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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개운한 것이 실로 오랫만에 겪는 좋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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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개운한 것이 실로 오랫만에 겪는 좋은 기분이었다
  • 의약뉴스 이순 기자
  • 승인 2022.04.08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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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휴의는 죽을수도 있다는 감정이 이런 것인가 하는 것을 느꼈다. 그는 그런 감정이 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만족감을 표했다.

실망시키지 말아야한다는 각오는 그를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휴의는 몰라보게 변하고 있었다. 그 자신은 이런 변화를 이겨 낼 수 있는 힘이 있었고 능동적으로 거기에 참여했다.

아직 덜 여문 열매였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그런 때는 부대장을 찾아 조언을 구했고 언제나 만족한 답을 들고 돌아섰다. 틈나면 몸을 단련했고 전술을 익혔고 무엇보다 위험에서 물러나지 않는 대범함을 키웠다.

그리고 자신이 속한 부대의 역사에도 관심을 가졌다. 상사에게는 전투경험을 물었고 적의 도주로를 사전에 차단하는 기술을 배웠다.

부대장은 아낌없는 지원으로 그를 밀어주었다. 대원들 앞에서 은근히 칭찬하거나 그가 내놓은 작전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하는 것으로 위상을 높여줬다.

그는 그때마다 모든 것은 부대장님의 지시에 따른 결과일뿐이라고 겸손해 했다. 숙소로 돌아와서는 밤늦게 까지 적들을 어떤 식으로 최단 시간내에 잡아들일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가 부대장이 언젠가 말했던 훈춘 사건 같은 큰 사건을 만들어 독립군 조직을 일망타진하면 어떤가 하고 자문했다. 답은 그렇다였다.

그는 자다말고 벌떡 일어나 몇가지를 적었다. 이번에는 이쪽의 피해를 굳이 만들어 낼 생각은 없었다. 손해를 과장하고 보복공격하는 것은 낡은 수법이었다.

적을 매수하거나 사건을 조작하는 대신 새로운 작전을 짜기로 했다. 그것은 공포를 조성하는 일이었다. 순전히 이는 그의 경험에서 오는 것이었고 공포 앞에 선 사람의 마음은 이곳 만주에서도 통할 것으로 판단했다.

죽마을의 일본 순사 하인이었던 동휴가 순사와 함께 마을 순찰을 돌 때를 떠올렸다.

순사는 언제나 말을 타고 왔다. 깔끔한 복장에 긴 가죽 장화를 신었고 칼을 차고 권총을 품속에 품고는 왕의 행차처럼 비켜서라 소리를 지르면서 멀리서부터 자신의 존재를 부각했다.

길가던 흰옷 입은 사람들은 시키는 대로 한쪽으로 공손히 비켜섰고 일부는 아예 바닥에 엎드리기도 했다. 그런 사람 가운데 아무나 채찍으로 때리면서 조센징은 맞아야 말을 듣는다고 순사는 조선사람 다루는 방식을 몸소 시범보였다.

그러면 맞지 않은 조선인은 자신도 곧 맞을지 모른다는 우려움 때문에 더 바짝 엎드렸고 맞지 않기 위해서는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복종심이 더 강하게몰려왔다.

휴의도 그런 경험을 숱하게 했고 거기서 받은 공포심이야 말로 인간의 내면에 숨은 두려움을 극대화 시킨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아무나 잡어서 족치기로 했다.

그러다 보면 어떤 실마리를 찾을지도 모른다. 도망간 적들을 반드시 색출해 부대장의 체면을 살려주고 믿음에 대한 보답을 하고 싶었다. 

그는 생각한 것을 바로 실행에 옮겼다. 단독으로 치고 들어갔다가 놓친 음식점이 첫 번째 목적지였다. 그는 이번에는 홀로가지 않고 부대장이 붙여준 부하를 데리고 갔다.

휴의는 그때 자신의 신분을 밝히기 보다는 복장으로 그것을 대신했다. 번쩍이는 군복이 아니라 양복으로 제대로 빼입었다. 부대장이 먹고 마음대로 쓰라고 준 돈으로 옷을 장만한 그는 점잖은 사업가 흉내를 내면서 음식점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음식을 시키고 술을 약간 먹었다. 그는 아무말없이 배를 채운 다음 다시 주인장을 불렀다. 음식을 칭찬한 그는 값에 비해 넉넉하게 돈을 지불했다.

주인장이 감사함을 표하자 휴의는 부드러운 표정으로 가족 관계를 물었다. 그리고는 알고 싶은 나머지는 그가 알아서 말하도록 시간을 주었다.

그 전에 그는 점잖게 부탁을 했다. 주인장은 그 때 그가 예사로운 인물이 아닌 것을 알아 차렸다. 휴의와 같이 왔던 부하가 일본군인인 사실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우린 나남사단 소속이요. 19사단 이야기 들어봤지요.’

주인장은 말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휴의는 한 번 더 주인장에게 자신의 소개를 자세히 부탁한다고 정중하게 말했다.

점령군의 부탁은 말이 부탁이지 사실은 그것이 명령이라는 것을 음식점 주인이 모를리 없었다.

부탁을 피할 수 없었던 그는 언제부터 일했고 하루 수입은 얼마며 단골은 누구이며 그들이 와서 하는 대화는 어떤 것인지 생각나는 대로 말했다. 부탁한 것을 다 말하고 나서 그는 가도 좋은지 처분을 기다렸다.

그러나 주인장은 다 말하지는 않았다. 누구나 그렇지 않겠는가. 위세를 부리는 사람이 어떤 이유로 그러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까지말할 수는 없었다.

그는 떨고 있었으나 내색하지 않으려고 꾹 참고 있었다. 그러나 자신을 쳐다보는 눈초리가 사납고 곧 이어서 무언가 큰 봉변이 떨어질 것 같은 불안감이 몰려왔다.

어떻게 하면 이 위기를 벗어날까 고민하던 그는 오늘 음식값은 공짜라고 했다. 그 말에 휴의가 잠깐 눈을 치뜨자 주인장은 곧 말을바꿔 언제든지 오시면 늘 그렇게 해드리겠다고 꼬리를 내렸다.

그 사이 주인장은 머리를 굴려 생각 하나를 끄집어 냈다. 휴의가 젊고 잘 생긴 사내이니 분명 여색에 관심이있을 거라고 지레 짐작하고 예쁜 조선족 여자가 대기 하고 있다고 방문쪽을 가리켰다.

그것은 일부사실이었다. 대놓고 몸을 팔지는 않았으나 손님 가운데 제법 큰 돈을 내고 청하면 마지 못해 대령하는 그런 여자였다. 아까음식을 들고 온 바로 그 여자인가 휴의는 잠시 생각했다.

그러면서 그 모습에 실망했는지 아니면 그런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지 방문쪽보다는 주인장으로 눈길을 향하고 다른 말 할 것은 더 없는지 물었다.

대답을 망설이자 그는 옆에 있는 부하에게 이자를 체포하라고 명령했다. 그리고는 조용히 따라오라, 소리내면 죽는다고 품속에 있는 권총을 슬쩍 내보였다.

주인장은 누가 들을새라 작은 목소리로 살려 달라고 빌었으나 괜히 소란을 피워 사태를 키우지 말라는 휴의의 말에 그만 입이 다물어졌다. 부하가 가볍게 그의 팔을 잡았다.

'돈을 드릴게요.'

주인장은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쳤다. 그러나 휴의는 돈이 목적이 아니었으므로 그것 역시 가볍게 무시했다. 돈으로 매수될 사람으로 자신을 본 것에 대한 나쁜 감정도 품었다. 

그래서 부대로 데려오자 마자 휴의는 곧장 심문에 들어갔다.

‘주인장은 귀한 재주를 가졌소. 남을 숨겨주는 재주는 어디서 배웠소.’

다짜고짜 묻는 질문에 주인장은 숨이 턱 막혔다.

‘그런 재주 없습니다. 짜장면 만드는 것이라면 몰라도요.’

‘나는 이야기를 돌려 말하지 않아요. 다시 묻는데 그 자는 지금 어디있소?’

‘정말이지 그런 일 없어요. 사람 잘 못 본 것 아닌가요?’

이때만해도 주인장은 죄없는 자신이 설마 잘못되기야 하겠느냐는 마음을 버리지 않았다. 잔혹한 일본군도 증거도 없는데 무턱대고 불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내놓을 증거도 없다. 그러면서 빨리 나가서 짜장면 만들기 위해 밀가루 반죽을 하려면 오후는 허리 한 번 펴지 못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떻게 하면 여기서 빠져 나갈지 또다른 궁리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숨겨놓은 것 말고 그가 알고 싶어하는 다른 내용이 있다면 숨김없이 말해서 진실을 보증받고 싶었다. 억울해서 미칠듯한 기운이 주인장을 파고들었다. 

그래서 그는 심지어 다른 사람을 불까. 아무 이름이나 대고 훈춘으로 도망갔다고 말해 버릴까. 아니면 일주일 후에 온다고 했으니 오면 바로 연락 준다고 할까. 이런 생각에 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그의 예상은 빗나갔다.

휴의가 버럭 짜증을 내면서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이자는 말로 해서는 안된다면서 팔을 걷어 붙였기 때문이다.

‘따끔한 맛을 한 번 보시오.’

그리고는 목표를 조준하듯 주먹을 주인장 얼굴 앞으로 가져갔다가 뒤로 빼고는 반동을 이용해 그대로 날려 버렸다. 주인장이 뒤로 고꾸라 지면서 아이고 하는 외마디 비병을 질렀다. 손쓸 새가 없었다.

‘다 불게요. 분다고요.’

그러나 휴의는 무시했다. 그가 어떤 말을 할지 미리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 이름이나 대고 언제 오기로 했다고 꾸며댈 것을 알았다. 이런 자들은 약아빠져서 일단 여기를 모면하고 보려는 심사를 휴의는 눈치챘다.

그래서 하던 일을 멈추고 의자를 끌어 당기면서 말해 보시오, 진작 그랬더라면 이런 고생은 하지 않았을 것 아니오. 같은 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

쓰러진 주인장은 어이가 없었다. 분다고 해도 때리니 나더라 어쩌란 말이냐. 그는 답답한 가운데 맞은 부위가 어느 정도 타격을 입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손을 입으로 가져갔다.

그리고는 붉은 피가 손에 가득 담긴 것으로 보고 생각보다 부상의 정도가 크다고 생각했는지 갑자기 살려 달라면서 무릎을 꿇었다. 그 다음에 휴의가 한 행동을 여기서 적는 것은 독자 혐오에 빠질 위험이 있다.

다만 그것을 신호로 멈추지 않는 매타작이 시작됐다는 것은 알려둔다. 사정없이 때리기를 한 시간 정도 했다. 그리고 휴의는 그 자리를 떠났다. 심문은 애초에 없었던 것이나 다름없었다.

반죽음 상태의 그는 사진이 찍힌채 마차에 태워졌다가 음식점 문앞에 버려졌다. 소문이 금새 퍼진 것은 아니다. 한두명 본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런데 중요 장소마다 사진이 붙고 나서 상황은 달라졌다.

조선 독립분자를 숨겨둔 자의 최후는 이렇다는 큰 글씨아래 음식점 주인의 처참한 모습에 사람들은 경악했다. 눈은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로 부어서 보이지 않았고 코는 원래 자리가 아닌 다른 곳으로 밀려났고 벌린 입에는 앞니는 물론 도합 8개 이빨이 빠져 있었다.

얼굴만 크게 확대한 사진에 만주 시민들은 치를 떨었다. 마적단 소탕을 빌미로 무차별 시민을 학살한 악몽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당시 중국인은 물론 한인들의 피해가 무지막지했다.

집은 불타고 여자나 어린애까지 수 백명이 학살당했다. 압록강 부근에 사는 주민들은 떠오르는 시체를 처음에는 장사 지냈으나 나중에는 하도 많아 보고도 못본척 눈을 돌려야 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사진 아래에 조선독립분자를 숨겨둔 자는 앞으로는 주인 뿐만 아니라 가족과 사돈의 팔촌까지 멸족한다는 무시무시한 경고가 붙었다는 사실이다.

방 아래서 그 내용을 읽던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네가 숨기고 있지 않느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냈다. 서로 눈이 마주친 자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슬금스금 자리를 내뺐다.

휴의의 작전은 성공했다. 그는 이런 일을 하려면 얼마나 더 잔인해져야 하는지 알았다. 얼마나 많은 피 냄새를 맡고 얼마나 많은 짐승의 소리를들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산속에서 뛰놀면서 소나무 냄새를 맡고 계속의 흐르는 물소리와는 다른 소리를 들어야 한다. 내키는 일을 하려면 내키지 않는 일을 더 많이 해야 한다는 것을 휴의는 알고 있었다.

그것이 휴의의 좋은점이었다. 알고 있다는 것은 모르는 것과는 다른 것이었다. 그 날 밤 휴의는 편하게 잠을잤다. 몸이 개운한 것이 실로 오랜만에 겪는 좋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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