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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80일 간의 세계일주> (18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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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2019.01.30  14: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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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그렇지만 오래전에도 세계 일주는 사람들의 꿈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오래전에도 꿈이라고 해서 모든 사람이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세계 일주만 해도 그렇다. 시간도 있어야 하고 돈도 필요했다. 그럴 의욕도 있어야 하고 관심도 가져야 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오래전에도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은 보통사람과는 다른 사람들이었다.

쥘 베른의 <80일간의 세계 일주>는 그런 사람이 벌이는 말 그대로 세계 일주에 관한 내용이다. 그것도 80일 안에.

그런데 일주의 시발점이 특이하다. 유람을 하거나 여행에서 무언가 배우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내기를 위해서 했다. 정해진 시간 안에 돌아오면 이기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 게임은 애초에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하는 시합과 같은 것이었다. 왜냐고.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당시의 교통상황을 고려해 보면 지구를 도는데 적어도 3달 이상은 걸렸기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포그가 내기를 건 것은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모닝클로니클지에 따르면 대인도 반도 철도가 개설된 이후 그게 가능해 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상여건과 철도 고장 등을 고려해야 한다.

시간표는 시간표일 뿐이다. 포그가 이런 상황을 고려했다 해도 실패는 예견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포그는 그래도 내기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 그가 유일하게 가입해 있는 리폼 클럽 회원들은 그의 용기가 만용이라고 여기면서도 큰돈이 걸린 문제이므로 내기를 수용한다.

바로 그날 저녁 포그는 당일 고용된 프랑스 하인 파스타르투와 함께 대장정에 나선다.

그 과정이 이 책의 핵심 내용이 되겠다. 여기서 잠깐 포그가 어떤 인물인지 살펴보자. 작가에 따르면 포그는 시간 관념이 뚜렷하다. 돈이 많으며 바이런을 닮은 잘생긴 영국 신사이다. 하지만 말수가 적다. 한마디로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 바로 포그라고 할 수 있다.

그가 떠나기 전에 영국은행이 거액을 강탈당한다. 사건은 미궁에 빠지고 형사 픽스는 포그를 범인으로 지목한다. 그가 돈을 털고 여행을 핑계로 도주 행각을 벌이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인도 뭄바이에 도착하는 즉시 그를 체포하기 위한 영장도 신청해 놓았다.

이런 내용을 알지 못하는 포그는 첫 기착지인 수에즈 운하로 향한다.

그가 떠나고 난 뒤 영국은 이 내기에서 과연 누가 승자인지 대단한 관심이 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그런 내기를 한 사람이 없었고 내기에 건 판돈이 엄청났기 때문이다.

떠난 포그와 뒤를 쫓는 픽스의 흥미진진한 모험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그래서 내친김에 쉬지 않고 읽게 되는데 내용도 어렵지 않고 전개도 시간 순서상 흘러가기 때문에 헛갈릴 이유도 없다. 마치 청소년을 위한 모험 소설을 읽는 기분이다.

어쨌든 저녁 6시 몽골리아 호를 타고 아덴에서 168시간을 거쳐 뭄바이 도착한 포그 일행은 콜카타행 열차를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그 사이 포그는 휘스트 게임에 열중하고 하인은 경이로운 인도 풍경에 감탄하다 힌두교 사원에 신발을 신고 들어가는 죄를 범했다.

구사일생으로 도망쳐 주인과 상봉한 하인은 맨발 신세였고 그런 하인에게 주인은 다시는 이런 일을 당하지 말도록 당부했다.

기차여행이 시작됐다. 영국 석탄을 태워서 달리는 기차는 농장과 수만 가지 장식으로 꾸민 놀라운 사원을 지나 거대한 평야와 뱀과 호랑이와 늑대가 우글거리는 숲을 통과했다.

그런데 정해진 역을 앞두고 기차는 멈춰 섰다. 포그가 기관사에게 웃돈을 주지 않아서가 아니라 철길이 더 이상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문에는 분명히 연결됐다고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포그는 코끼리를 이용해 밀림을 통과하기로 했다. 현지인을 고용했고 물론 거기에 드는 거액이 빳빳한 새 돈으로 지출됐다. 운명의 장난인가. 여기서 포그는 평생의 반려자 아우다 부인을 만난다.

토후의 부인은 죽은 남편과 함께 화형되기 위해 요란한 종교의식을 거행한 후 정글의 사원에서 하룻밤 묵을 예정이었다. 숨어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포그 일행은 그녀를 구하기로 마음먹었다.

잘못되면 여행도 망가지고 목숨도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포그는 실행을 주저하지 않았고 마침내 하인의 기지로 제물로 바쳐질 그녀를 죽음 직전에서 구해 내는데 성공했다.

이때 픽스 형사는 포그가 범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으나 범인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그를 체포해야 한다는 결심에는 변함이 없었다. 이제 일행은 넷이 됐다. 사람이 늘었으므로 여행에 드는 비용도 곱절로 증가했으나 포그는 돈을 물처럼 썼다.

이때만 해도 포그는 아우다 부인을 영국령인 홍콩에 내려줄 생각이었다. 그곳에 그녀의 친척이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여행하면서 포그는 런던과 뭄바이 구간에서 이틀을 벌었고 인도 대륙을 통과하면서 그 시간을 모두 써버렸다. 잃은 것도 얻은 것도 없었다.

그런데 일행이 인도를 떠나기 전에 경찰에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하인이 힌두교 사원에서 벌인 추태 때문에 꼼짝없이 유치장에 갇혀야 하는 신세가 됐다.

그러나 이번에도 빳빳한 영국 은행권이 한 몫을 단단히 했다. 포그가 거액의 보석금으로 하인을 빼돌린 것이다. 랑군호를 타고 싱가포르를 거쳐 홍콩에 도착한 일행은 먼저 아우다 부인의 친척을 찾았으나 그는 이미 2년 전에 그곳을 떠난 뒤였다.

중국을 거쳐 유럽의 네덜란드로 갔다는 것이다. 이 말은 들은 아우다는 절망적인 표정을 지으면서 전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하고 물었고 이에 포그는 같이 여행하자고 대답했다. 그래서 그들은 함께 여행길에 올랐다.

그런데 픽스는 하인에게 자신의 신분을 과감하게 털어 놓았다. 포그를 체포하는데 그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때까지 하인은 픽스가 포그가 제대로 여행하는지 감시하기 위해 리폼클럽에서 고용한 사설 탐정 쯤으로알았다.

하인은 픽스를 통해 주인이 5만 5천 파운드를 훔친 강도라는 말을 듣고 놀랐으나 주인님은 세상에서 가장 정직한 분이라고 형사의 말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공범으로 체포하겠다는 협박에도 불구하고 하인은 픽스의 협조를 단칼에 거절했다. 그러는 와중에 픽스는 술과 아편에 취해 쓰러졌다. 형사의 잔꾀가 먹혀 들어간 것이다.

그가 쓰러지자 예상보다 빠르게 배를 고쳐 다음 날 아침이 아닌 오늘 저녁 8시에 요코하마로 출항한다는 사실을 하인이 알리지 않아 포그는 알지 못했다. 배를 놓쳤으니 일정은 차질이 불가피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포그는 돈을 이용해 위기를 돌파했다. 다음 날 요코하마도 떠난 하인과 주인은 어찌어찌해 다시 여행에 합류했다.

12월 3일 제너럴그랜트호는 골든게이크 만에 들어섰다.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것이다. 총사령관 선거가 아닌 치안판사를 뽑는 선거 집회로 떠들썩한 그곳에서 포그는 미국인 프록터 대령과 생사를 건 결투를 벌여야 하는 신세가 됐다.

영국 신사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기 때문에 복수의 기회를 다른 사람에게 양보할 수 없었던 포그는 6연발 권총 두자루를 들고 대령과 맞섰다. 바로 그때 객차 안에는 공포에 찬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인디언 수족이 기차를 탈취하기 위해 공격한 것이다. 결투를 멈추고 두 사람은 승객과 합세해 그들에 맞서 싸웠다. 이 와중에 하인을 포함해 세 명이 납치를 당했다.

일정은 바쁜데 이런 일이 생기자 포그는 즉시 파산을 선고했다. 게임에서 승리보다 하인을 구출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하루만 늦어도 뉴욕에서 배를 탈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결정을 내리는 포그를 보고 아우다 부인은 포그의 두 손을 잡고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하인은 살아서 돌아왔다. 하지만 스무 시간이 지체된 상황이었다. 이때 픽스가 구원자로 나섰다.

11일 저녁 9시 리버풀행 여객선 출발 시간에 뉴욕에 있어야 하는 포그의 일정에 도움을 주기로 했다. 바로 눈썰매를 이용해 시간을 단축하는 작전이다. 픽스가 포그의 편에 선 것이다.

그들이 도착했을 때 리버풀행 차이나 호는 픽스의 호의에도 불구하고 45분에 전에 이미 출항했다. 불운한 포그. 그를 위한 배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런데 이때 지금도 그렇지만 오래전에도 돈의 위력이 또 한 번 유감없이 발휘됐다.

그는 배를 통째로 샀다. 그리고 바다 한가운데서 연료가 부족하자 철로 된 선체를 제외한 앞부분의 나무를 석탄 대신 연료로 사용했다. 필리어스 포그는 12월 21일 오전 11시 40분 마침내 리버풀 부두에 내렸다.

런던까지 고작 6시간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 그의 승리는 확정됐다. 하지만 여기서 반전. 포그의 어깨에 손을 댄 픽스가 여왕의 이름으로 그를 체포했기 때문이다.

그는 런던으로 호송되기 전에 리버풀 세관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이기고 지고 문제가 아니라 범인 신세가 된 포그는 신세 한탄을 해야 하는 처지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한 번 반전이 일어난다.

진짜 도둑이 3일 전에 잡힌 것이다. 풀려난 포그가 제일 먼저 한 일은 픽스 형사의 얼굴에 정확하게 주먹을 날린 것이다. 그는 서둘렀다. 그러나 예정보다 5분 늦었다. 내기에 지고 만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번 더 극적인 반전이 일어난다. 그 내용은 독자들의 독서 의욕을 고취 시키기 위해 적지 않겠다. 다만 포그와 아우다 부인이 결혼했다는 사실만은 밝혀둔다. 두 사람이 행복했기를.

: 포그가 떠났을 당시 출렁였던 포그의 주식 가치는 도둑으로 몰리면서 급전직하 했다. 하지만 성공적으로 세계 여행을 마친 지금 언론은 태도가 돌변해 그는 영국에서 가장 정직한 신사가 되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예전에도 언론은 널뛰기의 명수다.

포그는 여행에서 돈을 벌지 못한 대신 평생의 반려자를 만났다. 돈 대신 행복을 얻은 것이다.

참고로 포그가 여행 중에 이용한 운송수단을 여기에 열거해 보겠다. 여객선과 기차. 그리고 마차, 요트, 무역선, 썰매, 코끼리까지 이동 가능한 것을 모두 썼다.

한편 쥘 베른이 이 같은 소설을 쓸 수 있었던 것은 눈부신 과학적 발명이 이어지던 시대를 살았기 때문이다. 대륙을 오가는 철도가 연결됐고 대양과 대양을 누비는 증기선이 나타났다.

탐험과 모험의 영역이 급속도로 확대됐고 관심은 넓어졌다. 전화, 전기, 자동차, 영화 등이 발명돼 작가의 상상력은 무한히 확장됐다. 그 시대가 만들어낸 산물이 바로 <80일간의 세계 일주>가 되겠다.

작가는 부지런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곧바로 서재에서 11시까지 원고를 쓰고 수정하고 점심 식사를 마친 뒤 다시 서재로 돌아와 열다섯 종류의 신문을 꼼꼼히 읽었다고 한다. (열린책들)

여러 모험가의 글과 과학과 지리학에 관한 방대한 자료 노트가 무려 2만 권에 달했다고 하니 그의 노력이 얼마나 가상한지 짐작이 간다. 소설 하나 쓰는데 정말로 엄청난 공을 들인 것이다.

이런 공의 결과 이 소설은 지금까지 세계에서 가장 많이 번역된 책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으며 영화와 연극 등으로 무한재생 되고 있다.

그가 쓴 작품에서 예견한 것이 현재 실현된 것이 많이 있다고 한다.

헬리콥터, 알루미늄 사용, 인공위성, 우주 비행사, 현대적 잠수함, 수소 에너지, 지열 난방, 쓰레기 소각, 텔레비전, 비디오 카메라, 개인 전보, 원격회의, 플라스틱 소재, 독가스 등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1936년 시인 겸 소설가인 장 콕토는 쥘 베른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그가 갔던 길을 따라 세계 일주에 나섰다고 한다. 그의 다른 책 <해저 2만리> 도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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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bgusp@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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