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 없이 다른 병원의 입원실과 물리치료사를 공동이용한 병원에 내린 요양급여 전액 환수 처분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지난 14일 의사 A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취소 소송에서 전체 9억 9000여 만원 중 약 9억 5400만원의 징수처분 부분을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했다.
의사 A씨는 빌딩 1층과 2층, 4층에서 재활의학과를 운영하던 중, 지난 2018년 2월 12일 건보공단으로부터 '물리치료 산정기준 위반 부당청구 및 개설기관 외 입원진료 후 요양급여비용 부당청구가 확인됐다'는 이유로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에 따라 요양급여비용 9억 9000여만 원을 환수한다는 결정을 통보받았다.
그 이유로 공단은 A씨가 '공동이용기관'임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하지 않은 채 재활의학과를 방문한 환자들을 같은 빌딩에서 운영 중인 내과의원 병상에 입원시켜 치료하거나, 내과의원 소속 물리치료사로 하여금 재활의학과 환자들에 대한 물리치료를 하도록 하고 요양급여 비용을 받았다고 밝혔다.
국민건강보험법에서는 요양기관의 시설ㆍ인력 및 장비 등을 공동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요양기관은 공동이용기관임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물리치료, 검체검사 및 FULL PACS 등과 같이 '건강보험 행위 급여ㆍ비급여 목록표 및 급여 상대가치점수' 등에서 별도의 시설ㆍ장비 및 인력에 대한 기준을 규정하고 있는 항목에 대해서는 이를 우선 적용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타 요양기관과 시설ㆍ장비 및 인력의 공동이용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원심재판부는 A씨가 공동이용기관임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제출하지 않아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을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건보공단의 부당이득징수 처분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가 국민건강보험법 고시 규정에서 정한 절차와 요건을 준수하지 않고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해 지급받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부당이득징수의 사유에 해당하지만 특정 의료행위 내지 진료방법이 의료법상 허용되는 의료행위에 포함되는지 여부와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별개의 문제”라며 원심과는 다르게 판단했다.
의료법상 제재 이외에 국민건강보험법상 부당이득징수 처분이 필요한 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으로, 공단이 지목 부당이득징수 처분 대상 가운데 입원실 부분만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고시 규정은 상위법령의 위임에 따라 제정된 '요양급여의 세부적인 적용기준'의 일부로 상위법령과 결합해 대외적으로 구속력 있는 '법령보충적 행정규칙'에 해당한다"며 "요양기관이 이 사건 고시 규정에서 정한 절차와 요건을 준수해 요양급여를 실시한 경우에 한해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A씨가 내과의원의 입원실에 입원시킨 환자들에 대한 일체의 요양급여비용을 전부 부당이득징수대상이라고 판단했다“며 ”이를 인정한 원심 판단에는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의 적용기준과 부당이득징수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원심판결 중 입원실 미신고 공동이용 관련 요양급여비용 9억 5000여만 원의 징수처분 부분은 파기해 다시 심리ㆍ판단하라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