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3월 치러지는 제40대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에는 5년간 매년 빠짐없이 의협 회비를 납부해야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는 선거관리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의협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김완섭)는 지난 20일 회의를 열고 선거 관리 규정 세부사항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 가장 관심을 끈 부분은 지난해 의협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신설된 선거관리규정 제3조의2(피선거권) 제5항에 대한 부분이었다.
해당 조항은 ‘선거의 피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회원은 선거일이 속한 해의 회계연도를 제외한 최근 5년간 연회비를 매년 빠짐없이 납부한 회원에 한한다’는 내용으로, 회비를 제 때 내지 않고 있다가 회장 선거 출마를 위해 몰아서 내는 사람보다 매년 열심히 회비를 낸 사람을 대우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개정됐다.
다시 말해 매 회계연도 마다 꼬박꼬박 1년 치를 빠짐없이 납부했어야만 후보가 될 수 있고, 이번 의협회장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지난 2012년부터 2016년까지(회계년도 기준) 매년마다 빠짐없이 회비를 납부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에 대해 의협회장 선거 출마 예정자 중 일부가 크게 반발했다.
최근 의협 회장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전국의사총연합 최대집 상임대표는 “출마를 준비하면서 작년 개정된 규정을 봤는데 최근 5년간 매년 회비를 납부한 회원만 출마한다 였다”며 “규정을 너무 축소해석해서 그 회기 안에만 납부해야 한다고 엄격하게 해석하는 사람이 있어서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회기 안에 납부해야한다고 해석하는 사람은 우리나라에 살 자격이 없는 것. 최대한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대표자로 내세울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이 있는데 형식적인 규정을 들어 입후보자격을 제한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못하다. 복합한 이론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상식적이고 합리적으로 따졌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유력한 회장 후보군으로 분류되고 있는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이용민 소장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해당 규정이 개정된 것은 회비를 몇 년간 미납하다가 선거에 임박해 한꺼번에 납부하고 회장이나 대의원에 출마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였다고 생각한다”며 “내 경우에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개년도 회비를 빠짐없이 납부했지만 확인해본 결과 2개 연도 회비납부가 1개월, 4개월 정도 늦게 납부됐다”고 밝혔다.
이 소장은 “2012년에는 불합리한 의료제도 개선을 위한 특별성금 납부, 2017년에는 의협회관신축성금도 납부 하는 등 협회 회무에 적극 참여해왔다”며 “단순히 2개년도 회비를 각각 기한을 몇 달 경과해 납부했다는 사실만으로 피선거권을 박탈하는 것은 매우 부당하고 가혹하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이 같은 반발 속에 선관위는 회의를 열고 회비 관련 피선거권 규정을 2017년 4월 23일 이후부터 적용하기로 유예하기로 결정(찬성 8명, 위임 1명)했다.
김완섭 선관위원장은 “회비 관련 피선거권 규정에 대한 문제제기가 많아 법률 자문은 물론, 대의원회에도 의견을 구했다”며 “현행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견해와 소급 적용은 안 된다는 상충된 해석이 갈렸다. 이런 상황에서는 선관위가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규정을 유예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났으며, 선관위 위원 간 이견 없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며 “2017년 4월 23일 전에 회비를 다 낸 회원들에게 그 전 5년의 경과를 물어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선거에는 그 조항을 적용하지 않고 2017년 4월 23일 이후부터 적용하겠다는 것에 모두 동의했다”며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선관위에서는 다 받아들이자고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번 의협 회장 선거는 전자투표를 주된 방식으로 치러진다. 작년에 개정된 선거관리규정에 따라 ‘우편투표를 선택하지 않은 유권자’는 자동으로 전자투표 대상이 된다. 선관위는 지난 선거와 마찬가지로 국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K-Voting 시스템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