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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사라졌던 갈매기들이 다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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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사라졌던 갈매기들이 다시 나타났다
  • 의약뉴스 이순 기자
  • 승인 2021.02.18 12: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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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은 끝이 없었다. 마치 어머니 품속 같았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무한대였다. 아무리 들어가도 끝이 없다.

울 일이 있을 때 그 품으로 파고들면 모든 것이 해결됐다. 바닷속에서 그는 어머니를 떠올렸다. 그리고 이곳은 바다가 아니고 어머니라고 여겼다. 그러자 아프고 차갑던 것이 부드럽고 따뜻하게 다가왔다.

어둡지 않았다. 빛은 물빛 언저리를 맴돌았다. 그는 오랜 시간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잠은 깨기 위해서 자는 것이 아니다.

그러함에도 잠에서 깼을 때 소대장은 그러기 위해서 잤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깨고 나서 개운했다. 비릿한 바닷물로 수영을 했으니 이제 소금기를 제거해야 한다.

마침 해변가 근처에는 솟아나는 물웅덩이가 있었다. 그곳은 한 사람이 들어가 누우면 적당한 크기였다. 마치 욕실의 욕조처럼 직사각형 형태를 하고 있었는데 그곳에서 소대장은 발을 길게 뻗고 누웠다.

하늘은 손을 뻗으면 잡힐 듯이 가까운데 있었고 갈매기 몇 마리가 저공비행을 하고 있었다. 녀석들은 먹이를 찾고 있었다. 처음에 소대장을 자신들의 식사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아닌 것으로 판명 나자 자신들이 잘못했다는 것을 자책이라도 하듯이 끼룩, 끼룩 몇 번 외치더니 다른 곳으로 날아 가버렸다. 갈매기가 사라진 곳에 고요가 찾아 들었다.

파도도 잔잔했고 밀려오는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고요속에서 소대장은 목욕을 즐겼다. 고개를 뒤로 젖히고 손을 가슴에 모았다. 물의 수온도 체온에 딱 맞았다.

언젠가 금강산 온천에서 느꼈던 달걀 삶은 냄새가 올라왔다. 그러자 배가 고파왔다. 오래전부터 고픈 배였으나 갑자기 그런 것처럼 시장끼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삶은 달걀이면 좋겠다. 한 끼를 해결하는 것으로 그만한 것은 없다. 김치에 돼지고기 반찬 같은 것은 생각지도 않는다. 마침 냄새도 그런 냄새니 어딘가 둘러 보면 그런 것이 있을 것이다.

소대장은 희망이라고 까지 할 것은 없었지만 그래도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바로 눈앞에 새 집이 있었고 거기에 새알이 가지런하게 놓여 있었다.

환호를 질러야 마땅하다. 그러나 언제나 어떤 경우에든 평상심을 유지하는 소대장은 그러지 않았다. 다만 입가에 엷은 미소를 띄고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

동물처럼 입으로 그것을 하나씩 옮길 까하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굳이 그래야 할 이유가 없었고 무엇보다 참을 수 없을 만큼 배가 고팠다. 그래서 입대신 손을 썼다. 하나씩 알을 꺼냈는데 모두 8개였다.

행운의 숫자다. 그는 속으로 이런 말을 중얼거리면서 옆에 있는 작은 구멍에 그것들을 넣었다. 그 구멍에도 물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솟아 오르면서 새알을 위로 밀어냈다. 하마터면 깨질 뻔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알을 넣고 바로 넓적한 돌로 덮었다. 알이 밖으로 밀려 나오는 것을 막고 온도를 높이기 위해서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물길이 막힌 물이 반란을 일으켰다. 갈 길을 잃은 물은 한동안 무슨 일인지 사태파악을 했고 그것이 끝나자 위 대신 옆으로 길을 냈다.

막힌 곳으로 나오지 않고 그 옆의 빈 공간을 통해 졸졸 흘러내렸다. 소금은 없는가. 소대장은 마치 부뚜막 위에 놓여 있는 소금단지를 찾기라도 하듯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 때 사라졌던 갈매기들이 다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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