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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멋진 신세계>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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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멋진 신세계> (1932)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7.10.18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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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저나 흑수저는 태생을 결정짓는 말이다. 어느 것을 물고 나오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운명이 결정된다는 말이다. 이는 과거의 용어가 아니라 살아있는 현재의 말로 인간의 계급을 설명하는 중요한 잣대로 작용하고 있다.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원제: Brave new world)에 나오는 사람들 역시 현재처럼 태생으로 사람의 운명이 결정되고 있다. 그런 것을 보면 소설이 예상한 600년 후의 세계는 이미 지금 실현되고 있는 셈이다.

계급뿐만 아니라 여러모로 보나 미래의 세계를 그린 부분이 맞아 떨어지거나 그러할 거라고 예상되는 부분이 상당수 있다. 헉슬리야 말로 다가올 앞날을 알아서 맞추는 미래 예언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말하는 멋진 신세계, 다름 아닌 유토피아는 아버지나 어머니가 없고 따라서 가족관계도 없다. 아이들은 부모가 아닌 시험관에서 태어난다. (따라서 아버지나 어머니 혹은 가족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은 음담패설처럼 비열하다.)

그곳에서 아이들은 금수저와 흑수저로 분리되는데 다만 현재처럼 두 종류가 아닌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엡실론 등 5개의 계급이다. (최하층인 엡실론은 산소공급을 적게 받아 평균적인 인간의 두뇌를 갖지 못한다.)

이들은 인공부화기에서 정해진 신분에 따라 하는 일이 결정되는데 알파는 지배계급 역할을 하고 델타나 엡실론 등은 소위 말하는 3디 업종에 종사해야 한다.

3디 업종이라해도 그들은 그들의 일을 사랑하게끔 반복 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괴롭기 보다는 즐겁다. (예를 들어 화학공장 노동자들은 납이나 가성소다, 타르, 염소에 대한 저항력 훈련을 받고 로켓 조종사는 거꾸로 있을 때 진정한 행복을 느끼도록 똑같거나 유사한 최면 학습을 반복시킨다. 하급신분 계층은 꽃이나 책을 보면 증오하도록 했는데 이런 것에 감마나 델타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공동체의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현재의 금수저와 흑수저와 다른 점이다.

흑수저는 금수저가 되지 못한 것을 한탄하고 원망하고 불만을 품으면서 사회 불만 세력이 되기도 하고 반대로 그렇게 되기 위해 죽도록 노력도 해보지만 감나나 델타, 엡실론 등은 전혀 그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 

노력은커녕 현실에 만족하고 되레 신분상승을 꿈꾸는 것은 행복을 저해하는 위험한 것으로 간주된다.

그것은 그들이 시험에서부터 이미 그렇게 길들여졌기 때문이다. 태생적으로 세뇌된 그들은 아무리 뜨거운 용광로에서 작업을 하더라도 그 자체를 매우 행복스럽게 여긴다.

그러니 불평이니 불만이 있을 수 없다. 반복적으로 주문을 넣은 뇌는 열기에 행복을 느끼도록 적응돼 있다.

반항이 없는 한마디로 순응하는 백성들을 다스리는 알파들은 그러니 반란이나 역적모의 등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자신들의 행복추구만을 위한 일을 하면 된다.

하위 계층의 인간들 역시 순종하는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부화 습성 훈련 국장이 하나의 난소로부터 1만 5000명의 성인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신생아실을 학생들에게 견학 시키면서 자연스럽게 설명된다. 헉슬리는 소설의 초반부에 이런 장면을 배치시킨다. 사실 이 소설은 중간이나 결말보다는 시작부가 긴장감이 높고 흥미롭다. )

 

멋진 신세계에 사는 그들은 귀찮고 힘든 임신을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섹스는 무제한이다. 

상대는 전부이다. 이것은 모든 사람은 다른 모든 사람을 공유한다는 구호에 충실히 따른 결과다. 따라서 한 명의 섹스 파트너만을 두고 있으면 비정상적이 된다. 

남자든 여자든 파트너는 많을수록 좋고 원하기만 하면 서로 공유하는데 소유개념이 없기 때문에 질투나 사랑에 눈이 멀리도 없다. ( 중요한 인물인 여중인공 레니나를 평할 때면 남자들은 그녀가 매우 탄력이 있다는 말을 아무렇게나 하며 이를 듣는 남자들이 모두 동감한다. 이는 레니나가 거기 있는 남자들과 동침했음을 의미한다. 소년과 소녀들도 성애를 아무 거리낌 없이 하고 그렇게 하도록 끊임없이 교육한다. 성교놀이에 소홀하면 다른 예쁘장한 아이를 찾아보거나 비정상적인 문제는 없는지 심리치료를 받는다. 한마디로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섹스의 천국이라고 할 만하다. )

이곳에서는 늙지도 병들지도 않으니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 (하지만 죽음을 피할 수는 없다.)

무언가 잘못됐다고 느낄 때면 소마를 먹으면 되고 심각한 정도에 따라 양을 조절하면 금세 그것은 원래대로 돌아와 고통 없는 행복한 상태가 된다. (지금 유통되고 있는 환각물질이나 마약을 연상해 보면 이해가 쉽다.)

그런데 간혹 문여리 같은 인간이 멋진 신세계에도 태어나기 마련이어서 알파 출신의 버나드(그것도 알파 마이너스가 아닌 플러스)는 혼음이나 불평불만이 없는 삶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

체격도 감마처럼 왜소하다. 그리고 멕시코에 있는 야만인들이 살고 있는 보호구역에 가보고 싶어 한다. 버나드가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은 그가 아직 병속에 있을 때 누군가가 실수로 감마인줄 알고 대용 혈액 속에 알코올을 넣었기 때문이다.

그는 우여곡절 끝에 야만인 보호구역으로 간다. 향수도 없고 텔레비전은 물론 더운물도 나오지 않는 곳으로. 레니나의 반응은 차갑지만 이상하게 끌리는 버나드의 제의를 거절하지 못하고 로켓 비행기를 타고 그와 동행한다.

보호구역은 야만인들답게 아이들이 엄마, 아빠에서 태어나고 가족을 이루고 산다. 나이가 들면 피부가 쭈글쭈글해지고 늙는다. (내분기계를 조절해 평생 삼십 살의 건강을 유지하는 자신들의 세계에 비교하면서 일행은 정말로 야만인의 세계와 도착했음을 실감한다.)

이런 끔직한 곳에 야만인 존이 살고 있다. (존은 문명세계에 사는 부화본부 국장의 자식이다.) 과학적 필요성에 의해 존은 늙은 엄마 린다와 함께 버나드 일행을 따라 멋진 신세계인 런던으로 온다.

이후 존은 국장을 만나 배설물처럼 더럽고 야비한 아버지라는 이름을 부른다. ( 이 사실을 안 절대자 포드에 의해 국장은 직위에서 쫒겨 난다.) 야만인 존이 보는 문명인의 세계. 그리고 그를 위한 레니나의 관심. 하지만 존은 문명세계에 어울릴 수 없다.

그는 동물원의 원숭이처럼 문명인들의 구경거리가 된다.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도 죽이는 소마를 버리라거나 노예말고 자유를 주러 왔다, 인간성과 이성을 찾으라는 말은 문명인의 조롱거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야만인이 보기에 문명인의 세계는 야만의 세계, 유토피아 아닌 디스토피아 바로 그것이다. 그는 견디지 못하고 마침내 두 발을 한 쌍으로 해서 아치형 복도의 꼭대기에 매달린다. (그 전에 린다도 소마과다 복용으로 죽는다.)

: 문명세계에서는 오마이 갓! 대신 오마이 포드! 라고 외친다. 

포드는 그 유명한 포드 자동차를 만들어 소비를 이끈 헨리 포드를 가리킨다. 그를 기념하기 위해 작가는 <멋진 신세계>의 절대자를 포드라고 이름 짓고 세계를 포드 이전과 이후로 나누고 있다.

여기에는 셰익스피어가 자주 인용된다. 

그의 작품 <오셀로>나 <로미오와 쥴리엣>은 물론 <햄릿>도 나오고 <리어왕>이나 <맥베스>, <템페스트>도 등장한다. (문명세계에서는 이런 금지된 도서 말고 촉감영화나 냄새풍금이 그것을 대신한다.) 

독자들은 그 의미를 굳이 알려고 할 필요는 없다. 이야기는 앞서 이야기 한대로 전반부에 흥미로운 일들이 다 나와 있고 후반부는 야만인의 등장과 설교조의 말로 다소 김이 빠지는 형국이다.

하지만 이 부분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 부분에 해당한다. 그래서 재미가 없어도 끝까지 읽어내야 한다. 

조지오웰의 <1984>처럼 대표적인 예언적 소설로 미래 세계 인간들에게 도덕성과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해주는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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