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5-03 20:46 (금)
우울증 자살, 심리적 부검 중요하죠
상태바
우울증 자살, 심리적 부검 중요하죠
  • newsmp@newsmp.com
  • 승인 2011.04.26 16: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명 연예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 어김없이 “우울증에 시달려 왔으며…”라는 내용이 따라 붙는다.

우울증은 반드시 자살과 직결되는 병일까.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교수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말한다.

전홍진 교수는 젊은 의사로서는 드물게 연구에 매진하는 학자형이다. 그는 지난 14일 그랜드힐튼호텔에서 개최된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학술대회에서 ‘젊은 의학자상’을 수상했다.

이 상은 주로 우울증과 관련된 연구를 하는 의사에게 주어지는 경우가 많으며 만 40세 이하의 젊은 의사들에게만 수여된다.

전 교수는 2007년에도 미국정신신체의학회에서 학자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으며 지난 3년간 활발한 연구와 진료 활동으로 20여편의 논문을 저명국제학술지에 발표했다. 현재 그는 우울증과 자살의 생물학적 기전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자살을 하게 되잖아요. 그러면 언론에서는 성급하게 우울증이라고 단정하는 경향이 있는데 우울증과 자살의 관계가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습니다.”

전 교수는 사람들이 우울증과 우울한 기분을 자주 혼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울한 기분은 단순히 주변에서 겪는 힘든 일 때문에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상태에서 ‘욱’하는 기분으로 자살을 했다면 우울증과는 별 관계가 없는거죠.”

우울증은 우울한 기분과는 달리 딱히 힘든 일이 없더라도 의욕이 없고 기능이 저하되는 상태로 배터리가 방전된 상태에 비유할 수 있다고 전 교수는 말한다. 서서히 기운을 잃어 가다가 마침내 죽음을 결심하게 되는 것이 우울증 환자의 자살과 일반인의 자살이 갖는 차이이다.

그 때문에 미국 등 외국에서는 자살자에 대한 ‘심리적 부검’을 흔히 실시한다고 한다. “가족들에게 그 사람이 자살하기 전의 행동들을 순차적으로 인터뷰 조사하게 됩니다. 원인을 밝히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지만 이런 과정을 거쳐야 우울증과 자살의 좀 더 명확한 메커니즘을 알 수 있는 거죠”

그는 우리나라의 자살인구가 전 인구의 3.2%로 상당히 높은데도 우울증에 대한 올바른 인식은 부족하다고 말한다. “제일 좋지 않은 경우는 우울증 환자에게 ”툭툭 털고 일어나라“라고 충고하는 것입니다. 이 사람들은 환자이기 때문에 그렇게 간단하게 기분을 바꾸기 힘듭니다. 치료가 필요한 질병에 민간요법을 쓰는 것과 마찬가지이지요.”

외국에는 상담치료 프로그램 등이 다양하게 발달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상담치료를 한 번 받으려면 비용도 많이 들고 접근성도 떨어진다. 그 이유에 대해 전 교수는 “우울증으로 치료받는 사람이 워낙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서양인들은 가벼운 기분장애만 느껴도 상담을 통해 바로 치유하려 합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을 정도의 환자는 상당히 심각한 경우가 많아요. 본인이 못 견딜 정도가 되어야만 치료를 받으니 당연히 수요가 적고, 그러다보니 상담 프로그램도 발달하지 못한 것입니다.”

대부분의 신경정신과는 상담치료 시간이 그다지 길지 않다. 따라서 짧게 상담을 하고 약만 받아오는 시스템에 불만을 가진 환자도 상당히 많은 게 현실. 이 문제에 대해 전 교수는 “의료현실의 어려움이 아직 많은 거죠. 하지만 상담시간이 짧다고 해서 의료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시간보다는 환자와 의사 간의 신뢰가 중요한 거죠. 정작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우울증 환자들은 자살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의사가 병을 정의하고 자신을 도와주고 있다고 느낄 때 치유에 대한 의지를 갖는 것입니다.”

또한 그는 “의사가 환자에게 자신이 치료를 통해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인식시켜 주어야 우울증이 더 빨리 완치됩니다”라며 다시 한번 의사와 환자의 신뢰관계를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