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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1.물랑루즈(2001)-눈을 감으면 저절로 행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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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1.물랑루즈(2001)-눈을 감으면 저절로 행복이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21.02.08 0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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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영화 본 적 있느냐고 누군가에게 묻는다면 어떤 대답을 기다리기보다는 무조건 보라고 떠밀기 위해서다.

우연히 파리나 로트렉이나 뮤지컬이나 니콜 킬드만 같은 단어가 대화에 오르면 그런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존 휴스턴 감독은 1952년 <물랑루즈>를 만들었다. 물론 이 지면에서도 소개했다.

화가 로트렉과 그가 사랑했던 거리의 여자 마리를 중심으로 화려한 쇼가 펼쳐지는 영화는 비록 흑백이라도 총천연색과 다를 바 없는 격한 감동을 안겨줬다.

60년이 지나 버즈 루어만 감독이 동명의 영화 <물랑루즈>를 만들었다.( 그 이전에도 몇 편의 영화가 있었으나 이 두 영화가 같은 제목으로 나온 영화 중에서 가장 낫다.)

앞서 흑백이라도 칼러와 다를 바 없다고 했으나 왜 없겠는가. 감동 빼고는 다 있다. 색채의 향연은 새틴( 니콜 키드먼)과 크리스티앙( 이완 맥그리거) 의 구구절절한 사랑 이야기만큼이나 놀라움의 연속이다.

알지 못할 어떤 슬픔이 바람 부는 해변의 거센 파도처럼 몰려와 숨이 막혀 헉헉, 거릴 때 주인공들이 부르는 춤과 노래를 들어보자.

혼자 보기 아까워 여러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기쁨의 순간은 오래간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사랑이야기라면 이 정도는 돼야지 하는 어떤 기준점을 이 영화가 제시하기 때문이다.

영국에 사는 젊은 작가는 죄악의 도시로 가는 것은 인생을 낭비하는 것이라는 아빠의 충고를 가볍게 무시하고 몽마르트르 언덕으로 향한다.

1900년대 그곳의 풍경은 한마디로 먹고 마시고 즐기자는 한탕주의가 만연해 있다. 가수, 화가, 작가 등 예술가들이 빠질 수 없다. 그들은 그곳에서도 가장 화려한 물랑루즈로 몰려든다.

화가 로트렉과 그 일당을 만난 크리스티앙은 얼떨결에 대본을 쓰고 화려한 쇼는 개봉 박두를 위해 박차를 가한다.

그러던 어느 날 크리스티앙은 쇼걸의 주인공 새틴( 니콜 킬드만)을 만나 그야말로 첫눈에 반해 버린다.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영화는 둘을 위해 미리 그렇게 작정했기 때문이다.

▲ 쇼는 멈추지 않고 계속돼야 한다. 이런 쇼라면 먼지 가득하고 환기 안 되는 실내 음악당에서도 찡그리지 않고 볼 수 있다. 이런 영화를 보고 있으면 예술은 인간에게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수도 없이 하게 된다.
▲ 쇼는 멈추지 않고 계속돼야 한다. 이런 쇼라면 먼지 가득하고 환기 안 되는 실내 음악당에서도 찡그리지 않고 볼 수 있다. 이런 영화를 보고 있으면 예술은 인간에게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수도 없이 하게 된다.

새틴 역시 각본에 따라 그를 마다하지 않는다. 돈만 내면 어떤 남자라도 상대하는 창부라 할지라도 진심으로 밀고 들어오는 그런 사랑 거부하기 쉽지 않다.

아무리 돈이 최고다, 사랑이 집세를 내주지 않는다고 외치는 다이아몬드 걸이라고 해도 하룻밤 가짜 사랑 보다는 길고 긴 진짜 사랑을 원하기 마련이다.

쇼의 준비는 착착 진행되고 둘의 사랑도 깊어만 간다. 한마디로 순조롭다는 애기다. 그런데 뮤지컬이든 아니든 영화가 대개 그렇듯이 복병이 대기하고 있다.

그 복병은 약하지 않고 항상 강하다. 돈과 지위로 무장한 공작이 새틴을 배고픈 호랑이처럼 노린다. 사랑을 위해서라면 크리스티앙 편이지만 돈을 위해서라면 당연히 공작이다.

돈을 대는 조건으로 공작은 새틴을 요구한다. 제작자는 오케이 하지만 새틴과 크리스티앙은 그런 사실을 알지 못한다.

사랑하는 것이 아무리 위대하다 해도, 사랑받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 해도 다이아몬드보다 더 중요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을 던지면서 개막과 동시에 영화는 클라이막스를 향해 질주를 거듭한다.

사랑에 뒤진 공작은 음모를 꾸민다. 새틴이 거부하면 그의 남자를 죽이겠다고 협박한다.

남자를 살리기 위해 여자는 널 사랑하지 않는다고, 공작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 이 장면에서 아기를 살리기 위해 친모가 내 아들이 아니다라고 한 솔로몬의 재판이 생각난다. 솔로몬은 아이를 갈라 반씩 가지라고 서로 내 아이라고 주장하는 두 여자를 향해 판결을 내린바 있다.)

다들 짐작 할 것이다. 그 이후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쇼는 계속돼야 한다. ( 시간 나면 퀸의 원곡 더 쇼 머스트 쇼 고 온을 들어도 좋을 것이다.)

이는 내 말이 아니므로 왜 계속돼야 하느냐고, 주인공의 사랑이 틀어 졌으니 이제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해도 합당한 변명을 할 수 없다. ( 굳이 대답을 한다면 쇼를 보는 재미가 주인공들의 이별보다 더 즐겁기 때문이다.)

입속으로는 쉬지 않고 쇼 머스트 고온을 따라 외친다. 보헤미안의 피가 흐르는 것은 나만은 아닐 것이다. 이 영화는 여러 상을 받았으나 존 휴스턴 감독처럼 버즈 루어만 감독도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하지는 못했다.

그런 결정을 내린 사람들은 지금쯤 크게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자신들의 선구안도 때로는 스트라이크를 볼로 판정할 수 있다는 자괴감에 시달리면서.

상이 무슨 대수냐 작품이 중요하지 하는 사람들 대신 작품상만 골라보는 관객들이라면 이 작품을 보지 못하는 것이 원통할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작품상 위에 이 작품이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좀 과장해서 한겨울에 복사꽃 속에 묻히기를 바라거나 혼란한 세상 속에서 나 홀로 무아지경에 빠져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망설일 필요 없다.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레이디 마말 레이드, 유어 송, 라이크 어 버진, 쇼 머스트 고온, 올 유 니드 이즈 러브 등이 차분한 마음을 한껏 고조 시킬 것이다. 붉은 풍차는 결코 멈추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국가: 호주, 미국

감독: 버즈 루어만

출연: 니콜 킬드만, 이완 맥그리거

평점:

팁: <물랑루즈> 이전에 버즈 루어만 감독은 <댄싱 히어로>, <로미오와 줄리엣> 등을 만들어 ‘붉은 커튼 3부작’을 완성했다. 붉은 커튼이 암시하듯 화려한 색감이 일품이다.

거기다 연기와 노래와 춤이 어우러졌다. 스토리는 탄탄하고 기승전결은 한 치의 오차도 없다. 지루할 틈이 없다는 뜻이고 벌린 입을 다물 겨늘이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과히 지상 최대의 쇼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열정, 환희, 관능이 한꺼번에 몰려온다. 감동, 전율, 공포가 온몸을 사로잡는다. 진리와 자유, 아름다움과 사랑이 가득 차 있다.

바이러스에 지친 일상에 위로를 주는 이런 영화는 멈추지 않고 계속 만들어져야 한다. 쇼가 계속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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