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4-19 17:22 (금)
직원이 즐거워야 환자도 즐거워진다
상태바
직원이 즐거워야 환자도 즐거워진다
  •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 승인 2019.03.13 04: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에자이 고홍병 대표

‘Fun & Work hard’

세상에 수많은 제약사들이 있지만, 기업이념은 천편일률적이다. 어느 제약사이건 기업 이념의 중심에는 늘 ‘환자’가 자리하고 있다.

환자 중심에 환자를 위한, 환자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한, 환자를 최우선으로 하는 다양한 기업철학 속에는 늘 ‘환자’라는 구체적인 대상이 있다.

그러나 기업 이념을 실현하는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그저 제약사로서 하는 일들이 모두 ‘환자를 위한 것’이라는 뜬구름 잡는 설명뿐이다.

하지만 오늘 다국적 제약사 출입 기자 모임이 만난 이 기업은 조금 다르다. 기업 이념 실현을 위한 방법론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본업과는 별개로 그에 따른 성과를 내놓고 있다.

환자를 위해 업무 시간의 1%를 사용하도록 명문화한 기업, 그리고 직원이 즐거워야 환자가 즐겁다는 신념으로 신입사원에 대표실을 내준 괴짜 같은 대표.

다국적 제약사 출입기자 모임이 ‘2019년 기해년 다국적 제약사 CEO 릴레이 인터뷰’ 네 번째 주자로 만난 한국에자이, 고홍병 대표의 이야기다.

▲ 환자를 위해 업무 시간의 1%를 사용하도록 명문화한 기업, 그리고 직원이 즐거워야 환자가 즐겁다는 신념으로 신입사원에 대표실을 내준 괴짜 같은 대표. 다국적 제약사 출입기자 모임이 ‘2019년 기해년 다국적 제약사 CEO 릴레이 인터뷰’ 네 번째 주자로 만난 한국에자이, 고홍병 대표의 이야기다.

◇위생재료 업체에서 출발해 80개국에 진출한 글로벌 제약사로
에자이는 지난 1941년 위생재료 제조업체로 출발했다. 기업이름 에자이는 위생재료(衛生材料) 중 ‘위(衛)’자와 ‘재(材)’자의 일본발음이다.

비타민제를 통해 제약사로 발돋움 한 에자이는 지난 1997년 치매치료제 아리셉트의 미(美)FDA 승인을 계기로 중추신경계(CNS) 분야의 대표적인 글로벌 제약사로 거듭났다.

이후 2006년에는 항암제 분야에도 진출, 할라벤과 심벤다, 렌비마 등 기존의 치료제들이 충족시키지 못했던 미충족 의료 수요(Unmet Needs)를 채워가고 있다.

고홍병 대표는 에자이를 “전 세계 40위권 규모의 작은 기업”이라며 “치매나 뇌전증 등의 CNS 및 항암제 영역에 특화된 회사”라고 소개했다.

◇근무시간 1%, 환자와 가족을 위해 사용
사업분야를 그대로 기업명으로 활용할 만큼 꾸밈없는 모습은 기업 이념에서도 드러난다.

에자이의 기업이념은 단 세 글자, HHC다. HHC는 사람 중심의 헬스케어(Human Healthcare)라는 의미로, 일상 업무 속에서 환자들을 위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에자이는 근무시간의 1%이상을 환자와 가족을 이해하는 데 할애하도록 구체적인 실행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고 대표는 “HHC는 현재 에자이(글로벌) 대표인 나이토 하루오 대표님이 90년대 초반 정립한 이념”이라며 “단순히 의약품 판매를 넘어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에게는 당연히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이윤을 창출하느냐”라며 “단순히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와 가족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에자이는 의약품 판매 조직을 넘어 환자와 환자 가족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하는 기업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환자를 통해 얻은 아이디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활용
환자와 환자 가족을 위한 1%의 시간은 환자나 가족과의 교감 또는 실제 환자가 되어 겪은 경험의 형태로 사내에서 공유된다.

이는 제약기업들이 흔히 말하는 Unmet Needs를 넘어 환자 스스로도 깨닫지 못하는 암묵지(暗默知, Tacit knowledge; 학습과 경험으로 체화되어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지식)를 찾아내 해결책을 고민하는 과정이다.

이와 관련, 고홍병 대표는 “에자이가 말하는 니즈란 당사자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문제를 말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를 ‘암묵지’라고 하는데 환자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암묵지를 발견하기란 굉장히 어렵다”면서 “내부에서는 직원들에게 이러한 능력을 키우는 트레이닝 및 워크샵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라고 소개했다.

이렇게 확보된 암묵지는 재품이나 서비스 개선을 위한 아이디어는 물론 사회 공헌 활동, 나아가 새로운 비즈니스를 위한 아이디어로 발전한다.

실제로 한국에자이는 이러한 활동을 통해 얻은 니즈를 토대로 수많은 사회 공헌 활동을 개발했으며, 일부 아이디어는 환자와 가족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상품 개발로 이어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뇌전증 환자와 가족을 위한 ‘쉼표합창단’,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암파인땡큐’와 ‘룰루랄라 합창단’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에자이는 갑상선암으로 치료를 받아야 했던 직원의 경험을 토대로 저요오드식 메뉴 개발에 나섰고, 환자공감활동을 통해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환아들을 위한 놀이도구 ‘Play Aid Kit’를 개발해 상업화에 성공했으며, 또 쉼표합창단을 통해 얻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턱받침 ‘Neckie’를 개발, 상업화 과정에 있다.

고 대표는 “이처럼 단순 제품 판매를 넘어 환자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활동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이 HHC의 주된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어찌보면, 아리셉트가 특허만료 이후에도 꾸준히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처럼 환자와 가족을 위한 노력도 한 몫을 했을 것이란 평가다.

◇치열하게 노력하면서도 즐거운 회사
고홍병 대표의 ‘휴먼헬스케어’에는 환자와 가족은 물론 임직원도 포함되어 있다. 제약기업의 활동이 환자를 위한 것이라면, 일하는 직원이 즐거울 때 환자들도 즐거울 수 있다는 신념이다.

그는 자신의 이러한 경영 철학에 대해 “사람, 즉 직원이 제일 중요하다”면서 “제가 처음 취임할 때 ‘공정, 투명, FUN & Work hard’ 3대 원칙을 내세웠는데, 무엇보다 즐겁게 일하자는 Fun을 강조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직원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고 있는 만큼, 무엇보다 회사에서 즐겁게 일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경영 철학이 거창하진 않은데, 직원들이 행복해야 우리의 서비스와 가치를 전달해야 하는 고객들에게 행복을 전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 고 대표는 “에자이는 의약품 판매 조직을 넘어 환자와 환자 가족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하는 기업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고 대표는 최근 사회적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워라벨’을 지켜주기 위해 휴가 제도에 많은 변화를 줬다.

직원들이 상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쉴 수 휴가를 쓸 수 있도록 연차 승인 시스템을 폐지했으며, 5년 단위로 장기 근속자에 안식 휴가와 함께 여행 경비를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배우자 출산 휴가를 한 달로 연장, 근무일 기준 20일의 휴가를 제공하기로 했다.

그는 “HHC와 사업성과, 그리고 환자와 가족에 대한 기여 등 이 모든 것들의 주체는 직원”이라며 “직원이 회사에 만족하지 않으면 이에 대한 성과도 기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재충전 후 복귀한 직원들이 로열티도 높고 성과도 오히려 더 좋다”면서 “직원들 각자가 스스로 일을 알아서 할 때 성과가 더 좋다”고 역설했다.

여기에 더해 고 대표는 직원들이 보다 자유롭게 자산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직급을 뺀 영어 호칭을 사용하도록 했으며, 노사협의회 ‘한마음위원회’를 통해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와 관련, 고 대표는 “회사와 직원이 자유롭게 소통해야 직원들로부터 좋은 의견이 나올 수 있고, 그 의견들이 빠르게 반영될 수 있다”면서 “직책과 상관없이 ‘내 생각은 이래요’라고 말 할 수 있는 분위기, 상사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라고 하면 ‘왜요’라고 물어볼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즐거운 근무 환경을 조성하고자 3개월 단위로 자리 배정 제비뽑기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고 대표는 “최근에는 제비뽑기 대신 게임을 했는데, 1등 한 신입 직원에게 대표실을 뺏기기도 했다”면서 “대표실 밖으로 나오니 직원들과 더 가까이에서 더 많은 것들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고, 다른 한 편으로는 외부에서 오신 손님이나 본사 직원들과 교류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당당하게 대표실을 요구한 신입 직원이나 약속대로 대표실을 내어 준 대표, 괴짜 같은 이들의 모습이 한국에자이의 현재 분위기를 전달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고 대표는 GPTW(Great Place to Work, 일하기 좋은 직장) 연구소에서 주관하는 ’2016년 존경 받는 CEO’에 선정됐으며, 최근에는 글로벌 에자이에서 한국에자이의 근무 환경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찾아오고 있다.

이에 대해 고 대표는 “회사에 대한 평가를 스스로 하기 어렵지만, 외부에서는 복리후생이 좋은 회사, 일하기 좋은 회라고만 보여질 수도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치열하게 노력하는 회사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우수한 직원 내보내는 ERP에 회의적...직원들에 안정감 줘야
에자이는 혈액암 치료제 심벤다 전이성 유방암 및 지방육종 치료제 할라벤, 갑상선암 및 간암치료제 렌비마 등을 통해 항암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에는 오랜 숙원 과제였던 심벤다의 급여 진입과 렌비마의 간암 적응증 확대 등 난관이 하나둘 해결되고 있다.

그러나 에자이의 대표품목인 아리셉트의 특허만료에 따른 글로멀 매출 감소와 기대했던 치매치료제의 더딘 행보는 발걸음을 무겁게 하는 요소다. 실제로 글로벌 차원에서 감원 추진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있는 것도 현실이다.

그러나 고 대표는 그 스스로가 고용 안정에 대한 불안감을 느꼈던 경험자로서, ERP(Early Retirement Program, 희망퇴직)에 회의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는 “ERP를 진행한 사례를 보면, 주로 유능한 인재들이 퇴사해 이직하는 상황을 많이 경험해 그 효용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며 “직원수를 억제로 줄이기보다 규모를 유지한 채 직원들과 더 많은 성과를 내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흐름에 뒤처지지 않아야...강하고 단단한 회사 바라

▲ 고 대표는 “내부적으로는 직원들끼리 결속력을 다져나가, 작지만 강하고 단단한 회사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고 대표는 한국에자이 대표로서 새로운 목표를 내세우기 보다 지금까지 해 온 것들을 더 잘해나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특히 그는 “사회 공헌 활동 ‘나를 있게 하는 우리’와 ‘사내 혁신 프로젝트’가 제 궤도에 올라 빛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또한 “최근에는 헬스케어 산업에 제약사 뿐 아니라 타 분야의 기업들이 진입해오고 있는데, ADHD를 어플리케이션으로 개선하는 사례에서 보듯 산업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다”면서 “이러한 트렌드에 따라 흐름에 뒤처지지 않도록 다른 분야의 기업, 기관, 학화외 협력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모색하려 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그는 “내부적으로는 직원들끼리 결속력을 다져나가, 작지만 강하고 단단한 회사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