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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대장은 13초 후에도 살아 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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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대장은 13초 후에도 살아 남을 수 있을까
  • 의약뉴스 이순 기자
  • 승인 2020.12.28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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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등에 총을 맞는다는 생각은 사라졌다. 등에 맞든 가슴에 맞든 맞는 순간 죽는 것은 같다. 기왕이면 가슴에 맞고 죽자는 생각은 이 순간에는 들지 않았다. 그만큼 상황이 절박했다.

어디에 맞든 맞을 때 맞더라도 지금은 튀어야 할 시점이다. 그래야 한다. 몸의 모든 감각이 정신이 내리는 명령에 따랐다.

내려온 철모의 턱 끈을 조인 소대장은 몸을 돌렸다. 멧돼지를 노리는 비호처럼 잽싸게 움직였다. 그러는 와중에도 눈은 아래로 내달리기 위해 전방을 슬쩍 주시했다.

달려나갔다가 엎어질 곳을 가늠했다. 삼 십 미터 전방이 딱 그 위치였다. 경사로 였지만 쓰러진 고목 사이로 움푹 패인 공간이 보였기 때문이다.

저기라면 전투기의 기총 소사를 피하지는 못해도 위에서 내리꽂는 소총의 사격은 막을 수 있었다. 그곳까지 달려갈 동안 등에 무엇이 박히지 않는다면 일단 13초 후에도 소대장은 살아 있을 것이다.

인생에서 13초 후를 예상한다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가. 그러나 지금은 너무나 절박하다. 그 시간을 살면 생은 조금 더 연장될 것이다.

소대장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무릎을 세워 넘어지듯 아래로 몸을 날렸다. 너무 급하게 서두르다 미끄러졌으나 손을 땅에 짚는 순간 다시 일어났다.

어디서 그런 반사신경이 작용했는지 모른다. 손바닥이 무엇에 찔렸는지 따끔거리면서 이물질 같은 것이 느껴진다. 생사의 순간에도 그런 감각은 죽지 않고 살아있다.

넘어졌다 일어난 순간은 단 1초도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다시 아래로 내달렸다. 그리고 엎어질 공간을 확인하고 그곳으로 몸을 날렸다.

마치 토끼가 쫓아 오는 늑대의 숨결을 등 뒤에서 느끼고 몸을 일직선으로 뻗는 것과 같은 자세였다. 쿵 하는 소리가 이번에는 귀에 들렸다.

어디가 부러졌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정신은 온전히 남아 있고 그는 거친 숨을 내쉬면서 다음 기회를 엿보았다.

여전히 소총은 손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 와중에도 총을 간직하고 있다니 그는 참군인이었다. 군기가 바짝 든 군인만이 할 수 있는 행동의 결과였다.

소대장은 숨을 골랐다. 아니 골랐다기보다는 저절로 그렇게 됐다. 시간의 힘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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