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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의대 정원, 숫자 아닌 비율ㆍ미래로 이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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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의대 정원, 숫자 아닌 비율ㆍ미래로 이해해야"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3.10.24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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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서 밝혀...‘필수의료 문제’ 한가지 묘수로 해결 안 돼, 합리적 선택이 중요
▲ 정재훈 교수의 SNS.
▲ 정재훈 교수의 SNS.

[의약뉴스] 최근 의료계 최대 화두로 떠오른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 의대 정원 문제는 숫자로 볼 게 아니라 비율과 미래로 이해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특히 필수의료 등 현 의료체계의 문제는 한 가지 묘수나 충격요법으로 해결하기보단, 합리적 선택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정재훈 교수는 최근 자신의 SNS에 ‘의대 정원 확대가 정답이 될 수 있을까’라는 글을 통해 필수의료 위기와 의대 정원 확대 문제에 대해 살폈다.

정 교수는 “중환자실 입원을 못하거나 응급실을 구하기 어렵다는 등의 뉴스가 자주 흘러나오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보건의료는 아직 전 세계적으로 가장 우수한 성과와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보건의료의 가장 큰 문제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 ▲필수의료의 붕괴로, 이를 전체 사회와 결합하면 ‘의대 블랙홀’이라고 불리는 현상”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속가능성은 저성장, 저출산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모든 분야가 공통적으로 겪을 문제로, 보건의료만의 접근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필수의료의 붕괴는 소아과, 산부인과, 중환자 의학, 응급실, 외상 등에 종사하는 기존 인력의 유출과 지원자의 감소로 나타나고 있어, 사회 안전망의 붕괴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특히 정 교수는 필수의료의 위기와 의대 블랙홀 현상이라는 문제의 핵심은 ‘경제적 격차’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다른 직업보다 의사라는 직업이 가지는 경제적 가치가 크기에 의대 블랙홀 현상이 생겼고, 의사라는 직업 안에서 필수의료 종사에 대한 기대가치가 다른 선택보다 못하기에 필수의료의 위기가 왔다”며 “이는 세대 간의 인식차이나 개인의 도덕적 문제로 봐선 안 되는 당연한 경제적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어 “필수의료의 위기의 핵심은 필수의료는 돈이 안 되고, 삶이 고달프고, 법적으로 의료사고에 대한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점”이라며 “의대 블랙홀에서도 당연히 강력한 경제적 동기가 작용하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당연히 경제적 격차를 줄이는 것으로, 의사의 공급 증가라는 선택지는 격차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보여진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 교수는 의대 정원 확대가 이러한 경제적 격차를 해소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성과는 고성장기이기에 유지 가능했고,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낮은 경제적 지위를 가졌지만, 사회적 지위나 보람 등의 부수적 가치로 필수의료에 종사했다”며 “현재의 수가제도, 법적인 보호 등은 필수의료 종사자와 비종사자의 격차를 더욱 확대시켰고, 피부미용, 근골격계 시장의 확대, 실손보험의 무상에 가까운 서비스 공급 등이 주요한 원인”이라고 전했다.

본질적 이유를 해소시키지 못한 상태에서 의대 정원만 늘어날 경우, 비필수의료를 선택하는 사람의 수만 늘려주는 결과가 나온다는 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정 교수는 “의사와 다른 직업 간의 격차는 압도적일 게 분명한데,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주요 선진국들은 모두 의대 진학을 선호하고 있다”며 “앞으로 고령화가 더욱 진행되면 의료 수요는 더 급격하게 증가, 전체 의료비 지출은 계속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의대 정원 확대가 상대적 격차를 줄이는 역할을 기대할 수 있지만 절대적 격차가 유지되는 한 수험생은 선택에서 언제나 의대는 1순위일 것”이라며 “의대 정원의 증가는 그만큼 최상위 수험생들의 다른 분야 지원을 줄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정 교수는 의대 정원 문제는 숫자가 아닌 비율과 미래하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쉽게 의대 정원을 대폭 늘리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으리라 생각하면 다른 부작용이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실손보험 문제 ▲필수의료 종사자 법적 보호, 삶의 질 개선 ▲필수의료 국가책임제 ▲필수적이지 않은 의료영역에 대한 조정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의대 정원이 고정될 이유는 없이, 가변적이어야 하며 공급과 수요에 따른 조정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개인적 의견으로 의대 정원의 조정은 10~20년 전에 점진적으로 시행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극심한 저출산으로 전환되고 건강보험 재정의 위기가 다가오는 시점에서 미래 지속가능성에 지금 정책이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고민이 필요하다”며 “이제 한 해 출생아 수가 20만명이 되는데, 3000명이나 4000명이라는 고정 숫자는 어떤 세대에게는 0.5%가 될 수도 어떤 세대에게는 2%가 될 수도 있는 수치로 목표 수치를 정하고 세대마다 비율로 정원을 책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정재훈 교수는 “과감한 정책은 논의의 기회를 주고 변화의 동력이 될 수 있지만 그만큼 더 많은 부작용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의대 정원 증원은 일부 문제에는 해결책이 될 수 있지만 당면한 문제에 대한 더 긴급한 해결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 논쟁이 또 의료정책의 모든 협의와 진전을 막는 블랙홀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일어나는 필수의료의 위기와 의대 블랙홀은 의사라는 직업이 가지는 절대적 가치와 상대적 가치의 하한선이 매우 높아 격차가 의사와 다른 직업 간, 또 의사 내에서 발생하는 것을 표면적인 원인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또 “왜 이런 격차가 발생하고, 확대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격차는 우리나라 보건의료의 가장 큰 문제인 지속가능성과도 직결돼 있어, 벌어진 격차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의대 증원은 의료 보장 체계의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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