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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 기를 꺾기 위해 반장은 더 세게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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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 기를 꺾기 위해 반장은 더 세게 나갔다
  • 의약뉴스 이순 기자
  • 승인 2021.10.04 1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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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얼굴 가운데 반장은 낯익은 모습을 발견하고는 짐짓 놀라는 척 멈칫거렸다. 잔당의 우두머리가 바로 자신을 여기까지 오게 한 친척이었다.

'뭐 이런 게 있노.'

그는 다른 사람들이 들으라는 듯이 큰 소리로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뭐 이런 게 있어.'

웬만한 일에는 놀라지 않는 반장도 말문이 막힌 듯했다. 아는 자라고 그동안 인정을 생각해 빠지고 싶다고 반장은 대대장에게 말했다.

그러나 대대장은 그럴수록 직접 심문하는 것이 좋다는 식으로 말하면서 지시한 명령을 거두지 않았다.

대대장의 입에서 나온 말은 위엄이 있었다. 그는 그 자리에서 서서 뒤꿈치를 소리 나게 부딪쳤다.

고문에 앞서 반장은 순순히 실토하라고 조용히 말했다.

'왜 그랬어 형.'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복수하고... 아니 살고 싶었다.'

이미 포기한 자의 말치고는 생기가 넘쳤다. 이왕 이렇게 된 것 하고 싶은 말을 속 시원히 하겠다는 심사를 반장은 그의 다음 말에서 읽었다.

누군가의 모함으로 부모가 끌려가 총살당했다. 형과 동생은 그날 저녁에, 도망갔던 중학생 자식은 다음 날 아침에 잡혀 같은 장소에서 정오 전에 똑같은 방식으로 죽었다.

반란군 끄나풀의 가족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는 반란군과 내통한 사실이 없었다. 삼일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포로는 그 사실을 알고는 넋을 잃었다.

너무 억울했다. 그는 자신도 그렇게 될 운명을 짐작하고는 서둘러 산으로 도망치기 위해 간단한 물건을 챙겼다.

곧 그를 추격하는 추격대가 들이닥쳤다. 그는 뒷문을 통해 구사일생으로 산으로 도망쳤다. 하루아침에 산사람을 잡던 경찰이 산 사람이 됐다.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으나 사실이었다. 그가 산으로 오기 삼 일 전 반란이 일어난 이후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작전명 뱀사골.

그날 산속의 대장이 죽고 부대장과 그 밑의 부부대장이 연속으로 부상당했다. 산에 막 당도한 그는 바로 잔당의 대장이 됐다.

대장이라고 해봐야 일개 소대 병력에도 한 참 미치지 못했다. 그는 끝까지 해보자는 심산이었다. 정치적 신념 같은 것은 없었다. 복수의 일념만이 끓어 올랐다.

누군가의 모함이고 함정인데 그것을 판 자가 조직 내의 누구인지 그는 그것이 궁금했다. 죽기전에 알고 싶었으나 도무지 알아낼 수 없었다.

'놈을 찾아 복수를 부탁하네.'

반란군이 유언이라도 되는 듯 힘겹게 말했다. 공손하던 반장이 갑자기 돌변했다.

‘니가 한 짓을 난 알아.'

헛소리 지껄이지 말라며 반장은 침을 뱉았다. 동시에 발이 날아왔다. 갑작스런 행동에 반란군 대장은 당황했다. 아니 네가 나한테 그럴 수 있어, 하는 항변 같은 희미한 흔적이 나타났다.

초반에 기를 꺾어야 쉽다는 것을 안 반장은 더 세게 나갔다.

‘매를 벌고 있어, 벌어.'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 욕지거리와 함께 반장은 대검을 들고 그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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