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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은 故 임세원 교수로 끝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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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은 故 임세원 교수로 끝내야
  • 의약뉴스 신승헌 기자
  • 승인 2019.01.10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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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위, 재발방지 대책 논의...목소리 다양

故 임세원 교수가 진료 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목숨을 잃은 사건을 계기로 국회와 정부, 의료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재발방지 대책을 논의했다.

진료실 폭력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 사법치료명령제 도입, 외래치료명령제 강화, 의료인 안전을 위한 시설 및 인력 지원 확대 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위원장 이명수)가 강북삼성병원 의사 사망 사건 관련 현안보고 전체회의를 9일 개최했다.

◇‘처벌 강화’ 놓고 갑론을박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위원장 이명수)는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망 사건과 관련한 정부 현안보고를 9일 실시했다. 현안보고에서는 의료기관 내 의료인 폭력 사건을 예방하기 위한 대책이 심도 있게 논의됐다.

사건 발생 이후 의료인 폭행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률개정안이 10여건이나 발의된 만큼 이날 현안보고에서도 ‘엄벌’이 재발방지 대책 중 하나로 거론됐다.

우선 바른미래당 최도자 의원은 “(의료인 폭행에 대한) 형량 강화가 (응급실뿐만 아니라) 모든 의료기관에 적용되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참고인으로 출석한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 역시 “(처벌 강화는) 사후적 대책이지만 예방효과도 크다”면서 “형량을 실효성 있게 높이고,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는 데 의료계는 동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가중처벌이 능사가 아니라는 입장을 내놨다. 박 장관은 “정신질환자는 응급실 주취자와 성격이 다르다. 사건을 저질러도 형법상 처벌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며 “예방이 중요하지 처벌에 초점을 맞출 건 아니”라고 말했다. 다만, 반의사불벌죄와 관련해서는 국회가 법 개정을 논의하면 적극 참여하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 역시 “정신적으로 아픔이 있는 사람들이 처벌이 강화된다고 해서 할 행동을 안 할 것인가에 의문이 든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한 진료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사건이 일어난 강북삼성병원의 신호철 원장도 “병원에서 실제로 이뤄지는 폭력사태의 95% 이상은 일반 환자나 일반 보호자에 의해 일어나지 정신과질환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라고 했다.

▲ 강북삼성병원 의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 9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위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좌)과 권덕철 차관.

◇사법치료명령제 도입 ‘시각차’…·외래치료명령제 강화엔 ‘공감대’
재발 방지 대책과 관련해 참고인으로 나온 서울의대 권준수 교수(現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는 “(사건의 원인을) 궁극적으로 진단하면 편견과 차별 때문”이라면서, 정신질환자들이 적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관한 논의과정에서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은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에 보호입원 강화조항이 신설되면서 치료해야하는 환자들이 병원 밖에 방치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의사협회에서 사법입원제도를 검토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복지부가 도입하지 않는 이유가 뭐냐”고 따져 물었다.

권준수 교수는 “환자는 자신이 강제입원 당한 것에 대한 굉장한 트라우마가 있어서 그 분노를 가족이나 의사에게 푼다”면서 “가족에게 맡겨놔서 될 일이 아니고, 법적·제도적으로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 선진국도 사법입원제도를 채택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이러한 지적에 박능후 장관은 “정신의료기관 입원제도가 개선된 지 7개월 밖에 되지 않아 더 지켜보자는 것도 있고, 법제처 등에서 조심스러워 한다”고 답변했다. 사법명령치료제를 도입하면 정신질환자의 입원치료 여부를 의사가 아닌 사법기관의 판단을 거쳐 결정해야하는데, 사법부의 업무 부담이 너무 커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 역시 “공신력을 가진 사법기관이 (강제입원을) 결정한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국가가 지나치게 개입하는 부분이 있고, 현실적으로 판사 충원 문제가 있다”며 “또, 정신질환자라는 이유만으로 법정에 서야한다는 문제도 있다”고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반면, ‘외래치료명령제’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에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윤일규 의원은 2017년 한 해 동안 외래치료명령이 전국에서 단 4건뿐이었던 점을 짚으면서, 적기에 적절한 치료를 위해서는 제도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이에 박 장관은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왜 (피의자가) 제대로 된 치료를 못 받았는지, 각 지역에 있는 정신건강증진센터가 왜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는지, 작동했다면 사각지대는 없을 것인가를 고민했다”며 “외래치료명령제를 비롯해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제도적 보완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권준수 교수는 “정신건강센터는 만성환자 재활위주이지 응급환자가 갈 곳이 아니다. 정신질환 재발 방지를 위한 지속적 치료 시스템이 지금은 없다고 봐야 한다”면서 “(제도적으로) 일정 기간 동안은 병원에서 다루게 해야 한다”고 의견을 보탰다.

▲ (오른쪽부터)참고인으로 출석한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 강북삼성병원 신호철 원장,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권준수 이사장.

◇“의료기관안전관리기금 투입 신중히 검토”
이밖에도 이날 현안보고에서는 의료인 진료 안전 보장을 위한 다양한 대책이 제시됐다.

보건복지부는 사고유형별, 진료과목별로 실태조사를 실시해 대책마련을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진료실 내 대피통로(후문)와 비상벨 설치, 보안인력 배치 방안을 놓고 의료계와 협의하겠다고 했다. 또, 소속 의료인의 안전을 위해 시설투자나 안전관리활동을 시행하는 의료기관에게는 재정 지원 등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를 놓고 최도자 의원은 “3만여개에 달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은 현실적으로 대피통로를 설치하기도 어렵고, 별도 안전인력을 고용하기도 어렵다”고 짚었다. 또한, 의협 최대집 회장은 “이걸 개별의료기관에게 맡길 것은 아니다. 국가 재정으로 지원해야 한다”며 “적절한 수준에서 의료기관안전기금을 국고에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능후 장관은 “의협이 제시한 의료기관안전관리기금 투입에 대해 신중하고도 충분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신호철 원장은 “(강북삼성병원에는) 비상벨, 비상통로, 39명의 보안요원이 있었는데도 참극이 일어났다”며 “현행법상 보안요원은 방호복과 삼단봉만 갖출 수 있는데다 폭력행위가 있어도 소극적으로 말리는 것밖에 할 수 없다. 현장을 고려한 제도개선이 있기를 바란다”고 의견을 밝혔다.

한편, 보건복지위원들은 정신질환에 대한 정부의 낮은 관심을 지적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근본적으로는 우리 사회가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도 없고 투자도 없어서 의사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라면서 “복지부에 정신건강 관련 인력이 10명인데, 그마저도 2명이었다가 2018년에 증원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기동민 의원 역시 “결국은 예산과 법의 문제인데, 지난해 전체 보건의료예산 10조원 중 정신질환 관련 예산은 1563억 원 수준”이라며, 정부를 향해 예산 확보 구상을 밝혀 달라고 주문했다. 남인순 의원도 “지금은 의사 한 사람당 하루 60~70건씩 외래진료를 보는데, 20건 내외가 될 수 있도록 인력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이명수 보건복지위원장은 “이러한 대책이 사전에 마련됐다면 좋았을 건데 ‘사후약방문’인 면이 있어 안타깝다”며 “이번 기회에 제대로 된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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