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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연구실에 파묻혀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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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연구실에 파묻혀 있지요
  • newsmp@newsmp.com
  • 승인 2011.06.30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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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내과 안규리 교수





▲ 안규리 교수가 장기이식에 대한 어려움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 2004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황우석 논문 조작 사건이 이후로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진 이름 하나가 있다. 바로 황우석과 함께 연구의 주요 저자였던 서울대학교 내과 안규리 교수이다.

비록 '의학계의 거대 신드롬'은 거짓으로 판명됐지만 6년이 지난 지금, 안 교수는 여전히 연구실에 파묻혀 난치병 환자를 위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기도 한 그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연구는 바로 생체장기나 뇌사자 장기를 대체할 수 있는 이종장기에 관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대기환자는 15만명에 달하고 있고 매년 그 숫자가 늘고 있는 추세이지만 이식이 가능한 뇌사자는 1천여명에 불과합니다"

안규리 교수는 이렇게 장기이식의 어려운 현실을 설명하며 말문을 열었다.

"더구나 고령화로 인해 살아 있는 사람의 장기를 이식하는 생체이식도 그 공급이 달리고 있죠. 특히 한국에서는 뇌사기증에 의존하기가 힘들어 생체 장기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실정입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이종장기가 생체이식이나 뇌사자 이식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안 교수는 말했다.

동물의 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한다면 아직은 낯설게 들리지만 이 연구는 이미 세계 각국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이종장기 연구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안 교수는 주장한다. 핵가족화되어 가족 간 장기 이식도 점점 어려워지는데다 장기 이식을 꺼리는 유교 문화도 여기에 한몫을 한다. 게다가 고령화와 당뇨 등 만성질환의 증가는 활용 가능한 장기를 줄어들게 만들고 있다.

"이른바 재생의학 중 가장 규모가 큰 연구가 이종장기입니다. 과거 미국에서 침팬지의 장기를 이식받은 환자가 20일동안 생존한 예가 있었지만 뇌사자 이식이 보편화되면서 한때 이 연구는 잊혀졌었습니다."

이종장기 연구가 늦어진 이유는 다름아닌 황우석 사건이었다. 당시 줄기세포 연구 쪽으로 쏠렸던 서울대측의 관심이 뒤늦게 이종장기로 옮겨가면서 안 교수는 장기이식 센터장 자리에 앉게 되었다.

"생체이식이 갖는 가장 큰 문제점은 기증자가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받게 되고 장기밀매 등 범죄가 일어날 소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로서는 뇌사자 이식을 늘리는 동시에 이종장기 연구에 박차를 가하는 게 최선입니다."

그렇다면 세계적으로 이종장기 연구는 어디까지 진행되어 있을까.

"처음 이종장기의 대상으로 주목받았던 동물은 원숭이였습니다. 그러나 자연 상태의 원숭이를 실험실에 데려다 놓으면 새끼를 낳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있었죠. 야생동물이기 때문에 무균화가 어렵고 형질전환도 곤란합니다."

게다가 영장류 실험에 대한 정서적 반대가 심한 것도 문제였다. 이에 따라 대안으로 꼽힌 동물은 돼지이다.

"돼지는 인슐린과 판막 등이 이미 활용되고 있죠. 미니돼지는 사람과 장기 크기가 같고 인간과 오래 산 동물이기 때문에 감염 위험이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사람의 장기를 이식하는 것보다 거부반응이 크다는 점이다. 따라서 형질전환 돼지들이 생산되기 시작했고 이제 막 개체수가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이종이식 거부반응 1단계는 극복이 된 상태입니다. 심장 같은 경우 환자가 6개월 이상 생존하면 성공한 것으로 보는데 이미 좋은 성과가 많이 나타났습니다. 브릿지 이식이라고 해서 돼지 장기를 달고 있다가 뇌사기증자가 나타나면 재이식하는 방법도 있지요."

세포 같은 경우 거부반응이 훨씬 적어 에이즈 환자가 돼지의 임파구를 붙이고 10년 이상 생존한 전례도 있다. 안 교수는 최근 면역반응이 훨씬 약한 췌도이식에 대해 지식경제부에서 연구비를 지원해 그쪽에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병원 밖에서는 외국인 노동자 무료 진료소인 '라파엘 클리닉'을 운영, 소외된 이들을 돕고 병원 안에서는 꺼져가는 생명을 되살리는 연구에 최선을 다하는 안규리 교수.

조용하지만 정신없이 바쁜 그의 다음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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