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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세일즈맨의 죽음>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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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세일즈맨의 죽음> (1949)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8.07.15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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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즈맨은 가방이 있다. 세일즈맨과 가방은 한 몸이다. 그 가방 속에 든 물건의 종류에 따라 세일즈의 주인과 대상도 달라진다.

무기가 들었다면 무기상이고 약이 들었다면 제약사 ‘영맨’ 이다. 화장품 일수도 있고 돈뭉치가 가득 차 있는 로비스트의 가방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가방에는 든 것이 없다. 든 것이 없지는 않겠지만 내용물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세일즈맨일 윌리 로먼의 가방에 어떤 것이 들어 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마도 작가인 아서 밀러도 그의 가방 속이 궁금할 것이다.

윌리 로먼은 평생을 세일즈로 살아 왔다. 그러니 그 가방 속이 더욱 관심이 갈 터이지만 궁금증은 나중으로 돌리자.

그는 63이세이며 36년 간 길바닥을 누빈 한 때 잘 나갔던 세일즈맨이다. 그러니 그가 다닌 지역은 셀 수 없이 많고 그가 만난 사람 역시 부지기수다.

 

그러나 그가 죽었을 때 그가 알고 있던 사람들은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화를 거의 내지 않는 그의 부인 린다는 왜 아무도 오지 않지, 그이가 알고 있던 사람들은 다 어디 갔지? 라고 조용히 흐느끼는 것으로 보아 윌리 로먼의 죽음은 죽음의 과정만큼이나 쓸쓸했다.

제목이 세일즈맨의 죽음이므로 주인공의 죽음을 미리 알린 것은 관객에 대한 예의라기보다는 그렇게 하는 것이 쓰는 전개가 쉽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죽었으니 죽음의 방법과 이유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 순서가 되겠다. 원인은 자동차 사고다. 다른 차와 부딪치거나 운전 미숙이거나 일부러 난간을 들이박거나 자연재해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고 과속으로 스스로 죽음을 택한 것이다.

사고사가 아닌 자살이다. 죽는 순간 까지 그는 가족을 위해 목숨을 버렸다. 죽음의 대가는 보잘 것 없었지만 그 것으로 그가 할부로 값고 있는 주택 부금이 마무리 됐고 갈등을 빚었던 큰 아들 비프의 사업자금이 됐을 수도 있다.

은행 빚을 가족에게 남겨주지 않고 깔끔하게 간 그는 한 때는 커미션만으로도 살 수 있을 만큼 유명세를 탔으나 지금은 늙고 힘없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해 있다.

그의 두 아들 역시 장래가 촉망되는 멋진 청년 들이었다. 특히 큰 아들 비프는 고교 미식축구 선수로 3군데 대학으로부터 입학 허가를 받아 놓은 상태였다.

동생 해피도 그런대로 자기 인생을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부인 린다는 현모양처 형이다. 남편의 뒷바라지는 물론 자식들의 교육이나 장래에 대해서도 세심한 주의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그런데 잘 나가던 윌리 로먼 집안이 삐거덕 거리기 시작한다. 비프가 F학점을 받고 고교 낙제생이 되자 대학진학의 꿈은 사라졌다.

담당 선생을 찾아 가거나 계절학기만 들었어도 졸업이 가능한데 비프는 겉멋에 들어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 때부터 상황은 꼬이기 시작했다.

윌리는 월급이 없이 수당으로만 살아가야 하고 하루 1100킬로미터를 운전해도 겨우 생활할 정도의 주급만을 벌어들일 뿐이다. 하지만 꿈을 버릴 수는 없다. 아들이 잘 되고 세일즈 대신 자신도 뉴욕의 본사 사무실에 출근 한다면 문제는 일시에 해결될 수 있다.

이런 윌리의 기대는 그러나 번번이 빗나가고 만다. 자신이 이름까지 지어준 하워드 사장에게 해고당하는 신세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두 아들은 30 살이 넘었지만 여전히 변변한 직장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친구와 친구의 아들은 승승장구 하는데 윌리 로먼 가족은 나락으로 빠져 들고 있다. 윌리는 급기야 자살을 생각한다. 지하 가스 호스를 빼는 이상한 행동을 하는데 그 때마다 부인 린다가 해결사로 나서지만 불안감은 더해만 간다.

주변에서는 윌리가 점점 미쳐 간다고 수군거리고 무언가 무서운 일이 일어나고 있지만 윌리만은 아니라고 고개를 젓는다. 그의 세일즈 시대는 누가 봐도 막을 내리는 순서로 진행되고 있다.

열심히 살기만하면 언젠가는 성공할 거라는 윌리 가족의 기대는 산산조각이 나고 만 것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면 윌리의 가방 속에는 어떤 샘플이 들어 있을까.

아마도 그 자신 혹은 그의 꿈이나 이상, 행복, 자유 뭐 이런 이상적인 것들로 가득 차 있을 것만 같다. 물건이 아닌 실체 없는 행복주머니 같은 거 말이다.

열심히 일 했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우리의 멋지고 믿음직한 아버지는 이렇게 세상과 하직 하고 만다. 그의 가방 속에는 여전히 이루지 못한 꿈이 담겨 있다.

: 2막으로 구성된 이 극은 당시 미국 사회의 비정함을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전문가들은 평하고 있다.

누구나 성실하고 열심히만 노력하면 시기가 문제이지 언젠가는 그에 대한 보상이 따를 것이라는 기대는 한 낫 꿈에 불과하다는 보편적 세계관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현대산업사회에서 한 인간이 성장하려고 몸부림치다 끝내 좌절과 패배로 끝나는 비참한 결론은 여전히 과거가 아닌 우리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아서 밀러의 <세일즈 맨의 죽음>이 당시는 물론 현재에도 생명력이 있는 것은 이 같은 이루어 질 수 없는 꿈과 좌절에 대한 극명한 대비 때문이다.

시대의 연극으로 연극사에 획을 그은 <세일즈 맨의 죽음>은 성공하기 위해 꿈을 꾸지만 행복과는 거리가 먼 세계에서 기대가 배신으로 나타날 때 어떤 결과가 나는지 곱씹어 보게 한다.

어떻게 해서든지 일어나 보려는 가장과 철부지 자식의 갈등은 보는 관객들의 가슴을 아리게 하지만 누구하나 그 해결책을 뚜렷하게 제시하지는 못한다. 그 만큼 현대 사회는 복잡하고 미묘하고 비정하기 때문이다.

시공간을 뛰어넘는 객관성과 소시민들의 작은 행복이 열심히만 한다고 해서 이루어질 수 없는 현실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다.

평생을 정직하게 세일즈를 했지만 돌아온 것은 그 만큼 보상을 받는 자유가 아니라 줄어드는 수당과 해고라는 칼날이다.

현실보다도 더 현실감 있는 <세일즈 맨의 죽음>은 오늘날에도 계속해서 영화와 연극으로 숱하게 재생산 되고 있다.

1949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했을 당시부터 호평을 받았고 그 것은 오늘에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한편 아서 밀러는 유명한 여배우 마릴린 몬로와 결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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