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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2-10-06 18:20 (목)
공포심은 살고 싶은 욕망을 부채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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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심은 살고 싶은 욕망을 부채질했다
  • 의약뉴스 이순 기자
  • 승인 2022.08.16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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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휴는 괴한들이 상당히 강한 상대라는 것을 직감했다. 맞아봐서가 아니라 분위기로 알아차렸다. 오랫만에 느껴보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적들처럼 갑자기 다가왔다.

일방적인 공격만 퍼붓다가 자신보다 센 자를 만났을 때 본능적으로 알게 되는 그런 공포였다. 그래서 그는 우선 몸을 사렸다. 공포심은 살고 싶은 욕망을 부채질했다.

더구나 적들의 정체는 안갯속이다. 그는 처음에는 미군을 생각했다. 겁없이 진주만을 공격했고 미드웨이 해전을 벌여인 상대로 미군이 총독부를 습격한 것으로 알았다. 언제나 선제공격을 했으나 이번에는 기선을 뺏긴 것으로 보았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느꼈다. 미군이 아니라면 총독관저를 침입할 수 용기를 가진 자나 그런 힘을 가진 괴한은 없었다. 중국은 아니다. 그럴 힘이 없다. 제나라 지키기도 벅찼기 때문이다.

남은 것은 소련이다. 그러나 소련도 아니다. 모른다. 소련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소련과는 한 때 친구였으나 지금은 적으로 맞서고 있다. 소련이라면 정말 강한 상대가 아닌가.

동휴는 별 별 생각을 다 했으나 그 생각의 범주에 조선은 없었다. 감히 조선 정도가 일본을 상대로 전투를 벌인다는 것은 그의 두뇌 속에는 들어 있지 않았다.

간혹 한 두 명의 정신 나간자가 테러 행위를 벌일 수는 있으나 집단으로 대드는 경우는 어떤 첩보도 그런 기미도 보고받은 바도 없고 낌새도 전혀 없었다.

자신 빼고는 조선에서 그렇게 강한 자가 없다는 자만심이 당시만 해도 동휴의 가슴에 뻗쳐 있었다. 그래서 그는 답답했다. 공포가 상대가 누구인지 알고 싶은 욕망으로 차 올랐다.

모르는 적과 대항하는 것은 한 수 접고 들어가는 일이다. 그는 무전에 대고 총독 관저가 습격을 받았고 지금 전투 중이며 총독이 어떤 상대인지 알지 못한다고 서에 보고했다.

상대가 누구냐고 묻는 듯한 질문에 동휴는 그것이 자신도 궁금해서 미칠지경이라고 했다. 가장 시급히 해결할 것은 괴한의 무리가 어느 나라 병력이며 그 규모가 어느 정도 인지 파악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동휴는 무전기를 부하에게 넘기고 자신이 직접 총독 관저로 뛰어들기로 작정했다. 공포를 이길 방법은 공포속으로 뛰어드는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동휴가 견뎌온 방식을 이번에도 사용했다.

그래서 날랜 부하 세 명을 급히 차출하고는 바로 회색 건물의 기둥 쪽으로 돌진했다. 엄폐물이 없는 광장을 빠른 속도로 지나친 다음 기둥에 숨어 다음 작전을 개시하려는 속내였다.

그 사이 안에 있던 조선공수단장은 이층 계단을 확보하고 총독이 있는 삼층에 잠입하는데 성공했다. 그는 분명 이 집의 주인이며 조선을 통치하고 있는 자가 분명 이 근처에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

사냥개가 도망가다 궁지에 몰려 구멍 속에 들어간 멧돼지를 바로 구멍 앞에 멈춰 서서 속을 들여다 보던 독립군 대장은 그곳이라고 생각한 문에 기관총을 난사했다.

기관총 세례를 받은 목표물은 문이 저절로 열리기도 했고 어떤 곳은 나무 판자를 그대로 통과해 유리창을 깨고 나가 대리석 벽에 부딪쳤다. 그는 총맞은 문을 차례로 발로 차고 안으로 들이닥쳤다. 세 개의 문까지 그렇게 하는 동안 그가 마주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다 마지막 네 번 째 문에서 비명 소리가 들렸다. 총독을 보호하려고 양쪽 문 옆에서 아래쪽 상황을 주시하던 총독부 산하 지휘대장과 부관이 총을 맞고 쓰러졌다.

그들은 총이 가슴과 배를 관통하자 맞았다 내가 총을 맞았다고 외치면서 반사적으로 총알이 날라온 곳을 향해 쥐고 있던 총으로 맞섰다. 그러나 그 상황은 오래 가지 못했다. 총을 난사하고 얼마 후 그들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확인사살을 끝낸 독립군 대장은 분명히 근처 어딘가에 총독이 숨어 있을 것으로 짐작했다. 소리를 지르면 들을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총독이 들으라는 듯이 쥐새끼 같은 자식, 어디 숨었니? 살고 싶으면 나오라. 아니면 수류탄으로 모두 박살내겠다고 외쳤다. 삼층의 비밀 공간에 숨어 있던 총독과 참의원은 그 소리를 들었다.

그렇다고 밖으로 나갈 수는 없었다. 그들이 자신들이 한 말을 믿을 수 있는 존재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천성적으로 의심이 많은 총독은 나오면 살려 준다는 말에 몸을 움직이면서 그대로 행동에 나설듯한 참의원을 붙잡았다.

그리고 그 귀에 대고 나가면 죽으니 여기 그대로 있자고요, 하고 만류했다.

독립군 대장은 자신의 말을 듣고 총독이 제발로 걸어 나올 것을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혹시 몰라 항복을 요구했던 것이다. 그러나 총독은 물론 참의원과 그를 보좌하는 비서조차 아무도 손을 들고 나 여기 있소 그러니 쏘지 마시오 하고 나오는 사람은 없었다.

총독과 참의원은 총알이 자신들을 비켜 간 사실을 알았다. 그는 자신이 운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는 그 운이 오늘 하루 종일 자신에게 올 것을 믿었다.그래서 그는 무턱대고 비밀창고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총독은 상황이 이렇게 심각하게 돌아가게 이유를 알지 못해 미칠 지경이었다. 참의원은 더 기가 막혔다. 조선의 상황이 어찌된 일인지 속시원히 누가 설명해 줬으면 싶었다.

참의원은 화가 나 있을 뿐만아니라 자신이 하필 오는 날 사태가 터진 것에 대한 불만으로 가슴을 진정시키기 어려웠다. 조선땅에 눌어 앉아 호사를 누리려던 그의 계획은 물건너 간 것은 둘째 치고 생명까지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다.

정말로 이러다가 죽는 것은 아닐까 하는 놀라움에 그는 잡은 수상의 손을 더 세게 잡고는 각하, 도대체 누굽니까 하고 귓속말로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실어 말했다.

낸들 알겠소. 수상이 그보다 더 작은 소리로 귀찮은 듯이 대꾸했다. 하지만 여기서 죽으면 개망신이라는데 두 사람은 의견을 일치했다. 어떻게든 살아야 하고 살아서 나간다면 조선정책을 근본적으로 다시 세워야겠다고 총독은 다짐했다.

참의원도 같은 생각이었다. 조선의 식민 정책을 근본적으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때 독립군 대장이 수류탄 운운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총알은 운 좋게 피했어도 수류탄은 그럴수 없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

공포가 한꺼번에 밀려들었다. 참의원은 자신이 이러려고 아들을 만나려고 그렇게 서둘렀는지 한탄했다. 아들은 보고 아들이 데리고 있는 조선여자도 보고 동생도 만난 것에 만족하면서 숨을 거둬야 하는지 참의원은 자신의 처지가 한심스러웠다.

그때 광장에서 엄청난 폭발음이 들렸다. 대포 소리 같기도 했다. 침략자들이 광하문에 포를 설치하고 총독부를 향해 갈겨대고 있는지도 몰랐다. 모르는 것에 대한 공포는 실로 대단했다.

포성이 멈추고 이어 총소리가 격렬하게 울렸다. 삼층에서도 전투가 어느 정도 심각한지 짐작할 정도로 요란했다. 독립군 대장은 철수를 명령했다. 더는 지체 할 수 없었다.

'철수, 지금 바로 철수다.' 

독립군 대장의 외마디 소리에 따라 다급한 군홧발 소리가 요란했다. 비밀공간의 총독과 참의원은 살았다는 안도감에 가슴을 쓸어 안았다. 그러나 아직 완전히 산 것은 아니어서 검은 공간에서 나가기를 주저했다.

독립군 대장은 전멸 당하느니 일부라도 살려야 한다는 다급함에 철수를 명령했다. 이 정도도 애초 계획했던 시도보다 백프로 이상 성공한 작전이다. 그러니 더 큰 것을 노리려다 실패하지 말자고 생각을 바꿔먹었다.

살려야 한다는 그 말 속에는 자신의 목숨이 들어있었다. 독립군 대장은 죽음의 피비린내 속에서 살고 싶은 욕망이 꿈틀 거리자 이층으로 올라올 때 보였던 결기가 한 순간에 확 꺾어진 것을 알았다.

무전이 온 것도 아니고 창의문이나 북악산, 인왕산 쪽에서도 상황이 바뀌었으니 철수하라는 무전은 없었다. 철수는 단순히 현장 지휘관의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삼층에 있던 세 명의 무장 독립군은 급하게 왔던 길을 되돌아 대장을 따라 이층으로 내려갔고 이어 일층 현관에 있던 나머지 병력과 합세했다. 일층의 병력들도 대장의 철수명령을 받고 일부는 광장을 질러 출입문 쪽으로 내달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동휴의 총에 앞선 병사가 쓰러졌다. 가장 앞서 달린 죄로 가장 먼저 쓰러진 것이다. 뒤이은 병사도 동휴가 계단에 배치한 경찰의 총에 맞아 마사토 흙에 리를 뿌리기 시작했다.

공겹보다 도피 과정이 더 위험한 교과서적 이론이 그대로 총독부 전투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독립군 대장은 이런 것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밖의 상황이 어떤지 알았더라면 철수 과정을 좀 더 세밀하게 살폈을 것이다.

그러나 후회는 항상 늦듯이 그는 후회할 시간이 없었다. 그 자신의 생명도 위협에 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에 앞서 독립군 대장은 자신이 한 말을 실천만 했어도 조선의 역사는 달라졌을지 모른다. 

수류탄을 던지겠다는 말을 하고도 그것을 깜박잊었던 것이다. 총독을 봐주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급하게 철수 명령을 내리고 살고자 하는 욕망 앞에 열린 문으로 수류탄을 던져 넣어야 한다는 것을 그만 잊고 말았다.

총알은 거의 소진됐지만 수류탄은 아직 하나도 쓰지 않았다. 그렇게 하겠다고 적들이 들을 정도로 크게 말하고서 실천하지 않은 것은 조선 역사에서 큰 실수였다.

그가 수류탄을 던졌고 그래서 총독이 죽거나 죽을 정도로 부상을 당해 임무 수행을 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면 조선의 독립전쟁은 방향이 상당히 달라졌을 것이다. 조선민으로 보면 참으로 안타까운 것이고 제국주의 입장에서는 천운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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