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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에서 느끼는 순간은 오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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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에서 느끼는 순간은 오래갔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8.10.25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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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정으로 갈수록 흙 대신 돌이 많이 보였다. 바위라고 해도 될 만큼 큰 것은 검은 색을 띄었는데 꿈쩍 않고 있는 것이 당당했다.

바위로 이어진 돌은 그 자체가 등산로가 됐다. 사람들이 하도 많이 밟고 다녀서 어떤 곳은 반질반질하게 빛났다. 이것은 비가 오면 본래의 색을 드러낸다.

색깔이라는데 생각이 미치자 물기를 머금은 바위가 어떤 모습으로 변신할 지 궁금했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이것은 검정색이 아니라 붉은 빛이 도는 황색에 가까웠다.

이런 빛을 어디선가 본적이 있다. 그게 어디지? 고민 할 때 유럽의 어떤 낯선 도시를 떠올렸다. 아침이었고 마침 비가 오다 그쳤다. 그 곳 돌 들이 빛나고 있었는데 그 색깔이 묘하게 끌렸다.

수백 년 아닌 수 천 년 전에 바닥에 깔린 돌이 인간의 숱한 발자국으로 닿고 닿아 마치 기계로 깎은 듯이 평평한 모양이며 그 모양이 그려내는 색깔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돈을 들여 수입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바로 이런 바닥돌이 아닐까 하는 엉뚱한 호기심이 일었다. 일 년에 한 번 씩 들어내는 보도블록이 아니라 한 번 박아 놓으면 수 백 년 동안 살아 움직이는 이런 바닥 돌 말이다.

근처에서 작은 하수도 공사가 있었고 그래서 손바닥만 사각형의 돌을 어쩔 수 없이 뽑아 낼 때 보니 무려 깊이가 어른 손 한 뼘 정도로 깊었다.

그러니 수천 년의 세월을 견디고도 남지. 오래 묵은 것에 대한 경이로움은 사람이 밟고 다니는 땅에서 느끼는 순간이었고 그 순간은 오래갔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자꾸 엮였으며 연상이 됐다. 산을 오르면서도 바위에서 바닥돌이 떠오른 것은 그와 같은 이유에서였다. 바위가 예사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 바위도 흙과 마찬가지로 생명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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