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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원 희망 의대 속출, 의료계는 “고민 없이 숫자에 집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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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원 희망 의대 속출, 의료계는 “고민 없이 숫자에 집착”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3.11.01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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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의대 정원 수요조사 착수...2배 증원 희망 대학 속출

[의약뉴스] 정부가 실시한 의대 정원 수요조사에서 증원을 희망한 의대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에서는 고민 없이 숫자에만 집착하고 있다며 쓴소리를 던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장관 조규홍)는 지난달 26일 의사인력 확충을 위한 ‘지역 및 필수의료 혁신 이행 추진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의대 정원 확대를 위해 학생 수용역량과 향후 증원 수요를 조사하고, 수요조사와 점검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입학정원을 결정하겠다는 것.

▲ 정부가 실시한 의대 정원 수요조사에서 증원을 희망한 의대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에서는 고민 없이 숫자에만 집착하고 있다며 쓴소리를 던지고 있다.
▲ 정부가 실시한 의대 정원 수요조사에서 증원을 희망한 의대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에서는 고민 없이 숫자에만 집착하고 있다며 쓴소리를 던지고 있다.

대학에 증원 여력이 있는 경우 2025학년도 정원에 우선 고려하고, 증원 수요는 있으나 추가적인 교육 역량을 확보해야 하는 경우는 대학의 투자계획 이행 여부를 확인, 2026학년도 이후 단계적으로 증원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교육부는 복지부의 수요조사 요청에 따라 지난달 27일 전국 40개 대학에 의대 입학정원 확대와 관련한 공문을 보냈으며, 약 2주일간 수요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일부 언론은 입학정원 50명 이하의 의대들을 중심으로 증원 요구가 높고, 국립대와 비수도권 사립대 등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으로 입학정원이 40~50명인 강원의대, 가천의대, 건국의대, 단국의대, 동국의대, 동아의대, 아주의대, 울산의대, 을지의대, 인하의대, 차의대 등에서 최소 정원을 80~100명까지 2배 이상 늘려주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됐다.

이외에도 비수도권 사립의대 중 입학정원이 50명 이상인 고신의대, 순천향의대, 인제의대는 물론 경상의대, 부산의대 등 국립의대에서도 교육 인프라가 충분해 큰 규모로 의대정원을 늘리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밖에 서울권 내에서 서울의대와 정원이 상대적으로 적은 이화의대, 중앙의대도 증원에 대한 의지가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이같이 대학들의 적극적인 모습에 불편한 모습이다. 정부가 의대 입학정원 증원 수요조사 계획을 발표한 순간부터 의료계에선 이해상충에 따라 왜곡된 조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한국의과대학ㆍ의학전문대학원협회는 지난달 26일 입장문을 통해 “의대 입학정원은 20여 년간 동결됐으나 국민보건 향상과 사회적 수요를 감안해 필요한 경우 조정을 협의할 수 있다”며 “다만, 의사증원은 최근 불거진 필수의료의 붕괴나 지역의료의 공백 해소를 위한 유일한 대책이 될 수 없고, 이를 위한 수가정책, 법적보호 강화 등 근본적인 제반 정책이 반드시 선행ㆍ동반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의대 입학정원 증가는 필연적으로 교육현장의 과부하를 초래하고 이로 인한 교육의 질 저하가 예견된다”며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40개 의과대학과 긴밀한 소통 하에 진행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전국적인 증원 규모 등에 대한 결정은 2020년 의정 합의에 따라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의료계와 정부가 협의해 결정해야 한다”며 “앞으로는 정기적으로 의사수급을 모니터링해 의대 입학정원 규모를 조절하는 전문가 기구가 필수적으로 설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의대정원 확대의 시작은 미충족의료에 대한 보전, 즉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함인데 의대 정원수만 늘리는 형국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사실 이번 수요조사가 너무 비과학적이라고 생각한다”며 “붕괴되는 필수의료를 살리고자 시작된 사안인데, 고민도 없이 숫자에만 집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정부분 의사수를 늘리는 것에는 동의하나 각 대학에서 필수과에 어느 정도의 인력이 더 필요한지를 집계한 것인지도 의문”이라며 “심지어 의대생을 늘린다고 하더라도 이들이 필수과를 선택할지도 의문”이라고 힐난했다.

또 “단순히 ‘증원 얼마나 필요해?’가 아니라 필수과에 인력이 얼마나 부족한지, 증원한 학생들을 필수과로 어떻게 보낼 수 있는지에 대한 충분한 방안이 선제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며 “정부의 필수의료 대책에 따라 의사들의 만족도 등 분위기를 파악하면서 의대정원을 확대해 나가거나, 의사들이 필수과를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전폭적인 지원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수요조사’가 아니라 ‘시장조사’라며 쓴소리를 던졌다.

의협 김이연 홍보이사겸대변인은 “협회는 수요조사가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우려했다”며 “의과대학이나 수련병원들은 의대 정원과 관련해 이해관계가 있는 당사자들로, 이들은 전공의, 인턴 등 의사 인력을 많이 확보하면 확보할수록 이득”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른 이공계 대학들과 달리 의과대학은 사교육 열풍이 부는 프리미엄화 되어 있다고 봐야 한다”며 “최근 모 언론에 입시학원 의대반 모집이 수분만에 완료됐다는 보도가 있을 정도로, 의과대학은 정상적인 교육환경이 아닌 시장적인 프리미엄이 형성된 시작으로 봐야 하는 측면이 큰데, 이런 상황에서 정원을 의대가 요구하는 대로 주겠다는 건 위험한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또 “복지부와 교육부가 진행하고 있는 수요조사는 시장조사로 밖에 볼 수 없다”며 “현재 우리나라 의료계가 왜곡돼있는 상황에서 의과대학이 입시 열풍으로 과열화된다면 국민들이 바라는 사명감이 높고, 실력이 있으며 돈만 바라보지 않는 의사를 배출하기 더 어려운 환경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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