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협의 거부로 불발된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두고 의협 대의원회가 임시총회를 통해 ‘방향성’을 결정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임수흠 의장(사진)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오는 10일로 예정된 의협 임시대의원총회와 관련된 여러 오해와 소문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앞서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는 지난 3일 긴급 화상회의를 열어 오는 10일 오후 5시 더케이호텔 3층 거문고홀에서 임총을 개최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번 임총에 상정될 안건은 ▲회장 불신임의 건 ▲의료전달체계 개편 권고문 관련 보고 및 입장 정리 등 2가지로, 회장 불신임의 건은 정관 제17조 제3항 및 제20조의2 제2항에 따라 재적대의원 3분의 1 이상인 79명의 대의원 발의에 따라 이뤄졌다.
또 의료전달체계 개편 권고문 관련 보고 및 입장 정리의 건은 정관 제17조 제3항에 따라 운영위 결의로 상정됐다.
이에 대해 임수흠 의장은 “이번 임총을 개최하는 것에 대해 여러 오해들이 있어 정확한 내용은 언급해야할 것 같다”며 “최근 의료계의 커다란 이슈가 의료전달체계인데, 이전부에 이 문제로 임총을 개최하자는 의견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 문제만으로 임총을 여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임총을 개최하기 때문에 의료전달체계에 대해 방향을 결정해주는 게 좋다는 의견이 있어서 추가로 안건으로 상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임 의장은 “이번 임총으로 머리가 복잡하고 곤혹스럽지만, 임총을 하고 안하고는 의장의 결정사항이 아니다”며 “주변에서 회장 임기도 얼마 남지 않았다, 임총 한 번하는데 예산이 얼마다 등 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임총을 열어야한다는 의견을 가진 분들도 있다. 양쪽 다 이야기를 들어봐야 하고, 회원들의 대표로 뽑은 대의원들의 결정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특히 임수흠 의장은 지난 5일 대한병원협회에서 거부한 의료전달체계 개선안에 대해 “의료전달체계 개선은 병협과 논의가 잘 됐다고 하더라도 임총에 상정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대한병원협회(회장 홍정용)은 긴급이사회 및 병원장회의를 열고 의료전달체계 개선 권고문(안)에 대한 병·의협 실무위원 협의안을 논의했다. 논의 결과, 병협은 ‘의원의 병상 허용’은 의료전달체계 개선 본연의 목적을 벗어난 것으로 동의할 수 없다고 선언, 지난 2년여간 진행됐던 의료전달체계 개선 권고문은 결국 무산됐다.
이에 대해 임 의장은 “순서가 잘못 됐다”며 “우선 내·외과가 합의한 안을 가지고 병협과 논의하는 줄 알았는데 외과는 합의를 안 했다. 추 회장은 병협과 우선 논의를 진행한 뒤, 외과계를 설득할 생각이었는데, 그건 순서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내·외과가 합의한 의협 내부 안을 가지고 병협과 논의한 뒤, 정부에 안을 주는 게 맞는 순서”라며 “그동안 추무진 회장과 집행부가 진행한 것에 대한 회원들의 불만이 많다. 집행부의 보고를 들어보고 이를 반대하는 의견도 들어본 뒤, 방향성을 정해주면 좀 더 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수흠 의장은 그동안 추무진 회장과 집행부가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추진한 것에 대해 회원들의 반발이 심했다고 전했다. 특히 추 회장이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두고 내·외과계가 합의하면 차기 회장에 불출마하겠다는 건 회원을 상대로 한 협박이라고 지적했다.
임 의장은 “추 회장과 집행부가 시한을 못 박으면서 의도한대로 몰고 간 것은 아직도 이해가 안 된다. 회원들도 상당한 반발이 있다”며 “이제까지 정부와 접촉한 경험을 보면, 돈이 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 협의체 내에서 이야기가 됐어도 정부에서 재정을 지원하지 않으면 정책이나 제도나 안 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의료전달체계 개선 협의체는 서울의대 김윤 교수가 중재자 역할을 맡아 진행해왔는데 얼마전 김 교수가 모 전문지와 인터뷰한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랬다”며 “해당 기사를 보면 부모님이 아플 때 가벼운 병이 아니면 종합병원으로 가겠다고 했다. 아주 가벼운 병 외에 3차 병원을 가겠다고 말한 사람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나”고 비판했다.
또 임수흠 의장은 “제일 어려울 때가 닥쳐오면 회원 뜻을 따라가면 된다”며 “지금은 회원의 뜻을 거스르고 개인 선거와 연관지어서 하다 보니 일이 이렇게 됐다. 그래서 회원 상대로 협박하지 말라고 한 것도 그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 의장은 “진료의 큰 패러다임을 바꾸고 싶으면 정부는 국민들에게 좀 더 부담을 해야한다고 솔직히 이야기해야하고, 의사들에게도 큰 틀에서 함께 갈 수 있도록 제안을 해야한다”며 “전체 의사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수가를 줘야한다. 돈에 대해선 항상 재정중립이라고 하는데, 정북 국민들에게 싫은 소리 듣기 싫어서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임수흠 의장은 모 전문지에서 임총을 한 번 개최할 때마다 대의원 거마비로 5000만원 이상 예산이 소요된다고 보도한 것에 대해 ‘오해’라고 해명했다.
임 의장은 “나조차도 총회를 한 번 개최하면 5000~6000만원 이상 든다고 알고 있었는데, 사실 2000만원정도면 된다”며 “이번 임총을 준비하면서 백범기념관, 서울성모병원 등을 알아봤는데 전부 예약이 되어 있었고, 더케이호텔을 알아보니 대관료로 330만원 정도 든다고 해 거기로 총회 장소를 잡은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회의비, 즉 거마비 걱정을 많이 하는데 매번 900만원정도밖에 들지 않는다”며 “이번 임총은 2000만원 정도면 가능할 것 같고, 지난해 총회 예산으로 배정받은 재정이 남아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재정 소요없이 임총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