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in 싱가포르]
부정할 수 없는 가치.
아스트라제네카의 3세대 EGFR 표적치료제(Tyrosine Kinase Inhibitor, TKI)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가 마침내 폐암 치료의 전 여정에서 적응증을 확보했다.
최근 마지막 퍼즐이었던 절제 불가능한 국소 진행성(3기) 비소세포폐암 환자에 대한 적응증을 추가로 획득한 것.
타그리소는 AURA 임상 시리즈를 통해 EGFR 비소세포폐암 치료 여정의 전 과정에서 선구자의 길을 걸어왔다.
2015년, AURA3 연구를 통해 T790m 변이가 확인된 EGFR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2차 치료제가 됐고, 곧이어 FLAURA 연구를 통해 1차 치료제로 올라섰다.
2020년에는 ADAURA 연구를 통해 표적치료제 중 최초로 조기 폐암 환자의 수술 후 보조요법에서 성과를 거뒀다.
이어 지난 6월, 수술 불가능한 3A 및 3B기 EGFR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백금기반 항암동시 또는 순차항암방사선 요법 후 타그리소 공고요법을 평가한 LAURA 3상 임상 결과를 발표, EGFR 비소세포폐암 치료 여정에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
이를 두고 에모리 대학 암 연구소 서레쉬 라말링감 교수는 지난 6월, 이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EGFR 변이 발견 20주년 기념(Celebrating 20 Years Since EGFR Mutation Discovery)’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발 더 나아가 지난해 세계폐암학회 연례학술회의(WCLC 2023)에서는 FLAURA2 연구를 통해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과의 병용요법으로 1차 치료 성적을 더욱 개선하도 했다.
타그리소가 폐암을 불치의 병에서 만성질환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 의약뉴스는 FLAURA2 연구의 아시아인 대상 하위그룹 분석 결과가 공개된 유럽임상종양학회 아시아 총회(ESMO ASIA 2024) 현장에서 싱가포르 아이콘 암센터 다니엘 첸 교수(Daniel Chan Boon Yeow)를 만나 EGFR 양성 비소세포폐암에 있어 타그리소의 가치를 조명했다.

◇타그리소, 불치의 병 폐암을 만성질환으로
다니엘 첸 교수는 타그리소가 폐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꾼 혁신적인 치료제라 평가했다.
폐암을 불치의 병에서 만성질환으로 바꾸어 놓았다는 평가로, 타그리소를 통해 말기 폐암 환자들이 일상을 유지하면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타그리소는 폐암을 불치병에서 만성질환과 같은 질환으로 전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혁신 치료제”라며 “예전에는 불치라고 생각했던 폐암을 마치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으로 전환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실례로 “개인적으로는 2015년 싱가포르에서 환자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타그리소를 처음 경험했다”면서 “당시에는 1, 2세대 EGFR-TKI 치료 후 T790M 변이가 발견된 환자를 대상으로 한 AURA3 연구가 성공해 회사에서 환자들을 위해 타그리소를 무상으로 제공했는데, 타그리소라는 이름도 없이 AZD9291이라는 코드명으로 분류됐던 시기로, 타그리소가 뛰어난 반응을 보였으며, 특히 뇌 전이에서도 탁월한 효과를 보여주는 것을 경험했다”고 소회했다.
특히 “타그리소의 주요 효과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뇌 전이에 대한 보호 효과”라며 “기존의 1, 2세대 EGFR-TKI는 타그리소에 비해 뇌 전이 예방 효과가 매우 제한적이었지만, 타그리소는 뇌 전이를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고, 뇌를 지켜낼 수 있다는 측면에서 탁월한 약물”이라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이후 FLAURA와 FLAURA2 같은 대규모 연구들이 발표됐는데, 특히 FLAURA 연구에서 타그리소를 통해 치료받은 환자들은 우수한 삶의 질을 유지한다는 점이 놀라웠다"면서 “타그리소로 치료받은 환자들은 평소와 동일하게 회사에서 일을 할 수 있고, 가족들을 돌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부 환자들에게서 설사, 피부 발진 또는 폐 염증이나 QT 간격 증가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지만, 이는 드문 경우”라고 부연했다.
◇FLAURA, EGFR 표적치료제 중 최초로 전체생존기간 3년 돌파
FLAURA 임상은 이전 치료 이력이 없는 EGFR 돌연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을 각각 타그리소와 1세대 EGKR 표적치료제(게피티닙 또는 얼로티닙) 군에 무작위 배정,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했다.
이 연구의 1차 평가변수인 무진행생존기간(Perogression-Free Survival, PFS) 중앙값은 타그리소군이 18.9개월로 1세대 EGFR 표적치료제군의 10.2개월과 비교해 9개월에 가까운 차이를 보였으며, 질병 진행 또는 사망의 위험은 54%를 줄였다.
이어 2차 평가변수인 전체생존기간(Overall Survival, OS) 분석에서는 타그리소군의 중앙값이 38.6개월을 기록, EGFR 표적치료제 중 최초로 3년(36개월)을 넘어섰으며, 31.8개월에 그친 1세대 표적치료제를 앞섰다.
현재까지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에서 3년 이상의 전체생존 데이터를 보유한 치료제는 타그리소가 유일하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1차 치료 성적을 더욱 끌어올리기 위해 타그리소에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페메트렉시드+카보플라틴)을 추가, 타그리소 단독요법과 비교하는 FLAURA2 연구에 도전했다.
연구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1차 평가변수인 연구자가 평가한 무진행생존기간에서 병용요법군의 중앙값이 25.5개월로 2년을 넘어서 단독요법군의 16.7개월을 크게 상회한 것.
특히 독립적 검토위원회가 평가한 병용요법군의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은 29.4개월로 30개월에 가까웠다.
뿐만 아니라 예후가 좋지 않았던 중추신경계(Central Nervous System, CNS)전이 환자나 L858 변이 환자에서도 병용요법군의 무진행생존기간이 2년을 상회, 단독요법보다 10개월 이상 연장한 것으로 보고됐다.
다니엘 첸 교수는 “타그리소 단독요법으로 충분하게 반응을 유지하지 못하는 환자들이 있다”면서 “보통 반응 지속기간(Duration of Reposne, DoR)이 18개월 미만인 환자들로, FLAURA2 연구에서는 항암요법을 병용함으로써 무진행생존에서 약 9개월의 이득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타그리소에 항암요법을 추가하는 경우 혈액 수치 저하나 식욕 저하가 보고되기도 하지만, 환자의 삶의 질을 유지하며 치료를 진행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서 “환자들이 추가적인 치료 효과를 위해 이러한 부작용을 감수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환자와 의료진이 함께 신중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타그리소 단독요법, NCCN이 권고하는 유일한 선호요법
FLAURA2 연구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주요 진료지침에서는 여전히 타그리소 단독요법을 EGFR 양성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에 있어 유일한 선호(preferred) 요법으로 꼽고 있다.
FLAURA2에 이어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 유한양행)와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 얀센) 병용요법이 MARIPOSA 3상에서 타그리소 단독요법을 상회하는 무진행생존율을 보고했지만, 아직까지 전체생존율의 차이를 확인할 수 없는 만큼 안전성에 있어 부담이 적고 근거도 많은 타그리소 단독요법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도록 한 것.
다니엘 첸 교수는 “현재 미국국립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은 FLAURA를 유일한 선호(preferred) 옵션으로 권장하고 있으며, 이는 환자의 삶의 질을 중시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 “FLAURA2나 MARIPOSA는 1차 치료의 추가적인 옵션으로 권고되고 있으며, 여전히 타그리소 단독요법이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암 1차 치료의 유일한 선호 옵션으로 자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타그리소 단독요법이 굳건하게 1차 선호요법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가운데, FLAURA2와 MARIPOSA 연구도 데이터를 축적하며 병용요법이 꼭 필요한 환자들을 찾아가고 있다.
첸 교수눈 “지난 세계폐암학회 연례학술대회(WCLC 2024)에서 업데이트된 FLAURA2 연구에서는 소위 고위험군 환자들, 즉 질병 부담이 큰 환자군에서 병용요법이 생존에 추가 이점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3개 이상의 전이 기관 여부로 나눠 분석한 결과 전이 기관이 3개 이상인 환자군에서는 무진행생존기간 상대위험비(Hazard Ratio, HR)가 0.57로 보고됐으며, 전이 기관이 3개 이하인 환자에서는 0.75로 나타났으나 신뢰구간(Confidence Interval, CI)이 1을 넘어갔다”면서 “이는 처음부터 계획된 분석은 아니었지만, 질병 부담이 높은 환자군에서 병용요법의 효과가 더 높게 나타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에 ESMO ASIA 2024에서 보고된 FLAURA2 연구의 아시아인 하위분석도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첸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이번 ESMO ASIA 2024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데이터는 FLAURA2 연구의 아시아인 하위분석”이라면서 “EGFR 돌연변이 폐암은 특히 아시아인에서 더 높은 비율로 나타나며, 아시아는 서양보다 EGFR 돌연변이 폐암에 대한 환자 경험이 풍부한 지역으로, 훌륭한 연구자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FLAURA2 연구에 참여한 연구에 참여한 557명 중 아시아인은 355명으로 60% 이상을 차지했다.
또한, 환자들의 전신 상태가 비아시아인에 비해 더 좋지 않았던 것으로 보고됐으나, 병용요법의 이득은 전체 환자군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연구자가 평가한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은 병용요법군이 25.5개월로 단독요법군의 19.4개월을 상회했으며, 독립적 검토위원회가 평가한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 역시 병용요법군이 33.2개월로 단독요법군의 24.7개월을 웃돌았다.
첸 교수는 “이번 데이터에서 아시아 환자군의 치료 결과가 글로벌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전체 환자군과 비교했을 때 어떤 차이가 있는지, 더 나은 결과를 보이는지 등을 주목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이번 FLAURA2 연구의 아시아인 하위분석은 아시아 환자들에게 최적의 치료법을 제시하는 데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아시아인 분석에서 항암화학 병용요법군에서 보고된 3등급 이상의 이상반응은 67%로 타그리소 단독요법의 24%를 크게 상회했음에도 불구하고, 타그리소 치료를 중단한 환자의 비율은 10%와 7%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는 “FLAURA2 연구에서 보고된 이상반응은 대부분 세포독성 항암제와 관련된 것”이라며 “주요 이상반응 중 적혈구 수치가 떨어지는 빈혈은 분명하게 카보플라틴에 의해 발생하는 부작용으로, 페메트렉시드와도 일부 연관될 수 있는데 약 20% 정도 보고된 바 있다”고 전했다.
또한 “백혈구의 수치가 떨어지는 호중구감소증이 약 4%, 혈소판 감소증은 2% 정도에서 보고됐는데, 모두 세포독성 항암제와 관련된 것”이라며 “이에 프로토콜에서는 연구자의 판단에 따라 항암제 투여를 조금 늦추거나 용량을 줄임으로써 환자들이 안전하게 연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두 차례 이상 약제 용량 조정이 필요한 경우에 약제를 중단하도록 설계했기 때문에, 3등급 이상의 이상반응이 나타나더라도 환자들이 타그리소 치료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이 가운데 “중요한 부분은 항암요법 벙용으로 인해 타그리소의 기존 부작용이 악화되거나 새로운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항암요법으로 인해 간질성 폐질환이나 QT 간격 증가 등이 더욱 악화되는 시그널은 보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증상 자체가 약 1~2% 이하의 환자에서 굉장히 적은 빈도로 발생하기 때문에, 병용요법에서도 타그리소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병용요법 우선 고려, 과잉 치료 유발 위험
아직은 타그리소 단독요법이 EGFR 양성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의 유일한 선호옵션으로 굳건하게 자리하고 있지만, 향후 병용요법이 그 자리를 대체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FLAURA2나 MARIPOSA 데이터가 더 많이 축적되고, 특히 전체생존율에서 뚜렷한 차이가 나타난다면 우선순위도 바뀔 가능성이 크다.
다니엘 첸 교수는 “지금까지 발표된 무진행생존기간이나 앞으로 발표될 전체생존기간에 대해 예상할 수 있는 것은, 타그리소+항암화학 병용요법이나 레이저티닙(렉라자)+아미반타맙(리브리반트) 병용요법 모두 타그리소 단독요법에 비해 우수한 결과를 보일 것이라는 점”이라고 피력했다.
다만, 현재로서는 주요 진료지침에서 권고하듯 타그리소 단독요법을 우선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평가다.
첸 교수는 “단독요법만으로도 환자의 50% 이상이 16개월에서 18개월 이상 무진행생존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환자들에게 병용요법을 처방하고 나머지 환자에게 단독요법을 적용하는 것은 과잉 치료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현재 연구진들은 FLAURA2나 MARIPOSA 연구의 다양한 추가 분석을 통해 병용요법이 더 바람직한 환자를 찾고 있다.
실례로 첸 교수는 “Annals of Oncology에서 발표된 MARIPOSA 연구에서도 고위험군에 대한 정의와 그에 따른 치료 효과를 발표한 바 있다”면서 “이 연구에서는 뇌 전이, 간 전이, TP53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들을 고위험군으로 정의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실제 임상에서는) 간 전이나 뇌 전이가 있는 환자를 고위험군으로 분류하더라도 병변의 개수와 범위를 고려해야 한다”면서 “단순히 뇌에 병변 하나만 있는 환자를 고위험군으로 정의하기보다는, 병변이 여러 개 존재하거나 진행 속도가 빠른 경우에 병용요법을 고려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반면, 실제 임상현장에서 순환종양 DNA(ctDNA) 검사를 고위험군을 찾기 위한 용도로 활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평가다.
그는 “(MARIPOSA 연구에서는) 치료 전 순환종양 DNA(ctDNA)가 검출된 환자나, 치료 후 순환종양 DNA가 소실되지 않은 환자들도 고위험군으로 분류했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모든 의료 환경에서 적용하기 어려운 기준일 수 있다”면서 “싱가포르를 예로 들자면, 순환종양 DNA 검사에 급여가 되지 않아 환자가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결과를 얻기까지 10일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임상 현장에서 사용이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간 전이나 뇌 전이 등 병변이 뚜렷한 환자가 있다면 순환종양 DNA 결과를 기다릴 필요 없이 병용 요법을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전이가 없는 환자나 상태가 비교적 안정적인 환자에게 굳이 순환종양 DNA 검사를 통해 병용요법을 결정하는 것은 그리 현실적이지 않은 방법일 수 있다”고 피력했다.

◇1차 치료 후 내성 패턴, 보다 면밀한 관찰 필요
다니엘 첸 교수는 FLAURA2와 함께 MARIPOSA 연구의 내성 패턴에 대한 분석 결과도 이번 학술대회에서 주목할 연구로 꼽았다.
앞서 지난 유럽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회의(ESMO 2024)에서는 MARIPOSA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ctDNA를 통해 내성 패턴을 분석한 결과,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이 타그리소 단독요법 보다 더 강력하게 내성을 억제하는 것으로 보고됐으며, ESMO ASIA 2024에서 보고된 아사인 하위분석에서도 이 같은 양상은 유지됐다.
이와 관련, 첸 교수는 “MARIPOSA 연구 중 내성 기전 관련 분석 결과는 주로 가설 생성(hypothesis-generating) 목적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으며, 이를 근거로 명확한 결론을 내리려는 목적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아스트라제네카 측에서도 EGFR-TKI 단독요법으로 치료를 받는 환자들 중 일부에서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존속성 세포(persistent cell)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이러한 세포들을 타깃으로 하기 위해 항암요법을 병용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려 FLAURA2 연구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FLAURA2 연구에서는 타그리소와 항암요법 병용요법에서 예측 불가능한 새로운 내성 기전이 발생하지 않았다”면서 “이는 항암화학 병용요법이 기존 치료에 의한 내성 기전을 억제하면서도 추가적인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결과”라고 강조했다.
다만 “타그리소의 내성 발생만으로 치료의 유용성이 떨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내성은 모든 치료에서 어느 정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로, 중요한 것은 내성 이후 사용할 수 있는 후속 치료 옵션과 환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장기적인 이점”이라고 역설했다.
뿐만 아니라 “현재로서는 타그리소-항암화학 병용요법과 레이저티닙-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을 직접적으로 비교해 어떤 요법이 내성 기전을 적게 발생시킨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면서 “보다 더 긴 추적 관찰 데이터와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MARIPOSA, 단독요법간 비교는 비과학적
한편, 지난 9월 WCLC 2024에서 발표된 MARIPOSA 연구의 하위 분석 결과를 두고 적지 않은 논란이 이어졌다.
타그리소 단독요법군(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 16.6개월, 95% CI 14.8-18.5)과 렉라자 단독요법군(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 18.5개월, 95% CI 14.8-20.1)간 비교에서 두 약제가 유사했다는 연구자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중앙값의 차이를 두고 우위를 따지는 보도가 이어진 것.
그러나 첸 교수는 이 같은 비교가 두 가지 측면에서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첫 번째로는 애초에 연구 설계 자체가 두 약제를 비교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 연구에 레이저티닙 단독군이 포함된 배경은 미국 입장에서 볼 때 아미반타맙과의 병용에서 레이저티닙이 어느 정도의 기여를 했는지를 평가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예를 들어, 레이저티닙과 아미반타맙을 병용했을 때 타그리소보다 효과가 더 좋게 나온다면, 그 효과가 레이저티닙 때문인지, 아니면 아미반타맙 때문인지 명확히 판단하기 어렵고, 반대로 아미반타맙이 없었다면 레이저티닙 단독으로도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었는지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러한 배경에서 레이저티닙 단독군이 연구에 포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로는 신뢰구간의 문제를 지적했다. 두 그룹의 신뢰구간이 거의 겹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앙값을 비교하는 것은 과학적인 해석이 아니라는 것.
첸 교수는 “개인적인 견해로는 FLAURA2 연구에서 항암화학요법을 추가하거나 MARIPSOA 연구에서 아미반타맙을 추가하는 부분에 있어 효과는 비슷하다고 본다”고 피력했다.
다만 “MARIPOSA 연구 데이터의 하위 분석 결과에서 레이저티닙 단독군과 타그리소 단독군의 그래프를 직접 비교해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공정한 비교가 아니다”라며 “그래프 전체의 모습을 봐야 하기 때문으로, 단편적인 수치가 아니라 전체 생존 곡선을 포함한 데이터를 살펴보고 결과를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례로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이라는 의미는 치료를 받은 환자 100명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질병이 진행된 51번째 환자의 시점일 뿐”이라며 “중앙값이 중요하긴 하지만, 순전히 51번째 환자의 진행 시점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에 단순한 숫자에만 의존해서 평가하기보다는 전체 생존 곡선 그래프를 살펴보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며, 다시 말해 전체 100명의 환자들이 얼마나 치료를 잘 받았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환자들은 단순히 숫자만 보고 치료제를 선택할 수도 있겠지만, 과학적인 접근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그는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은 하나의 시점에서 타임 포인트를 보는 것이기 때문에 두 치료제의 데이터를 직접 비교하는 것으로는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구체적으로 “타그리소와 레이저티닙의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을 보면 95% 신뢰구간이 많이 겹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타그리소의 경우는 14.8개월부터 18.5개월, 레이저티닙은 14.8개월부터 20.1개월까지 신뢰 구간이 떨어진다”면서 “이처럼 두 치료제의 신뢰 구간이 상당 부분 겹친다는 것은 우연적인 요인에 의해 결과가 다소 달라질 수 있음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이어 “직접 경험해봤을 때 레이저티닙은 분명히 좋은 약”이라면서도 “그러나 이 치료제가 타그리소보다 더 우월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과학적인 접근에 어긋난다”고 역설했다.
◇타그리소 이후 후속치료 옵션, 더 많은 연구 필요
지난 20여년간 EGFR 비소세포폐암 치료에 많은 진전이 있었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는 것에 첸 교수의 지적이다.
특히 그는 타그리소 치료 이후 후속 치료 성적을 개선할 수 있도록 보다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첸 교수는 “타그리소를 사용한 후에 질병이 진행된 환자들에 대한 2차 치료는 향후 5~10년간 매우 중요한 영역이 될 것”이라며 “현재 많은 환자들이 타그리소 치료 후 질병이 진행하면서 방사선 치료나 기타 국소 치료를 받지만, 그 이후 사용할 수 있는 옵션들은 제한적이고, 두드러진 효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례로 “일반적인 항암요법은 생존기간이 약 5개월 정도에 그쳤고, MARIPOSA2 연구에서는 약 6.3개월의 무진행생존기간을 보고했지만, 이 역시 놀라운 결과는 아니다”라며 “다토포타맙 데룩스테칸(Dato-DXd)과 같은 치료제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일부 환자군에서만 효과가 입증됐다”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현재 아스트라제네카가 진행 중인 TROPION-Lung15 임상은 주목할 만하다”면서 “이 연구는 타그리소 단독요법 이후 질병이 진행된 환자들을 대상으로 타그리소와 다토포타맙 데룩스테칸 병용요법, 다토포타맙 데룩스테칸 단독요법, 그리고 기존의 항암요법을 비교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 연구는 내년 1월부터 시작될 예정으로, 어떤 치료가 가장 효과적인지에 대한 질문에 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연구 결과가 나올 즈음에는 또 다른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도 있다”면서 “현재 FLAURA2나 MARIPOSA 연구의 전체 생존기간 데이터가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특히 고위험군 환자들에게서 병용요법의 효과가 입증된다면 1차 치료에서 고위험군 환자들은 대부분 병용요법을 사용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단독요법으로 치료받은 환자들에서 이후 치료 옵션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타그리소 단독요법 이후 질병이 진행된 환자들을 많이 경험하기 때문에 그들을 위한 최적의 치료 옵션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도세탁셀 같은 약물이 사용되고 있지만, 이는 반응률이 15%에 불과하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타그리소 단독요법 이후 질병이 진행된 환자들을 위한 최적의 치료 옵션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