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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대선 공약에 등장한 ‘원격의료’에 우려 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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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대선 공약에 등장한 ‘원격의료’에 우려 표명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1.12.08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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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원격의료 도입 발언...의협ㆍ전의총 "시기상조"
▲ 국민의힘 대선후보인 윤석열 후보가 ‘원격의료’ 도입 가능성을 시사하자, 의료계에서 즉각 우려의 뜻을 표명했다. 
▲ 국민의힘 대선후보인 윤석열 후보가 ‘원격의료’ 도입 가능성을 시사하자, 의료계에서 즉각 우려의 뜻을 표명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인 윤석열 후보가 ‘원격의료’ 도입 가능성을 시사하자, 의료계에서 즉각 우려의 뜻을 표명했다. 

윤 후보는 지난 2일 서울 중구 시그니처타워에서 열린 스타트업 정책토크에서 나온 비대면진료 관련 질의에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밝혔다.

당시 윤 후보는 “차기 정부를 맡게 되면 의료계와 새로운 혁신을 추구하는 창업자들과 이해관계가 상충하지 않게 해서 원격의료라는 혁신제도와 최첨단 기술 혜택을 국민 모두가 누릴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해외에서는 메타버스 수술이 이뤄지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초보적인 비대면진료조차 건강보험이나 여러 의료제도와 맞물려 합의가 안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중재안을 내놓지 않고 ‘합의해오라’고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비대면진료는 피할 수 없는,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윤 후보 발언이 알려진 후 의료계에서는 즉각 반발한 상태다. 특히, 정부가 1년 이상 지속된 코로나19로 인해 한시적으로 허용한 비대면 진료를 통해 원격의료로의 확대 논의를 진행하려는 상황이라 의료계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현장에서 두드러졌는데, 이날 국감에선 코로나19 상황 하에서 진행 중인 비대면 진료를 기반으로 한 원격의료 추진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됐고, 보건복지부 권덕철 장관도 “의료영리화 문제 등을 일으키지 않는 선에서, 또 IT기술 및 의료안전성을 담보조건으로 의원급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한 현재 국회에는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최혜영의원이 상정한 2건의 비대면진료 관련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 상정돼 있다. 

강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원격의료 모니터링 대상환자와 의료기관을 각 만성질환 및 의원급 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고, 최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벽지 거주자 및 만성질환자, 중증, 희귀난치성 질환자 등으로 대상환자를 더 세분화했으며, 비대면진료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의사의 책임면제 사례를 규정했다.

이처럼 비대면 진료의 안전성이 어느 정도 확보되고, 코로나19로 인한 한시적 비대면 진료의 대부분이 의원급 의료기관에 활용했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정부가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 원격의료를 다시 한 번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이다.

정부와 국회의 원격의료 추진 가능성과 함께 대선 후보의 입에서 ‘원격의료 도입’이 등장하자 대한의사협회(회장 이필수)는 “합리적 검토 없는 원격의료와 비대면 플랫폼 논의는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우려를 표했다.

의협은 “국가적 재난상황을 틈타 의료분야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히 편하다는 이유로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앞서 산업적인 측면만을 부각시키며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당위성과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의협은 “여러 보건의약단체 전문가들이 누차 경고해왔듯이 의료의 본질과도 같은 ‘환자 대면 원칙’이 훼손될 경우 국민건강에 커다란 위해를 초래할 것은 자명한 일”이라며 “원격의료가 대면진료를 어느 정도 보조할 수 있는지, 과학적 분석자료와 정확한 통계자료가 아직까지 도출된 바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안전성과 효과성 측면에서 충분한 검증이 되지 않았고 전문가 의견수렴도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는 게 의협의 설명이다.

의협은 “의료는 비용효과성과 경제성보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해야 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중차대한 국가적 정책을 결정할 때에는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과 치열한 논의, 그리고 정확한 공식적 통계에 근거해 합리적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의협은 “법ㆍ제도적 문제도 면밀히 검토돼야 한다.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소재, 원격이라는 특성으로 발생할 수 있는 환자 개인정보의 유출 등 부작용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제도 도입 전에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며 “위기 상황에서 합리적 검토가 없고 정제되지 못한 원격의료 및 비대면 플랫폼 논의는 마땅히 중단해야 한다”며 “법ㆍ제도적 보완뿐만 아니라 기술적 인프라가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원격의료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전국의사총연합은 ‘공개질의서’를 통해 우선 윤 후보가 한국의료 상황 이해와 원격의료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을 갖고 한 발언인지 물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에 의료사각지대는 존재하지 않고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의약분업을 실시하며 ▲원격진단은 현재 기술로 너무 위험하고 ▲섣부른 원격의료는 지역의료를 붕괴시킬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입장을 밝혔다.

이와 함께 의료계에선 정부와 국회의 섣부른 원격의료 추진이 이제 막 시작된 의료계 내 원격의료 연구에 찬물을 끼얹는 게 아닌가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현재 대한의사협회를 비롯, 서울시의사회, 대한내과의사회 등에서 TF를 구성, 원격의료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상황이다. 원격의료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이긴 하지만, 연구조차 하지 않았던 과거와 달리, ‘원격의료에 대해 알아보자’는 여론에 힘입어 진행 중인 연구들이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는 것.

의협 박수현 홍보이사겸대변인은 “비단 윤석열 후보 뿐만 아니라, 최근 정부와 국회에서도 원격의료에 대한 정책이나 법안을 내놓고 있는데, 이런 부분에 있어서 의료계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있다”며 “현재 원격의료가 우리나라에 도입될 수 있는지, 필요여부 등에 대해 의사들이 공부를 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선 협회도 적극적인 연구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이런 상황에서 의료계를 완전히 패싱한 상태에서 공약이나 개정안을 마구잡이식으로 내놓는 모습은 원격의료에 대해 의료계의 태도를 더욱 경직되게 만들 것”이라며 “원격의료 뿐만 아니라 보건의료정책에 있어선 의료계와 논의를 통해 최대한 문제없이 나아갈 수 있도록 신중하게 살펴야 한다. 공수표 날리듯이 정책이나 공약을 남발하면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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