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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준비한 사과, 한 시간으로 충분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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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준비한 사과, 한 시간으로 충분했나?
  •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 승인 2016.05.04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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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제게 사과드릴 시간을 허락해 주십시오.”

지난 2일, 가습기 살균제의 위해성이 입증된 지 5년여 만에 A4 두 장짜리 사과문을 들고 나온 옥시 레킷벤키저 아달 샤프달 대표는 단상을 점거한 피해자와 유가족들을 향해 거듭 사과할 시간을 허락해 달라고 호소했다.

지난 5년 동안 유가족들이 가족을 죽였다는 죄의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옥시의 책임있는 사과를 피눈물로 호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반응을 보이지 않던 이들이, 이제와 사과하겠다고 구걸해 사용한 시간은 고작 한 시간이었다.

‘완벽한 보상안’을 마련하기 위해 5년이나 걸렸다는 그들은, ‘충분한 사과의 시간’을 허락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자회견 단 한 시간 만에 ‘시간관계상’이라는 이유로 자리를 떴다.

사과의 시간을 허락해 달라며 애처롭게 구걸하는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는 허무한 결말이었다.

그나마도 5년간 마련한 사과문은 제품의 결함에 대한 인정은 없이 자사 제품을 사용해 폐 손상 입은 것에 사과드리며, 피해 보상을 위한 위원회를 구성할 테니 들어와 같이 협의하자는 고작 두 줄로 요약될 내용이 전부였다.

구태여 내용을 늘려도, 자사 제품 외에도 사건에 연관된 제품 제조사와 판매사들이 함께 나서야 한다는 것과, 세간의 의혹은 검찰조사를 통해 밝히겠다는 상투적 립서비스 외에 애써 추가하려해도 덧붙일 만한 내용은 없었다.

미리 입장 루트와 동선, 머리 숙일 위치와 횟수까지 짜놓고 시기도, 대상도, 내용도 이해하기 힘든 사과문을 읽기 위해 시간을 구걸한 이유가 옥시의 진심을 전달하기 위함이었는지, 아니면 본사가 요구한 업무를 처리하기 위함이었는지 의문스러워하는 것조차 사치스럽게 느껴진다.

샤프달 대표는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까지 한국을 떠나지 않겠다고 호언했지만, 피해자들은 월급쟁이 사장이 아니라, 옥시 운영에 전권을 가진 책임자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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