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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중독모임 녹색반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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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중독모임 녹색반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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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7.07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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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서울정신병원 이계성 전문의







최근 보건복지부가 패스트푸드와 술에 세금을 포함시키겠다는 방침을 발표하자 한국의 술문화와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에 대해 새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알코올 전문의인 국립서울병원의 이계성 전문의는 알코올로 인한 폐해를 줄이려면 먼저 사회의 낙오자 쯤으로 취급받는 알코올 중독자들을 치료가 필요한 '환자'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알코올 의존증이라는 병은 한 마디로 말해 못 고치는 병입니다."

알코올 치료에 헌신한다는 사람이 왜 이런 비관적인 말을 하는가 의아했지만 그의 설명을 들어보니 수긍이 간다.

"사람들이 많이 앓고 있는 당뇨나 고혈압도 사실은 완치가 힘들지요. 대신 생활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평생동안 관리해주어야 하는 병입니다. 알코올 중독 역시 지속적인 관리가 요구되는 만성질환 중 하나입니다."

이계성 전문의는 알코올 중독 환자에 대한 가장 큰 편견 중 하나가 의지가 약하거나 자기 관리를 못하는 사람으로 오해하는 것이라고 한다.

"술을 10년이고 15년이고 지속적으로 마시다 보면 동기를 담당하는 뇌의 영역을 알코올이 망가뜨리게 됩니다. 즉 반복적 복용으로 뇌가 망가지고 그래서 더 술을 끊기 힘들어지는 것이지요."

이러한 뇌의 손상 때문에 대부분의 알코올 중독 환자는 스스로 치료하겠다는 의지를 갖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병원에 찾아오는 환자의 경우는 대개 가족이나 주위 사람에게 이끌려 오게 된다.

"위험한 결정들을 쉽게 내린다는 것도 알코올 중독의 특성입니다. 술을 마시고 남과 싸운다거나 우울증을 느끼고, 가정이나 직장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등의 악영향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술 때문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죠. 사고를 저지른 알코올 중독 환자가 다음날 또 술을 마시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들은 하루 이틀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쌓이게 된다. 따라서 회복되는 과정도 상당히 오랜 기간이 요구된다고 한다.

"12단계 알코올 중독 치료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있지만 이런 치료를 받았다고 해서 사람이 갑자기 달라지는 게 아닙니다. 만성질환이기 때문에 죽을때까지 관리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이계성 전문의는 변화의 시작은 '멈춤'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왜 그렇게 술을 마셔왔는지 돌아보고 이를 다른 사람들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치료 체계 안에 가능하면 오래 남아서 의사를 만나 약을 처방받고 모임에 참석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알코올 중독을 이겨내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국립서울병원에는 10년 이상 계속되고 있는 '녹색반'이라는 알코올 중독 모임이 있다. 이 전문의가 녹색반 모임을 맡게 된 지는 1년 반 정도 되었다고 한다.

"당뇨나 고혈압도 마찬가지지만 알코올 중독은 꾸준히 관리하는 사람이 불과 4%밖에 안됩니다. 서울시가 자살방지 캠페인을 벌여 우울증 환자의 치료 비율이 15%로 올라갔는데 알코올 중독도 일단은 그 정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하지만 노련한 의사나 효과 좋은 약보다 더 좋은 알코올 중독증 치료법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술을 끊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는 게 이계성 전문의의 충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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