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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의료인 폭행, 가중처벌만이 능사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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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의료인 폭행, 가중처벌만이 능사 아니다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8.08.03 16: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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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 폭행과 관련된 이슈가 의료계를 강타하고 있다. 지난달 1일 전라북도 익산 모 병원 응급실에서 발생한 폭행사건을 시작으로, 강릉, 구미 등 전국 각지에서 의료인을 대상으로 한 폭행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했다.

이번 의료인 폭행 사건을 계기로 국회에선 의료인 폭행과 관련된 여러 법안들이 발의됐다.

자유한국당 박인숙 의원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규정한 처벌규정에서 벌금형을 삭제하고, 의료법에 규정된 반의사불벌죄 단서 부분을 삭제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 ‘의료법’ 및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같은 당 이명수 의원도 반의사불벌죄 삭제 및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자의 형 감경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 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료인 폭행을 방지하기 위한 처벌 규정들을 강화하는 법안들이 줄지어 발의됐는데, 과연 이 법들을 발의됐다고 의료인 폭행이 근절될까?

대한의사협회든, 정부든 의료인 폭행과 관련된 포커스를 잘못 맞추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의료인에 대한 폭행, 응급실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폭행을 방지하기 위한 법안들은 이미 존재하고 있다.

현행 의료법에서는 의료진에게 폭행을 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의료인 폭행과 관련된 판례를 찾아봐도, 폭력을 휘두른 가해자들에게 벌금형 이상의 형이 내려진 케이스는 극히 드물다. 

보통의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길 지나가는 아무 사람이나 붙잡고 폭행을 해선 안 된다는 걸 알고 있다. ‘폭력은 나쁜 것’이라는 교과서에 나올 법한 말 때문이 아니라, 누군가를 폭행하면 법에 의해 처벌을 받는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구미차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에 술에 취한 20대 남성이 전공의를 철제 소재의 혈액 샘플 트레이로 가격,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힌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의 가해자는 한 사람에게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혔음에도 불구하고 구속이 되지 않았다.

국회의원 김성태를 때린 사람은 즉각 구속 수사가 이뤄졌고 징역 8개월이 나왔는데, 응급실 의사를 때린 사람은 불구속 수사 중이라는 아이러니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고민하게 만든다.

지난해 의료진 폭행범 477명 중 구속은 단 4명이고, 그나마 고작 10% 정도만 벌금형을 받았다. 나머진 죄다 합의, 훈방, 무혐의로 사건이 종결됐다. 이쯤 되면 의사는 거의 동네 샌드백 수준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처럼 의료인 폭행을 막기 위한 법들부터 현장에서 엄정하게 집행되지 못하고 있는데, 더한 처벌 조항을 담은 법안들을 만든다고 해서 의료인에 대한 폭행이 근절될 수 있을까?

최근 의료인 폭행과 관련, 반의사불벌죄·벌금형 조항 삭제 등 처벌을 더욱 강화한 법안들이 발의됐다. 이러한 법안들이 발의되는 모습은 그동안 의료관련 사고나 이슈가 있었을 때 의사의 책임과 위반시 면허 취소 등 각종 강화된 처벌 규정으로 범벅이 된 법안들이 발의됐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때는 ‘입법 만능주의’로 해결해선 안 된다고 하던 의협이 지금 보이고 있는 모습은 무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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