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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4-03-29 10:12 (금)
[기자수첩]희귀ㆍ필수약 수급 불안은 어디서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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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희귀ㆍ필수약 수급 불안은 어디서 왔을까
  • 의약뉴스 김홍진 기자
  • 승인 2020.02.22 0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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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이 추구하는 업무 신조는 무엇일까?

추측 컨데 '해왔던 일을, 해왔던 만큼만' 이지 않을까.

과도한 비약이겠지만 현재 한국희귀ㆍ필수의약품센터의 대폭 축소된 예산과 그로인한 CBD오일 등 희귀ㆍ필수약 수급 위기 상황을 보면 제법 들어맞아 보인다.

우선 알려진 바에 따르면, 센터는 2020년 예산을 약 140억으로 책정했다.

그간 자체 약가 차액으로 수익 창출해 운영비를 충당하던 센터가 체질개선에 나서며 수익 창출을 할 수 없게 된 만큼, 운영비 전액에 대한 국가의 보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해야 할 조치다. 의약품 차액으로 수익을 남기는 행위는 엄연히 불법이다.

환율에 따라 상한금액으로 보험약가를 청구, 실제 구입액과의 차이를 만들어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는 전문가의 입장에서도, 국민의 입장에서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약사들이 감내하고 있지만 한숨을 지을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는, 보험약가를 청구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에 대한 금전적 이익은 없으면서 카드수수료, 세금 납부의 의무는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센터의 예산의 직접 책임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대다수 약사 출신 공무원들이 이를 모르지는 않을 것이라 본다.

그러나 식약처는 ‘센터는 특수한 환경이니 이를 용인할 수 있다’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 중요한 점은 식약처가 센터에 직접 방문해 의약품을 수령하기 어려운 ‘특수한’환자에 대해서는 의약품 택배도 생각하고 있다는 말이 암암리에 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센터는 2019년 ‘전문위탁배송’과 ‘거점약국’이라는 시스템 도입으로 환자가 의약품을 복약하는데 편의성을 제공 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전문위탁배송과 택배는 비슷한 말처럼 들리지만 엄연히 다르다.

전문위탁배송은 말 그대로 의약품의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환자가 원하는 의약품을 거점약국까지 배송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환자 및 보호자는 가까운 거점약국에 방문, 복약지도와 함께 약을 수령하게 된다.

일반 택배에 비해서 편의성은 떨어지지만 직접방문ㆍ수령보다 편리함은 당연하고, 복약지도를 통한 안전 사용도 담보 받을 수 있다.

택배는 일반 포장을 통한 환자 전달이다. CBD오일ㆍ변질 위험이 있는 생물학적 제제들을 종이박스에 담아 전달하는 것이다.

편리하겠지만 위험한 것은 자명하다. 파손은 차치하더라도 의약품 변질 우려가 다분하다.

안정성과 편의성 사이의 교집합이라는 판단으로 2019년 센터가 처음 진행한 ‘전문위탁배송’과 ‘거점약국’ 사업이 예산 대폭 감축으로 전면 백지화 됐다.

아마도 식약처는 센터가 그간 해왔던 방식대로의 수익 창출, 해 왔던 만큼만의 희귀ㆍ필수약 공급을 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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