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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의식과 걸린 상금은 산악인들을 불러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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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의식과 걸린 상금은 산악인들을 불러 모았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9.05.17 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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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의식과 돈은 세계 최고의 등반가를 한국으로 불러들였다.

무산소 에베레스트 38번 등정 성공을 자랑하는 세르파는 자신이 길라잡이가 아닌 주자로 직접 나서겠다고 큰소리쳤다. 도우미가 아닌 당사자가 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누구도 오르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이 등산로를 개척하겠다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의 깊게 패인 눈은 어떤 난관이라도 기어이 뚫고 나아가겠다는 집념으로 가득 찼다.

그는 자신보다 두 살 어리지만 에베레스트 등정은 3번이나 많은 후배 세르파를 짐꾼으로 고용했다.

짐꾼은 한 명만 가능했기 때문에 여러 명을 두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다. 사고가 날 경우 한꺼번에 3명이 목숨을 잃기 때문이다.

또 외벽을 타고 오르는 일에 한 명 이상은 안전에 되레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했다. 그러나 한 명만 두는 제도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의견이 분분한 상태여서 언제 두 명 이상으로 확대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에 앞서 프랑스와 이탈리아 산악인들이 속속 도착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산악인은 남녀 혼성조였다.

한 팀은 부부였으며 다른 한 팀은 부부는 아니었으나 연인관계로 보아도 좋을 듯이 다정한 포즈로 성공을 다짐했다.

한국에서도 질새라 대학 산악부 회원들의 도전이 잇따랐다. 도전은 계절을 가리지 않고 진행됐다.

겨울에도 그들은 죽어도 좋다는 확인란에 10개의 지문을 찍고 쓰레기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5000 미터 까지는 그래도 좀 수월했다.

건물 외벽에 간간이 계단 구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곳에서 체력을 비축하고 잠을 잤으며 불순한 일기에는 일정을 조금 연기하는 여유를 부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 이후부터는 외부에 돌출된 손잡이만을 이용해서 올라야 했다. 그것도 8000 미터에서 멈췄다. 나머지 3000 미터 첨탑 구간은 말 그대로 마의 구간이었다.

이 부분은 연소된 쓰레기가 최종적으로 분해돼 나가는 곳으로 어느 부분은 안쪽에서 시뻘건 불길이 타오기도 해 마치 지옥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처음으로 첨탑 구간을 오르던 영국 산악인은 화염에 놀라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다행히 이 구간은 돌출 손잡이가 촘촘히 박혀 있지는 않았지만 간간이 사다리 같은 철로 된 외부 난간이 밖으로 나와 있었다.

이 난간은 나선형으로 이어져 있었다. 이 구간으로 접어들면 많은 시간이 소모됐다. 건물 외벽을 한 바퀴 돌아서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시간 싸움이 벌어질 경우 불리했다.

그럼에도 여기까지 성공한 등반팀은 무조건 나선형 계단을 택했다. 고도가 높아 돌풍이 수시로 불었기 때문에 외벽에 붙어서 오르는 것보다는 위험도를 낮출 뿐만 아니라 성공확률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인간이 이런 악조건을 이기고 정상 등정에 성공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러나 도전의식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위대한 힘이었다.

이들은 세계 최초가 되기 위해 죽음을 불사했다. 지금까지 380여 명의 아까운 인재들이 사망했다.

여론은 이런 무모한 도전을 멈추라고 한국 정부를 압박했다. 당국도 고민에 휩싸였다. 살아서 정복할 가능성보다는 죽어서도 목표 달성을 하기 어려운 도전을 허락하는 것은 양심상 걸리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죽는 숫자가 해마다 100명이 넘었다. 쓰레기 산 등정이 허용된 후 겨우 3년 만에 히말라야 등반 역사 100년 사고사를 능가하는 사망사고가 일어났다.

짧은 기간 너무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가자 세계 산악회는 무모한 도전을 멈추라고 주장했다. 일부는 한국 정부앞에서 시위를 했으며 또 일부는 산의 3000 미터에서 나체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래저래 한국의 쓰레기 산은 세계 언론에서 늘 주목을 받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당국은 묘수를 짜냈다. 신체 여건이 더 이상 도전을 할 수 없는 경우에는 강제 하산시키는 법을 마련한 것이다.

이 경우 인명 손실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여론의 반발을 조금은 누그러트릴 수 있었다. 죽지만 않는다면 도전을 계속하는 것은 아름다운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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