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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4. 이브에 관한 모든 것(1950)- 성공의 지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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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4. 이브에 관한 모든 것(1950)- 성공의 지름길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20.04.05 1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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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성공방정식은 복잡하지 않다. 지름길을 아는 자라면 다른 사람보다 쉽게 그 자리에 오를 수 있다. 여기 이브(앤 박스터)가 있다.

그녀는 연극에 미쳐 있고 연극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르고 싶다. 그 꿈을 위해 이브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다. 롤모델은 마고( 베티 데이비스)다.

마고가 되고 싶었던 이브는 그녀의 모든 연극을 관람했다. 뒷자리에 서서 그녀의 몸짓, 말 짓 하나 놓치지 않았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이브는 마고와 이야기할 기회를 얻고 급기야 그녀의 집에 숙식하게 된다. 이때부터 이브는 마고의 모든 것이 된다.

그녀의 하녀 역도 마다하지 않는다. 철저히 마고의 소유물이 된 이브. 원하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미리 준비해 놓는다. 복심이 있다면 바로 이브가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마고의 약혼자 빌( 게리 메릴, 그는 실제로 데이비스의 남편이다.) 마저 헤아리지 못한 세세한 것도 이브는 알아서 척척 처리한다. 빌의 생일날 자동 전화 연결을 한 것도 이브다.

그러니 종전의 하녀는 찬밥 신세다. ( 이 하녀는 단박에 이브의 본성을 알아챘다. 이브가 자신의 슬픈 과거를 이야기하자 뚱명스럽게 '대단한 이야기네, 경찰견이 그녀의 엉덩이를 물었다는 얘기만 빼놓고는 다 있네' 하고 빈정거린다. 그러나 기존 하녀는 그 이상의 역할은 하지 않는다. 아슬 아슬하게 넘을 듯 하지만 선을 넘지는 않는다)

마고를 모시면서 이브는 연극 세계를 완전히 이해하고 극작가, 평론가 등을 내 편으로 구워삼는데 성공한다. 심지어 빌을 유혹하려는 가차 없는 행동도 서슴치 않는다.

갈 곳 없는 자신을 거둬들이고 도와준 주인을 배신하는 이브. 이브는 점차 본색을 드러낸다. 마고의 대타 역할을 맡은 그녀는 인터뷰에서 은인을 깎아내리는 파렴치한 행동을 한다.

▲ 악녀 이브는 자신의 성공을 위해 밥대신 거짓말을 먹었다. 세상은 이브에게 벌을 주기 보다는 어떤 사람이 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알려 주기라도 하듯 그녀에게 커다란 트로피를 안긴다.
▲ 악녀 이브는 자신의 성공을 위해 밥대신 거짓말을 먹었다. 세상은 이브에게 벌을 주기 보다는 어떤 사람이 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알려 주기라도 하듯 그녀에게 커다란 트로피를 안긴다.

애초 실력이 있었던 이브였던지라 언론은 찬사 일색이다. 보도가 나간 후 이브는 기자에게 속은 것처럼 이야기하면서 마고를 달래려고 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그녀가 철저하게 짠 각본대로 움직였다는 것이 나중에 밝혀진다.

이브가 지금까지 말한 것은 거짓이었다. 그녀의 출신과 결혼 여부, 살아온 이력은 자신을 그렇듯 하게 포장하기 위한 기만술이었다. 진실은 하나 없고 오로지 거짓말로 성공 가도를 달리는 이브.

이브의 모든 것은 한마디로 속임수의 파로라마 였다. 협박도 빠지지 않는다. 신뢰를 저버린 이브는 파멸해야 마땅하다. 그녀의 악행은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없을 것이다.

스승을 가지고 놀았던 이브. 그러나 연극계는 그녀의 성공에 커다란 상으로 보답한다. 수상의 이유는 구구절절하다. 미모와 양심, 겸손과 헌신, 예술에 대한 사랑, 충성심, 기타 등 등.

지금까지 그보다 어린 나이에 이 상을 받은 사람은 없었다. 이브는 성공했다. 성공한 그녀의 수상 소감은 이래야 한다는 전형을 보여준다. 버릴 것이 하나도 없으니 시간이 없는 관객은 그녀의 수상 소감만이라도 들어보길 권한다.

마이크 앞에 선 그녀는 진실의 화신이다. 마고에 대한 칭송 뿐만 아니라 그와 연관된 사람들이 줄줄이 호명된다. 과연 이브는 연극계의 스타가 될 소지를 충분히 갖췄다. 쇼 비즈니스는 반드시 유쾌하지 않고 음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이브는 일조했다.

국가: 미국

감독: 조지프 L. 멘케비츠

출연: 베티 데이비스, 앤 백스터

평점:

: 이브는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을 알았다. 그 길은 진실이 아닌 거짓의 고속도로다. 연극이 그렇지 않은가. 막 뒤는 온갖 추악으로 가득하지만 장막을 열면 언제나 환한 미소로 가득한 세상.

인생 연극을 통해 진짜 연극의 최고 위치에 오른 이브. 인생이 연극인지 연극이 인생인지 그녀는 인생과 연극이 다르지 않다고 여겼다.

영화 전반부는 좀 지루하다. 이브의 가면은 쉽게 벗겨지지 않는다. 그러나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화면은 생기를 띈다. 그녀가 벌였던 거짓말 대잔치가 들통났다.

악명높은 기자의 눈을 통해 이브의 모든 것이 벗겨졌다. 비현실이 현실보다 더 현실적이 됐다. ( 약점을 잡은 기자는 이브를 소유하기보다는 진실을 밝혀 주는 것으로 자기 역할을 끝낸다. 시작은 지저분했으나 마무리는 깔끔했다 )

그러나 그녀는 이미 정상에 오른 뒤였고 나이 40이 넘은 마고는 이제 은퇴해야 하는 나이다. 늘 마고가 문제였지 이브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이브는 젊고 재능있고 섬세라고 이해심 깊고 생기가 넘친다. (그녀에 대해 더 쓸 형용사가 없을 정도로)

마고는 그것을 깨끗이 인정한다. 이브의 배신에 치를 떨었으나 마고는 신뢰를 저버린 이브를 용서하기로 한다. 대신 그녀는 빌을 얻었다.

더 빨리 사다리에 오르기 위해 도중에 많은 것을 버려야 했던 마고. 그녀 마고는 여자가 되기로 했다. 빌의 아내로 남은 생을 살기로 작정했다.

이제  영화는 끝나가고 있는데 여기서 잠깐, 이브의 뺨을 치고도 남을 후계자가 등장해 급 긴장 모드가 된다.

이브가 마고의 하녀를 자청했던 것처럼 이브의 하녀를 간청하는 연극 지망생이 터질 듯한 미모를 뽐내며 나타난다.

그런데 이 신참 지망생의 거짓말은 이브보다 한 수 위다. 관객들은 이 장면에서 하, 하는 한숨을 오래 쉴 수밖에 없다.

극장가에서 영원한 스타는 없다. 이브도 곧 그녀에게 배신의 쓴맛을 보게 될 것, 이다. 이브가 마고에게 했던 것처럼. (꼭 그래야 한다)

짜임새 있는 각본은 전반부의 지루함을 날려 보내고도 남는다. 마고가 복수하지 않고 이브를 인정하는 장면은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한편 그녀, 마릴린 먼로가 깜짝 출연한다. 아주 잠시지만 출연진 모두를 압도하는 미모로 도대체 저 배우가 누구지? 하는 착각에 잠시 빠진다. 마치 영국 해변에서 막 수영하고 나온 듯 한 모습이 황홀하다.

이 영화는 아카데미 최초로 14개 부분에 후보로 올라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등 6개 부분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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