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전체생존기간 66.8개월,
의학적으로 의미있는 성취
호르몬수용체 양성(HR+), 사람 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2 음성(HER2-) 전이성 유방암의 기대 여명이 5년을 넘어 6년으로 접어들고 있다.
최근 CDK4/6 억제제 버제니오(성분명 아베마시클립, 릴리)의 MONARCH-3 3상 최종 전체생존율(Overall Survival, OS) 분석 결과, 버제니오와 비스테로이드성 아로마타제 억제제(NSAI) 병용요법의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이 66.8개월로 5년 반을 넘어선 것.
한 발 더 나아가 버제니오는 CDK4/6 억제제 중 최초로 고위험 조기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 후 보조요법을 평가한 monarchE 연구에서도 5년차까지 긍정적인 데이터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두 연구 모두 아직까지 전체생존율에서는 대조군과 비교해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차이가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의약뉴스는 국립암센터 혈액종양내과 심성훈 교수를 만나 HR+/HER2- 유방암에서 버제니오가 보고한 주요 연구 결과의 임상적 가치를 조명했다.
◇버제니오, HR+/HER2- 전이성 유방암 전체 생존기간 13개월 연장
지난 12월, 샌안토니오 유방암 학술대회(SABCS 2023)에서는 MONARCH-3 3상 임상의 최종 전체생존율 분석 결과가 발표됐다.
이 연구는 HR+/HER2- 진행성 유방암 환자의 1차 치료에서 아나스트로졸 또는 레트로졸 등 비스테로이드성 아로마타제 억제제에 위약 또는 버제니오를 추가,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했다.
최종 분석은 중앙 추적관찰 8.1년 시점에 진행했으며, 버제니오군에서는 7%, 위약군에서는 3%의 환자가 치료를 유지하고 있었다.
분석 결과, 전체 환자(ITT) 중 버제니오군에 배정된 328명 가운데 198명(60%), 위약군은 165명 중 116명(70%)이 사망, 버제니오군의 사망 위험이 약 20%(HR=0.804, 95% CI 0.637-1.015, P=0.0664) 더 낮은 양상을 보였으나, 여전히 통계적 유의성 범주에는 진입하지 못했다.
그러나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은 각각 66.8개월과 53.7개월로, 수치적으로는 버제니오군의 생존기간이 1년 이상(13.1개월) 더 길었다.
심성훈 교수는 두 그룹이 절대값에서 1년 이상 큰 차이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통계적으로는 의미있는 차이로 이어지지 못한 이유에 대해 유방암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라 풀이했다.
심 교수는 “보통 연구의 1차 평가지표로 무진행생존기간(Progression-Free Survival, PFS), 2차 평가지표로 전체생존기간을 설정하는데, 만약 어떤 치료제가 생존기간을 1년에서 1개월 연장했다면 생존율이 8% 이상 증가한 것이지만, 60개월에서 1개월을 연장했다면 1~2% 증가한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처럼 같은 1개월이라도 기준점이 되는 생존기간이 긴 경우에는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면서 “유방암 환자의 긴 생존 기간이 MONARCH-3 3상 전체생존율의 통계적 유의성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비록 통계적으로는 의미있는 차이라 할 수 없지만, 유방암 환자의 생존기간을 1년 이상 연장한 것은 의학적ㆍ임상적으로 상당히 의미있는 결과라는 평가다.
그는 “전체생존기간을 1년 이상 연장했다는 것은 큰 의학적 성취라고 볼 수 있다”면서 “새로운 항암제가 개발됐을 때 연장되는 전체생존기간은 보통 수 개월에 불과한데, 버제니오는 이를 뛰어넘어 1년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이는 최근에 개발된 약제들 중에서도 높은 생존율을 기록한 것으로, 큰 의미가 있다”면서 “버제니오가 임상적 효과를 보인 것이라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 이유로 “과거 2000년대 초 내분비요법을 투여한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전체생존기간은 당시 진행된 임상시험 기준으로 약 30개월이었으며, 2010년대 이후로는 약 50개월까지 연장됐다”면서 “이어 최근 CDK4/6 억제제가 등장하면서 60개월을 넘어섰는데, 이번에 MONARCH-3에서 보고된 버제니오+아로마타제 억제제 병용군의 전체생존기간인 66.8개월은 의학적으로 의미 있는 성취”라고 강조했다.
이어 “MONARCH-3 연구의 1차 평가변수는 무진행생존기간으로, 이미 버제니오는 무진행생존기간 개선 효과를 확인했기 때문에 (전체생존율에서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하더라도) HR+/HER2-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겐 여전히 의미 있는 치료제”라고 역설했다.
또한 “통계적 유의성을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는 다른 약제 관련 연구에서도 흔히 도출될 수 있는 결과”라며 “통계적 유의성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해도 분석 결과에서 생존율의 수치적 향상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버제니오의 효과를 재확인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나아가 “(통계적 유의성을 이유로) 실제 진료 현장에서 치료 패턴에는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기존에 버제니오로 치료받고 있던 환자들도 치료를 잘 유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암종에 비해 기대 여명이 긴 HR+/HER2- 유방암에서 무진행생존기간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도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MONARCH-3 최종 분석 결과, 버제니오와 비스테로이드성 아로마타제 억제제 병용군의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은 29.0개월로, 아로마타제 억제제 단독군의 14.8개월보다 약 2배 가까이 늘었으며, 질병 진행의 위험은 절반 가까이 줄였다(HR, 0.535; 95% CI, 0.429-0.668; p<0.0001).
심 교수는 “무진행생존기간이 길수록 전체적인 생존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면서 “뿐만 아니라 무진행생존기간이 길다는 것은 약제의 부작용 등 삶의 질 측면도 개선돼 환자들이 오랫동안 일상생활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더해 MONARCH-3 임상에 내장 전이 환자 등 고위험군이 많이 참여한 것도 임상 현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설명이다.
그는 “CDK4/6 억제제 계열 약제들이 모두 비슷하다고 하지만, 이상반응이나 복용법 등에서 조금씩 차이가 있기 때문에 환자 개개인의 상황을 고려해 치료제를 선택하고 있다”면서 “이 가운데 버제니오는 복용 편의성이 높고 부작용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구체적으로 “버제니오 투여 환자에게 일반적으로 관찰되는 이상반응은 복통이나 설사가 있는데, 이는 투여 용량을 조절하거나 이와 관련된 치료제로 관리할 수 있다”면서 “실제로 이상반응 때문에 버제니오 복용을 중단하는 경우는 많이 보지 못했으며, 장기 처방에 크게 부담이 없는 약제”라고 설명했다.
◇암 재발로 인한 사망 위험 최소화해야
CDK4/6 억제제들은 HR+/HER2- 전이성 유방암의 치료 성적을 끌어올리며 표준요법으로 자리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절제 가능한, 조기 유방암 환자에서도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긍정적인 데이터를 제시하며 보다 앞단으로 전진하고 있다.
조기 유방암 환자는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보다 조기에 사용해 재발을 막는 것이 전이성 유방암에서 질병 진행을 늦추는 것보다 더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조기 유방암에서 재발을 막지 못해 질병이 진행된다면, 치료 목표 자체가 생명 연장으로 바뀌게 된다는 것.
이 가운데 버제니오는 monarchE 3상 임상을 통해 CDK4/6 억제제 중 최초로 조기 유방암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제시한 바 있다.
워낙 예후가 좋은 환자들이라 아직까지 전체생존율에서는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1차 평가변수인 침습적무질병생존율(invasive Disease-Free Survival, iDFS)은 5년차까지 매년 대조군(내분비요법 단독)과의 차이를 벌리고 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를 근거로, 미국국립종합암네트워크(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 NCCN)에서는 HR+/HER2- 고위험 유방암 환자에서 버제니오와 내분비 병용 수술 후 보조요법을 카테고리(Category)1으로 권고하고 있으며, 한국유방암학회 역시 근거수준1ㆍ권고등급 A로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에는 키스칼리(성분명 리보시클립, 노바티스)도 NATALEE 3상 임상을 통해 HR+/HER2- 조기 유방암 환자의 수술 후 보조요법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심 교수는 “두 임상 연구는 환자 등록 기준, 복용 약제와 기간 등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비교하기 어렵다”면서 “재발 고위험군에 대한 정의도 다르다”고 전제했다.
이어 “두 약제 모두 재발의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있는 만큼, 실제 임상 현장에 도입될 경우 가장 먼저 어떠한 환자들에게 무슨 약제를 쓸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고, 그 선택 기준은 각 약제의 임상 연구에 어떤 환자들이 등록됐는지가 기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례로 “2023년 미국 국립종합암네트워크 가이드라인에는 HR+/HER2- 유형 림프절 양성 재발 고위험 조기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버제니오의 monarchE 임상 연구가 반영되어 있다”면서 “HR+/HER2- 유방암으로 수술받은 환자 중 4개 이상의 양성 림프절, 또는 1~3개의 양성 림프절을 가지면서 종양 크기가 5cm 이상이거나 조직학적 3등급인 환자에게 재발 위험 감소를 위한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2년 간 버제니오와 내분비 병용요법 카테고리1으로 권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그는 “(각 임상 연구에서) 복용 기간이 버제니오는 2년, 키스칼리는 3년으로 짧지 않은 만큼, 각 치료제의 부작용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수술 후 보조요법이 지닌 임상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급여기준에서는 이를 인정하는 사례가 드물다.
버제니오 역시 2022년 11월 수술 후 보조요법을 허가받았지나 1년 여가 흐른 지금까지 급여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심 교수는 “식약처 허가 이후 재발 고위험 HR+/HER2- 조기 유방암 환자에게도 버제니오를 처방하고 있다”면서도 “주로 림프절 침범이 많은 환자가 1차 대상으로, 아직 급여가 적용되지 않고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인 비용 문제를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는 환자들이 복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적응증에 해당하는 재발 고위험군 환자들은 이미 버제니오라는 새로운 치료 옵션에 대해 인지하고 있고, 의료진 입장에서도 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지만, 실제 복용으로 이어지기에는 비급여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비용 문제를 떠나 재발한 것과 재발하지 않은 것은 큰 차이가 있다”면서 “환자 입장에서는 재발 이후 치료하는 것보다 재발하기 전에 미리 최선의 치료를 다 하는 것이 좋기 때문에, 당연히 재발하거나 전이된 이후보다 재발 전에 보조 요법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다만 “보조요법에 급여를 적용하면 당장은 어쩔 수 없이 재정적으로 부담이 발생하겠지만, 암 재발로 인한 사망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이 정부, 보건 당국의 의무라고 생각한다”면서 “유방암 환자의 생존 기간을 연장하고, 재발로 인한 사망을 막기 위해 조기 유방암 보조요법에 반드시 급여를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