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 수가협상도 ‘밤샘 협상’으로 이어졌다. 2023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은 마라톤협상을 거치며 5월 31일을 넘기고, 6월 1일 오전 9시가 돼서야 마무리된 것.
이번 수가협상에서 대한병원협회, 대한약사회,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울며 겨자 먹기’로 협상안을 받아들였고, 지난해 수가협상 타결했던 의협과 대한한의사협회는 건보공단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결렬을 선언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강도태)은 대한의사협회 등 7개 단체와 2023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을 위한 협상을 완료하고, 지난 1일 재정운영위원회(위원장 윤석준)에서 이를 심의ㆍ의결했다.
2023년도 평균인상률은 1.98%(추가 소요재정 1조 848억 원)로 전년도 인상률 대비 0.11%p 낮은 수준으로 결정됐으며 지난해 결렬되었던 병원 1.6%, 치과 2.5%를 비롯해 약국 3.6%, 조산원 4.0%, 보건기관 2.8% 인상 등 5개 유형은 타결됐고, 의원 및 한방 유형은 결렬됐다.

건보공단은 재정운영위원회가 심의ㆍ의결한 2023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 결과를 6월 2일 개최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건정심에서는 이번 협상에서 결렬된 의원 및 한방 유형의 환산지수를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6월 중 의결하고 이후 보건복지부장관이 2023년도 ‘건강보험요양급여비용의 내역’을 고시하게 된다.
올해 협상은 코로나19 장기화와 손실보상, 예방접종비 등 코로나19 관련 보상 문제가 핵심 이슈로 등장하면서 가입자와 공급자의 시각차가 크고 어느 때보다 많은 변수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과 예측이 있었다.
이에 건보공단은 연초부터 가입자단체와 공급자단체 사이에서 의견조율을 위해 의약단체장 간담회를 비롯하여 가입자‧공급자 개별 간담회 등 24회에 거쳐 수차례 소통, 의견수렴 등을 위해서 노력했지만, 이번 수가협상은 역대 최초로 협상 마지막 날까지 추가재정소요 값이 없는 채로 시작했다.
두 차례 열린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에서 가입자단체들이 ‘보건의약계 보다 다른 직군이 코로나에 대한 손해가 커 보험료 인상은 어렵다’는 논리로, 재정 순증 자체에 대한 논쟁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협상 마지막 날인 5월 31일에 와서야 밴딩 초안이 나왔고, 이로 인해 밤을 새는 마라톤협상이 올해도 되풀이될 수밖에 없었다.
5월 31일 19시부터 3차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 회의가 2시간 가량 열린 이후, 건보공단은 공급자단체들과 협상에 돌입했는데, 이 과정에서 이례적으로 재정소위원회에서 공급자 협상단장 대표가 재정위원들에게 의약계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하지만 추가소요재정은 1조 848억에 그쳤고 보건의약계는 ‘추가재정소요분’에 불만을 표했다.
4차 협상 이후 모든 공급자단체 대표자들은 별도의 언급 없이 협상장을 빠져나갔고, 최종 협상 기한인 6월 1일에 들어선 새벽 7시가 되어서야 7차 협상 끝에 병원 유형이 처음으로 협상 타결 소식을 알렸고, 이후, 치과, 약국 순으로 협상안을 받아들였다.
병원급 수가협상 단장을 맡은 병협 송재찬 상근부회장은 “앞서 요구한 점들이 생각보다 반영되지 못해 아쉽다”며 “지금 재정위원회 제시한 밴딩과 인상률이 최선이라기보다는 3년 연속 결렬은 안 된다는 뜻에서 합의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치과를 대표해 협상장에 들어간 치협 마경화 부회장은 “어떤 숫자라도 만족할 수 없다”며 “그래도 지난 2년간 결렬해 보이지 않은 마이너스가 너무 컸기 때문에 실익에 포커스에 맞춰서 싸인을 했다”고 밝혔다.
약국을 대표해 수가협상에 임한 약사회 박영달 부회장은 “처방건 수가 많이 떨어졌으니 환산지수를 통해서 회원들에 적절히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협상에선 가입자들이 ‘오히려 오만하다’고 표현했다고 한다”며 “밴딩을 통한 보상이 코로나 극복에 수고한 보건의약인에 가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협상 타결된 유형이 있는 반면, 협상 결렬 소식을 알린 유형도 있었는데, 의원과 한방은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한방을 대표해 수가협상에 임한 한의협 이진호 부회장은 “수가협상 기간 동안 한의계 현실이 조금이나 전달되고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했지만, 상호간 간극이 너무커 도장을 찍지 못했다. 수가협상단장으로 책임을 느낀다”고 밝혔다.
의원유형 수가협상단장을 맡은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은 “의원유형 협상단장으로 객관적 데이터를 제시하며 성실히 임했으나 불공정하고 일방적 협상구조로 인해 결렬됐다”며 “코로나19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희생한 대가가 이렇게 돌아오는 것인지 허탈하다”고 토로했다.
2023년도 유형별 수가협상을 마무리한 건보공단은 올해도 공급자와 가입자 사이의 균형점을 찾기 어려웠다고 술회했다.

건보공단 협상단장인 이상일 급여상임이사는 3차 재정소위 이후 올해 수가협상에 대한 아쉬움을 전했다.
이 급여상임이사는 “가입자들은 경제ㆍ사회적 불확실성과 국민의 어려운 상황에서 추가 재정 및 보험료 인상 부담 우려에 대한 입장을 강조했다”며 “공급자는 코로나19 장기화에서 의료계의 헌신과 노고, 지속적인 경영여건 악화와 방역 및 의료 인프라 유지를 위한 공급자의 노력을 감안한 적정수가 인상을 주장했다”고 밝혔다.
이어 “건보공단은 양면협상을 통해 합리적 균형점을 찾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전 유형 타결에 이르지 못해 아쉽다”고 강조했다.
한편, 건보공단 재정운영위원회는 결렬된 의원과 한방 유형의 인상률인 2.1과 3.0을 건정심에서 초과하지 않도록 하는 부대결의를 했으며, SGR모형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 내년 환산지수 협상부터 적용할 것이 부대의견으로 결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