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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지장 출혈을 치루로 오진한 의사, 금고형ㆍ법정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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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지장 출혈을 치루로 오진한 의사, 금고형ㆍ법정구속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3.09.27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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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법, 정확한 진단 늦어 환자 사망...의협 “의료의 본질 무시한 부당한 판결” 지적
▲ 오진한 의사에 대해 법원이 금고형에, 법정구속을 명령하자 의협이 ‘의료의 본질을 무시한 부당한 판결’이라고 반발했다.
▲ 오진한 의사에 대해 법원이 금고형에, 법정구속을 명령하자 의협이 ‘의료의 본질을 무시한 부당한 판결’이라고 반발했다.

[의약뉴스] 십이지장궤양을 치루로 오진한 의사에 대해 법원이 금고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을 명령하자 의협이 의료의 본질을 무시한 매우 부당한 결정이라며 반발했다.

인천지방법원은 25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외과 의사 A씨에게 금고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A씨는 인천의 한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외과 전문의로 2018년 6월경 환자 B씨의 수술을 집도했으나 증상을 제대로 진단하지 못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병원을 찾은 B씨는 A씨와의 진료 중 대변을 볼 때마다 검은색 핏덩이가 나왔다고 설명했고, 과거에 앓은 뇌경색으로 아스피린 약을 복용 중이라고 말했다.
 
A씨는 진료 후 해당 증상이 급성 항문열창(치루)라고 진단했고, 나흘 뒤 수술을 집도했으나 B씨의 출혈은 멈추지 않았다.
 
A씨는 B씨의 출혈이 지속됨에도 추가 내시경 검사는 진행하지 않았다. 수술 다음 날 빈혈로 쓰러진 B씨는 수술 11시간 만에 저혈량 쇼크로 사망했다.
 
검찰 조사 결과, B씨의 증상은 치루가 아닌 십이지장궤양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B씨의 혈액검사 결과 혈색소가 정상 수치보다 훨씬 낮아 출혈이 의심되는 상황이었는데도 주치의인 A씨가 검사나 처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그를 재판에 넘겼다.
 
법원은 4년 넘게 이어진 재판 끝에 A씨의 오진으로 B씨가 사망했다고 판단, 업무상과실치사로 금고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을 명령했다.
 
법원 재판부는 “피고인 A씨는 치루가 출혈의 원인이라고 속단해 수술했다”며 “피해자 B씨는 정확한 진단이 늦어져 숨진 경우로 피고인의 과실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오진으로 환자가 숨진 의료사고에서 의사가 법정에서 구속된 사례가 이례적인 만큼, 의료계 안에서도 파장이 커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이필수)는 즉각 해당 사건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 판결에 깊은 유감을 표했다.

의협은 “이번 사건으로 사망한 환자와 그 유족에게 먼저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며 “해당 사건에 대해 의사에게 과실이 없으며, 의료행위와 환자의 사망 사이에도 인과관계가 없다는 의료진의 호소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한 재판부의 이례적인 판단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특히 "도주 우려가 없는 의사에 대한 제1심 선고 후 구속은 과잉사법이며, 형벌의 최후수단성을 간과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동안 의료과오 사건에서 의료진에 대해 형사 책임을 지우는 판결이나 해당 의료진을 구속하는 상황이 지속되는 것에 대해, 이는 방어 진료를 양산하게 돼 국민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 주장해왔다”며 “의료인에게 유죄를 선고함과 더불어 판결이 확정되지 않았는데도 법정구속까지 한 재판부의 이번 판단은 의료의 본질을 무시한 매우 부당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의협은 “의료행위에 있어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항상 최선을 다하는 의사도 결국 사람이기에, 상황에 따라 완벽한 진단을 내리지 못하거나 예기치 못한 제3의 원인으로 환자의 생명을 지키지 못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며 “의료행위의 특성을 무시한 판결이 계속 이어지고, 법정구속과 같은 가혹한 조치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대한민국 의료체계가 붕괴해 버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현재에도 많은 의료진들은 선한 의료행위가 환자의 생명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는 것으로 변질돼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막중한 부담감 속에서 의업을 이어가고 있다”며 “재판 과정에서 악결과에 대한 책임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까지 당하는 이러한 암울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우리나라 모든 의사들은 결국 잠재적 범죄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의료분쟁으로 인한 피해가 신속하게 해결되고, 안정적인 진료환경이 보장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국민보건환경을 조성하고 국민생활의 편익을 증진시킬 수 있도록 의료분쟁특례법을 즉각 제정해야 한다”며 “의사의 업무상 과실 행위에 대해 이례적으로 법정구속까지 이어지는 사법부의 판단으로 의료체계의 근간이 붕괴되는 사태가 재발하지 않기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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