 “응급의료 환경에서는 의료진이 제한된 정보와 시간 속에서 신속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면서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를 폭행 가해자의 범죄 행위와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은 명백한 오류로, 의료진을 위축시키는 부당한 판결”이라고 역설했다.

나아가 “현재 의료진은 형사적ㆍ민사적 책임 부담 속에서 진료해야 하는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면서 “응급 및 필수의료 현장에서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하는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국가 차원의 보상 및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하며, 의료진이 과도한 법적 책임을 지지 않도록 특례법을 신속히 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부와 사법부가 의료 현실을 외면한 채 의료진에게 과도한 책임을 전가하는 행태를 지속한다면, 강력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면서 “응급의료 붕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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